기독교 역사상 씻을 수 없는 가장 큰 오점은 십자군 전쟁과 30년 전쟁이다. 십자군 전쟁은 11세기부터 13세기까지 중세 서유럽의 로마 가톨릭 국가들이 중동의 이슬람 국가에 대항하여 성지 예루살렘을 탈환하는 것을 목적으로 행해진 대규모의 전쟁이다. 십자군 운동은 처음의 순수한 열정과는 달리 점차 정치적·경제적 이권에 따라 움직이면서 비참한 기독교 전쟁역사가 되고 말았다. 교황은 교황권 강화를, 영주들은 영토 확장을 목적으로 하는 등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성향을 띤 죄악의 전쟁이었다.
그 뒤에도 기독교는 또 다른 씻을 수 없는 죄악을 저질렀다. 바로 30년 전쟁이다. 30년 전쟁은 로마 가톨릭 교회 국가들과 개신교 국가들 사이에서 벌어진 신구교간의 종교전쟁이었다. 1618년 가톨릭 로마제국의 페르디난트 2세가 보헤미아의 개신교도를 탄압한 것에 대해 개신교도들이 일어나 시작된 전쟁으로, 1648년까지 이어져 30년 전쟁이라고 한다. 이 전쟁으로 독일은 지역 대부분이 황폐화되고 수많은 고귀한 생명이 죽어야 했다. 기록에 의하면, 그 당시 독일 인구가 3천만명에서 1,200만 명으로 감소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가? 인간의 생명을 구원한다는 기독교가 오히려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비참한 죄악을 저지른 것이다. 이 30년 전쟁에서 등장한 것이 마녀사냥이다. 로마 교황인 인노켄티우스 8세의 교서에 의해 소위 ‘마녀 식별법’이 고안되어 마녀사냥이 시작되었다.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는 자들을 마녀로 몰아 처형하는 것이다. 마녀인가를 식별하기 위해 사지를 묶고 무거운 돌을 매달아 강에 던져 물속에 빠져 죽으면 마녀가 아니고, 물 위에 떠오르면 사탄의 보호로 떠올랐다 하여 마녀로 처형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마녀이든 마녀가 아니든 죽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끔찍한 마녀사냥은 지금도 매카시즘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는 듯하다. 1950년부터 1954년 사이에 미국에서는 공산주의자 색출열풍이 불었었다. 원래 매카시즘이라는 말은 상원 의원 조지프 매카시가 공화당 당원집회에서 "미국내에서 공산주의자들이 암약하고 있으며, 자신은 그 명단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 사건을 계기로 생겨났다. 매카시즘이라는 말은 그 후 선동하거나 무분별하고 근거 없는 고발을 비판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마녀사냥식 매카시즘이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이 워싱턴에서 불고 있는 듯 하다. 얼마 전에 서재정 교수를 이석기 의원을 비호한 종북좌파 교수라고 매도하며 서 교수의 퇴출운동을 벌이는 시위를 하였고, 자유연맹, 워싱턴한인연합회까지 가담하여 연대시위를 벌이겠다고 한다. 그들이 서 교수를 종북좌파로 매도하는 근거는 61명의 국외 한국학 학자들이 지난 10월 8일 발표한 ‘국가정보원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방해하는 것을 우려하는 학자들의 성명’ 이었다.
그런데 그 성명서 어디에도 이석기 의원을 비호하는 내용은 없었으며, 대한민국을 부정하거나 미국을 부정하는 내용은 없었다. 오히려 서 교수는 1968년 연방의회가 윌슨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설립하여 외교와 안보, 냉전사 등의 분야를 연구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우드로 윌슨 센터(Woodrow Wilson International Center for Scholars)에서 아시아 전문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학자이다. 서 교수는 나의 가장 믿음직스런 교인 중 한명이며 신실한 크리스천이다.
제발 마녀사냥을 중단하라, 그리고 신을 두려워하라! 서로 부둥켜안고 평화를 이루며 살기에도 짧은 인생이다. 안개처럼 지나가 버릴 인생에 좀 더 뜻있고 부끄럽지 않을 일을 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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