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계절 가을에 교회를 생각해 본다. 더구나 10월 31일은 마틴 루터에 의하여 ‘교회개혁’(종교개혁, 이하 교회개혁으로 언급)이 시작된 날이니, 이쯤에 한국 근대사와 미주 한인 사회의 발전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교회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초대교회 이후 기독교는 11세기의 동서(東西) 분리와 16세기의 ‘교회개혁’을 거치면서 정교회, 로마가톨릭(천주교), 루터교, 개혁교회(장로교), 침례교, 성공회, 감리교 등등 교리적 입장이나 역사적 특수성 혹은 영성의 차이에 따라 분화를 해 왔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 교회와 미주 동포사회의 ‘대형교회’ 혹은 큰 교회 추구 경향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세계 교회가 놀랄 만큼의 빠른 성장을 한 한국교회의 어두운 면이 있다면 은연중 한국교회에 ‘대형교회’ 이데올로기가 만연하다는 점이다. 물론 대형교회에도 여러 좋은 점이 있을 수 있지만, 과도한 큰 교회 지향 의식은 한국 사회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였다. 요즘 한국교회에서 문제가 되고 교회세습의 꼴사나운 모습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며, 사은품을 주며 호객 행위(?) 하듯 하는 일부 교회의 모습도 어떻게든 대형교회를 지향하려는 교회성장주의의 부끄러운 모습이다. 이런 부작용은 오히려 복음을 가린다. 우선 무리한 건축 과정에서 일어나는 재정적 부작용이 있다. 대형교회 건축을 추진 중 담보로 잡힌 헌신적인 교인의 재산이나 교회의 헌금을 날려버리는 경우도 종종 본다. 그런가 하면 무리하여 교회를 지은 후 여건 악화로 파산하여 경매에 나온 대형교회도 있다. 이는 복음 전도가 아니라 복음 훼손이다 대형교회의 규모(size)에서 오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규모가 크다 보니 신앙공동체의 생명인 상호 소통이 어렵다. 목회자나 교우들 간에 소통이 안 되고, 교회는 목회자와 소수의 직분 자에 의하여 의사가 결정되어, 일방적으로 지시되거나 전달된다. 교인은 소통의 주체가 아니라, 교회에서 제공하는 영적 서비스의 소비자(?)로 전락하게 된다. 교회는 상호적 섬김의 공동체인데, 교회에 일방적 지시에 따르거나 단순히 피동적으로 교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소비자로 참여하는 교인이 있다면 이는 ‘바른 교회’가 아니다. 교회의 대형화는 또한 교회의 본질을 변형시킬 우려가 있다. 교회가 고비용 구조를 띠게 되고, 교회에 ‘경영’의 논리나 종교 마케팅 등 세속적인 논리가 들어오게 되고, 교회는 하나의 이익단체처럼 변질 되며, 교회의 인사(人事)나 재정의 투명성이 흔들려 문제가 발생하기 쉽고, 교회 조직이 마치 관료제처럼 보수화되거나 경직화되게 한다. 나아가 교회의 대형화는 환경적으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교회의 대형화는 자연 먼 거리에 사는 교인들을 오가게 함으로 지역 교회를 갈 때보다 더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하게 하여 온실가스를 증가시키고, 대규모 시설 유지를 위하여 과도한 에너지를 사용하게 한다. 이제 한국 교회는 대형교회 이데올로기, 교회성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큰 교회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작은 교회에 대한 열등감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단지 다양한 신앙적 서비스를(?) 받겠다는 소비자 신앙의 마음으로 대형교회를 선호하는 마음도 버려야 한다. 신앙이나 교회의 본질은 교회의 크기와는 무관하다. 비록 작은 교회 일지라도 지역사회 안에서 혹은 세계 곳곳의 교회 연결망을 통하여 예수님의 삶을 좇아 소외된 이들과 몸과 마음으로 부딪히며 살고, 주님의 사랑과 진리를 나누고 평화의 삶을 실천하는 ‘건강하고 바른 교회’가 될 수 있다. 교회의 본질적 목적은 복음의 확산이지, 교회 건물의 확대가 아니다. 모든 교회는 교회의 확대가 아니라, 교회의 본질인 ‘케리그마’, ‘코이노니아’, ‘디다케’를 회복하고 오늘에 되살려 내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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