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인사혁신처가 글로벌 감각과 전문적 식견을 갖춘 미주 한인동포 등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인재사업’ 운영을 밝혔다. 이 사업은 국적과 거주지에 무관하게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수 재외동포를 발굴·관리하고, 이들을 한국 정부가 필요로 하는 분야에 연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발굴 대상은 해외의 정부기관, 대학, 연구소, 글로벌 기업 등에서 활동한 경험과 글로벌 역량을 보유한 한인 인재로 돼 있다.
취지는 좋으나 이와 관련해 정면 배치되는 걸림돌이 하나 있다. 바로 미국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한인 2, 3세들의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다.
이와 관련해 전종준 변호사는 “해외 인재 등용은 현실성 없는 슬로건일 뿐이다. 재외동포 차세대 인재 등용을 위한 ‘모국과의 연결고리’는 막혀있다”며 “현재의 한국 국적법이 선천적 복수국적자 남자와 여자의 한국 출입국에도 장애가 되고 있는 판에 무슨 거창한 인재사업 구호인가”라고 비판했다. 2017년 ‘재외동포의 법적 지위와 출입국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국적이탈이나 상실한 자는 만 40세까지 재외동포비자(F-4)를 받을 수 없다. 이 법안 통과로 병역과 무관한 해외동포 차세대는 한국 취업이 어렵게 됐다. 따라서 해외인재 등용의 연결고리를 만들려면 현행법을 개선해 병역과 무관한 해외동포 차세대 인재 등용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것.
한인 2, 3세들은 자신이 이중국적자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고, 국적이탈을 위한 복잡한 수속 기간도 오래 걸려 한국행을 아예 포기한다.
지난 10일 워싱턴 총영사관 순회영사업무에서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한국국적을 포기하는 ‘국적이탈’ 절차에 2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1년 이내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더 길어져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를 안고 있는 동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2일 재외동포청과 재외동포협력센터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재외동포는 우리나라의 가치와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조국을 지지하며, 우리나라의 국제적 외연을 넓혀 온 전략적 자산이자 든든한 동반자”라고 말했다. 아울러 “재외동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국가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지,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지에 대해 정부가 책임 있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며 두 기관의 노력을 당부했다.
해마다 워싱턴을 방문하는 정치인들과 정부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한인동포들의 권익을 약속한다. 그러나 뒤돌아서면 거의 다 말뿐인 공약(空約)에 불과해 이제 한인동포들은 이솝 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 정도로 치부할 정도다. ‘글로벌 한인 인재 사업’이 허울뿐인 생색내기용이 아니라면 한국정부와 국회는 먼저 선천적 복수국적법 개정에 나서 한인 2, 3세들의 족쇄를 풀어주는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한쪽에서는 오라고 손짓하면서, 뒤로는 발목을 묶어 두는 이율배반적 탁상행정은 동포들을 우롱하는 처사다. 한인동포 차세대들의 장래를 가로막고 있으면서 무슨 인재 영입 운운인가. 한국정부와 국회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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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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