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도 소액융자 붐
▶ 방글라데시에서 시작된 미소금융기관 그라민 은행이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며 붐을 일으켰던 무담보 소액 융자가 근년 금융위기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미국에도 등장했다. 크레딧이나 담보가 없어서 은행 융자를 받을 수 없는 서민들이 수천 달러 정도를 융자받아 작은 장사를 시작하거나 어려워진 비즈니스에 보태며 삶의 용기를 얻
뉴욕 잭슨 하이츠에서 파티 장식용품 가게를 운영하는 과달루프 페레즈. 그는 가게 확장을 위해 소액융자를 받았다.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그대로 본 따서
담보 없고 크레딧 없는 서민들에 융자
최근 뉴욕 퀸즈의 잭슨 하이츠 동네. 2층에 위치한 좁은 사무실에 수십명 라티노 이민자들이 빽빽이 모여 있다. 소란스런 소음을 뚫고 예닐곱 융자담당 직원들이 이름을 부르면 한 사람 씩 가서 수표를 받는다.
융자 액수는 녹색 통장에 잉크로 기록되어 있다. 아울러 재정적으로 책임감 있게 행동한다, 매주 편안하고 안전한 장소에서 회합을 한다 등 차용자의 의무가 통장에 기록되어 있다. 그외에 융자와 관련한 별다른 조항은 없다. 융자 액수는 1,500달러에서 8,000달러 선.
이런 형태의 미소금융, 즉 담보 없이, 별로 묻는 것도 없이 돈을 빌려주는 소액 중의 소액 융자가 처음 등장한 것은 뱅글라데시였다. 바로 그라민 은행이다. 그라민 은행은 전 세계 개발도상국가들로 퍼져 나가 빈곤을 줄일 목적으로 오래 운영되어왔다. 이 서민융자를 이용해 시골 농부들이 가축을 사고 생계수단인 오토바이를 수선하며 다른 소득 증대 수단으로 이용되어왔다.
미국에 금융위기가 닥친 후 개도국에서나 성행하던 미소금융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크레딧카드를 가질 수 없고 전통적 은행융자를 받을 수 없던 많은 고객들이 몰려들었다.
그라민 은행 창설자이자 노벨상을 수상한 무함마드 유누스는 무담보 소액융자의 목적을 가난한 사람들이 창업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돈 버는 데 돈을 쓰게 한다’는 것이다.
근년 불경기로 미국 빈곤층의 삶이 점점 불안정해지면서 미소금융이 인기를 끌고 있다. 빈곤층은 크레딧 쌓기가 어렵고 파트타임 일을 이것저것 하며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보니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기면 이를 감당해낼 길이 없다.
미국의 숨겨진 불평등은 근본적인 안전, 계획을 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것이라고 뉴욕 대학의 조나단 모덕 교수는 말한다. 그는 미소금융을 연구하고 소득 중하위 그룹의 미국인들의 재정적 삶을 면밀히 관찰해왔다.
미국에서 미소금융은 다양한 이유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사람들, 주로 창업자들에게 제공되는 5만 달러 미만의 융자로 정의된다. 비영리 미소금융기관들은 대부분 융자와 아울러 재정관리 능력 훈련, 비즈니스 계획 자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의 그라민 은행인 그라민 아메리카는 뱅글라데시에서 개발된 모델을 거의 그대로 따라하면서 형식에 매이지 않고 싸게 작은 돈을 융자해준다. 그라민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은 차5명이 한조를 이루며 그룹을 만들어 서로 서로의 융자를 승인하고, 융자금은 연 이자율 15%로 매주 조금씩 갚아나간다.
이렇게 해서 그룹의 전원이 제 때에 융자금을 다 갚으면 회원들은 더 큰 액수의 융자를 다시 받을 자격이 주어진다. 회원이 되려면 가입 시 소득이 연방 빈곤선 이하여야 하고 빌린 돈은 창업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라민은 신청자의 법적 체류신분은 묻지 않는다. 소액 융자는 근년 붐을 이뤄왔다. 지난 2008년에서 2011년 사이 소액 융자를 받은 사람은 3배 이상 늘어났다. 아스펜 연구소와 그라민 아메리카의 집계 결과이다. 그라민은 지난 2008년 창설돼 급속히 성장, 소액 융자 분야에서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달 기준 그라민에서 돈을 빌린 사람은 총 1만8,000명으로 총 융자액은 1억달러를 넘는다. 그라민 은행은 뉴욕에 6개점 그리고 LA, 오마하 등 다른 도시에 5개점의 지점을 두고 있다. 돈을 빌린 사람들은 대부분 빚을 갚고 다시 융자를 받는 단골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그라민은 돈을 빌린 사람들에게 저금 구좌를 만들어 주어서 매주 최소한 2달러씩이라도 저축을 하도록 장려한다.
한편 미국에서 빈곤선 이하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4,500만 이상이고 보면 그라민은 빈곤문제의 컽 표면도 건드리지 못하는 셈이다. 이들 저소득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리려는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되고 있는 지는 파악하기 힘들다.
소액 융자를 받은 사람들은 그 돈으로 액세서리를 사거나 화장품, 혹은 건강보조 식품을 사서 집에서 판매를 하거나 방문판매를 하곤 한다. 대부분 청소 등 막일을 하면서 버는 수입을 보충하기 위한 것이다.
이미 가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때로 그라민을 찾는다. 과달루프 페레즈(51)는 불경기 중 사업이 어려웠을 때 융자를 받았다. 평생 모은 돈으로 시작한 파티 장식 비즈니스가 가게 렌트도 내기 어려울 만큼 부진했기 때문이다. 그라민 융자 덕분에 가게 문을 계속 열수 있었다고 페레즈는 말한다. 융자금은 부담 없이 조금씩 갚아나갈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선택이었다고 그는 생각한다.
페레즈는 이후에도 여러번 융자를 받아서 가게 확장에 사용했다. 이제 그는 사업규모를 늘려 한꺼번에 파티 2건을 소화할 수 있을 만큼 테이블보를 넉넉하게 장만하기 위해 투자를 할 계획이다. 그렇다고 비즈니스가 할 만 하냐 하면 그건 아니다. 부부가 매일 일해서 한주에 버는 돈은 500 ~600달러. 1년에 2만9,000달러 정도를 벌 뿐이다. 뉴욕 지역 연방 소득기준으로 보면 대단히 낮은 소득이다. 저축은 꿈도 못 꾼다.
소액융자는 소득 증가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되었다. 그라민 측은 융자 받은 사람들이 보통 매 6개월 융자 사이클 마다 평균 2,500달러씩 소득이 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기간 5명 중 한명은 근로자 한명을 더 고용한다.
하지만 정확한 통계는 쉽지 않다. 소액 융자를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돈을 벌었다기보다는 납부금 고지서들을 겨우 감당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영업을 하게 되어 시간적으로 융통성이 생기면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을 뿐 소득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그라민에서 융자를 받아 꿈에 그리던 자기 미용실을 갖게 된 한 미용사는 연소득을 알 수가 없다고 말한다. 고지서 처리하고, 렌트비 내고, 식품비로 쓰느라 매주 번 돈을 다 써버리 기 때문에 돈이 모이지를 않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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