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CA 앤텍’사, LA에 초대형 진료시설… 첨단 설비에 분야별 전문가 포진
▶ 부유층 겨냥한 고가 서비스 제공, 개 골수이식 비용이 1만6,000달러, 진료비 높이는 과잉 진료 논란도
웨스트 LA에 소재한 VCA 동물병원에서 웰치 코기 종 개가 골수이식 수술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새로 오픈한 웨스트 LA 병원에는 현대적 의료시설들이 두루 갖춰져 있다. 24시간 응급실에 수술 팀이 있고 심리상당과 물리치료 유닛, 그리고 MRI와 CT 기계들에 전국 최고의 종양전문가들까지 포진해 있다.
의료 보조원들은 부지런히 복도를 다니며 겁에 질린 환자들을 말과 웃음으로 다독여 준다. 그런데 이들은 조심해야 한다. 환자들이 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개와 고양이를 비롯한 애완동물들이다. 이곳은 VCA 웨스트 LA 동물병원이다. 4만2,000평방피트에 달하는 이 병원은 미시시피 강 서쪽에서는 가장 큰 동물병원이다.
이 병원은 골수이식 같은 어려운 치료를 체공하는 몇 안 되는 미국 내 병원 가운데 하나이다. 이곳에서 골수이식은 1만6,000달러가 든다. 또 방사선 치료와 침술 치료까지 제공된다. 최근 자신의 개 제이슨에게 골수이식을 시키기 위해 달라스에서부터 차를 몰고 왔던 리처드 핀은 “솔직히 말하면 이 병원은 인간을 위한 병원보다 더 훌륭하다. 시설이 훌륭해 돈을 써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북미에 600개의 동물병원을 갖고 있는 VCA 앤텍사는 이 병원을 지난 2월 오픈했다. 병원에는 이미 LA 동물원을 비롯한 많은 주요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 LA 동물원의 하이에나와 오랑우탄은 응급실 치료를 받았다.
VCA 앤텍은 동물병원들이 경치침체와 미약한 회복세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이 거대한 병원을 오픈한 것이다. 경기침체 여파로 많은 애완동물 소유주들은 치료를 늦추거나 포기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내 애완동물 수는 지난 2006년부터 2011년 사이에 많이 줄었다. 미국 수의사협회에 따르면 이 기간 중 개는 2%, 고양이는 6%가 줄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VCA는 3분기에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7%가 늘어난 4억6,4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공동창업자이자 경영자인 아트 앤틴은 3층짜리 이 병원을 개원한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바람직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세펄베다 블러버드 인근의 두 개 병원을 통합함으로써 자사의 대표적인 병원을 만들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종합치료센터라는 점 때문에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가 용이해 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들에게 더 많은 것을 줄수록 더 경험 많은 의사들은 그런 병원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며 “인간들을 치료하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최고 수준 병원에는 최고 인력들이 모인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건물을 인수해 이 병원으로 개조하는데 얼마가 소요됐는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 병원에서만 1년에 2,200만달러에서 2,500만달러의 수입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회사인 파이퍼 재프레이의 조사 분석가인 케빈 엘리히는 업계가 고전하는 가운데 최고시설의 병원을 오픈한 VCA의 결정은 현명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동물 치료 부문의 실적이 나아지고 있으며 애완동물 소유주들은 동물 치료에 경기침체기보다는 더 돈을 쓸 의향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회사의 주식 매입을 권고했다. 엘리히는 “이런 병원을 짓는 것은 잘못된 것이 없다. 특히 최고 실력의 수의사들을 모셔올 수 있다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지난 봄 혈액암 진단을 받은 자신의 웰치 코기를 수술시키기 위해 달라스에서 1,500마일을 달려 이곳에 온 핀은 병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치료 후 개를 태우고 달라스로 돌아 갈 때까지 그가 쓴 돈의 총액은 3만달러였다. 달라스 지역 수의사 비용과 여행경비, 그리고 VCA에 지불한 1만6,000달러였다.
신탁재산 때문에 이미 부자인 금년 25세의 핀은 이런 치료를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주로 집에 머물기 때문에 애완동물들은 나에게 가족과 같다. 이들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내 아이들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병원에 대한 비판도 있다. 웨스트우드에 거주하는 금년 34세의 에이미 챙은 처음 병원에 들어섰을 때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챙은 “처음 병원에 들어섰을 때 고급 호텔 로비에 들어선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의사가 구토 증세를 보이는 챙의 고양이를 진료한 후 이런 기분은 180도 바뀌었다. 수의사는 챙에게 고양이가 암에 걸린 것 같다며 몇 가지 검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챙은 “수의사는 분명 우리의 감정을 이용했다. 그는 고양이가 암에 걸렸다고 했으며 몇 개월 남지 않았다고 했다. 그 순간 나는 울음이 터졌다”고 기억했다.
그녀는 1,200달러에 달하는 진료비를 낸 후에야 자신의 고양이를 데리고 병원을 떠날 수 있었다. 다른 곳의 수의사는 챙의 고양이가 암이 아니라 푸드 앨러지를 보인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사료를 다른 것으로 바뀐 후 고양이는 구토를 멈췄다. 6개월이 지났지만 챙은 아직도 당시를 생각하면 화가 치솟는다. 챙은 “이 병원은 자신의 동물들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나 같은 바보들 덕분에 호사스러움을 유지하고 있다” 분노를 나타냈다.
앤틴은 챙 케이스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으나 불평을 제출한다면 조사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사 병원들 가운데 진료를 연쇄적으로 강요하는 방침을 가진 곳은 어디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데보라 펜은 이 병원이 제공하는 최신 치료에 만족을 나타냈다. 그녀는 자신의 요크샤이어 테리어종인 매디슨의 안과진료를 위해 팔로스 버디스 집으로부터 20마일을 운전해 이 병원을 찾았다. 검사에는 돈과 시간이 들었지만 펜은 매디슨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평안하다고 말했다. 펜은 일반 동물병원이 아닌 이곳을 찾은 것은 안과 전문설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VCA를 비롯한 동물병원들은 애완동물 소유주들의 동물사랑과 동물보험 등에 힘입어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년 간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연구해 온 심리학자인 웨스턴 캐롤라이나 대학의 핼 허조그 교수는 “이것은 애완동물 업계에서 애완동물의 인간화라고 부르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점점 더 애완동물을 친구와 가족으로 여기고 있다”며 “아이가 아플 때 치료비를 아끼지 않듯 애완동물 치료에도 돈을 쓴다”고 말했다. 허조그는 감당할 수 있는 한 이런 관계는 건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동물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치료하는 게 항상 좋은 일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연명 치료가 당신 기분을 조금 낫게 할지 몰라도 동물에게는 고통이 연장되는 것일 뿐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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