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업기간 길어질수록 재취업 어려워져… 경쟁력 퇴보·편견 등이 원인
▶ 아예 구직 포기하는 경우도 늘어 ‘실업률 통계’현실과 많이 동떨어져
추운 10월의 어느 날, 연방정부 셧다운이 끝난 직후 제니퍼 배링턴-워드는 파산신청을 위해 보스턴 법원을 찾았다. 그녀와 관련된 서류들과 소유물들이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관계로 서류를 작성하는 데만 수주가 걸렸다. 그녀의 고장 난 차와 서류박스는 버지니아 비치에 있었고 옷가지들은 콜로라도에, 또 개인 소지품들은 매서추세츠 소머빌의 친구 집에 있었다.
그것은 고통스러운 추락이었다. 5년간의 기나 긴 실업은 그녀로부터 중산층 생활의 흔적을 조금씩 앗아갔다. 올해 53세로 대학 졸업자인 배링턴-워드는 30년간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파산했으며 집도 없다.
배링턴-워드는 이것을 ‘지옥을 통과하는 여정’이라고 표현했다. 그녀는 2008년 MIT 행정직에서 감원됐다. 1년에 5만달러가량 벌던 일자리였다. 경기침체가 닥치고 감원으로 실업률이 두 자리로 치솟는 가운데 그녀는 아무리 많은 이력서들을 보내도 일자리를 얻기 힘들다는 것을 절감했다.
“맥도널드에 지원했지만 자기 의견이 강하다며 거부됐다. 화장실 청소는 스패니시를 못한다는 이유로, 또 동전세탁소는 너무 예쁘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면전에서 ‘우리는 실업자를 고용하지 않는다’는 말을 무수히 들었다. 나에게 관심을 보인 업체가 한 곳 있었지만 크레딧 조회로 일자리의 꿈은 곧바로 날아갔다”배링턴-워드에게 실업은 덧이 되고 있다. 경제학자들도 이런 생각을 피력한다. 6개월 이상 계속되는 실업은 재취업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이런 고통을 당하는 미국인들이 수백만에 달한다는 것이다.
장기실업은 건강악화를 초래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살과 가정파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장기실업자의 자녀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전반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에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생산성 손실과 사회적 지출 증가, 세수 감소와 저성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정부관계자들과 학자들은 경기회복이 이들을 노동력으로 흡수해 장기실업의 해악을 방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UC버클리의 경제학자인 제시 로스타인은 “우리는 그 답을 알고 있지 않다”면서 “그러나 지금 모든 이들이 두려워하던 최악의 상황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링턴-워드를 비롯해 400만명 정도의 미국인들이 경험하고 있는 장기실업은 미국 노동계의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실업률은 4년 전 10%에서 7.3%로 떨어졌다. 민간부문에서 같은 기간에 760만개의 일자리가 더해졌다. 최근 통계를 보면 단기실업자는 경기침체가 닥치기 전인 2007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장기실업은 213%나 급증했다.
이런 현상은 실업자들이 실업순서에 따라 일자리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타난다. 한 달 단위로 끊어서 보면 그 달의 신규 실업자들 가운데 20~30%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다. 하지만 실업기간이 6개월에 이르면 그 확률은 10% 정도로 떨어지는 것을 연방 준비은행 샌프란시스코 은행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처럼 일자리 얻기가 힘들어지자 일부 장기실업자들은 아예 구직을 포기한다. 따라서 통계상으로는 장기실업자가 경기침체기의 670만명에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을 좋은 소식이라기보다는 나쁜 소식으로 여긴다. 50세 이상 실업자들은 소셜시큐리티 수혜만을 기다리며 살아가기도 한다. 젊은 근로자들은 험난한 직업시장을 피해 진학을 선택한다. 이도 저도 아니면 장애수당에 의존해 살아간다. 장애수당 수혜자가 왜 급속히 치솟고 있는지 설명이 된다.
이라크 전쟁 퇴역군인으로 올 59세인 스탬 햄튼은 2년제 칼리지에 다니고 있다. 하지만 2007년 현역에서 물러난 후 그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는 현재 라스베가스 인근의 퇴역군인용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일자리를 찾고는 있지만 “은퇴시기가 될 때까지 버티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감옥에 간 것도 아니고, 술이나 도박 등 중독에 빠지지도 않았다. 그저 나이 들고 직업이 없으며 돈이 다 떨어진 상태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경기회복이 햄튼 같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지와 관련해 경제학자들은 “그것이 구조적인 것인가 아니면 주기적인 것인가”에 관한 문제“라고 정리한다. 주기적인 실업은 경기 악화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지만 구조적인 것은 비즈니스가 원하는 것과 근로자들이 제공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라는 것이다. 경제가 원하는 것은 프로그래머인데 당신은 자동차 수리공인 경우가 그렇다.
장기실업이 주기적인 문제라면 경제가 성장하면서 이런 사람들은 다시 직업시장에 편입된다. 하지만 구조적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차기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으로 지명된 재닛 옐런은 금년 한 연설에서 “정상적인 실업률이 과거 우리가 성취했던 것보다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현재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실업률이 아직은 주기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인 벤 버냉키는 건강한 경제를 상징하는 5%대의 실업률 달성이 아직은 가능하다고 지난여름 말한 바 있다. 일자리를 원하는 모든 사람들을 흡수할 수 있을 만큼 성장이 이뤄지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그 증거로 어떤 특정 분야에서도 장기실업률이 누적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꼽는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근로자들의 업종 이전이 필요해진다. 장기실업은 업종과 인종, 그리고 연령을 가리지 않고 고루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실업자들은 고학력자인 경향이 있으며 싱글 부모와 장애인, 나이 든 근로자들뿐 아니라 특히 흑인 근로자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적절한 기술을 가졌던 사람들도 ‘구조적으로’ 실업자가 될 수 있다. 오랜 실업은 설명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기술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열정도 식어가고 상처는 상흔이 된다.
배링턴-워드는 실직을 한 후 99주간 실업수당에 의존해 살았다. 2년 전 집을 포기하고 보스턴 인근에서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있다. 일정 주소가 없어 메디케이드 혜택도 못 받는다. 어딜 가려해도 차가 없어 힘들다. 손금보기 등 온갖 일들을 닥치는 대로 하지만 여의치 않다.
함께 살고 있는 오랜 친구 앨리슨 하첼은 “그녀는 똑똑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고 돈을 만들기 위해 항상 무언가를 하려 한다. 잡 인터뷰도 열심히 다니고 몸 가꾸기도 게을리 않는다”고 말했다. 하첼은 “그처럼 많은 거부를 당한다는 것은 감정적으로 쉽지 않을 일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학자들은 실업의 스트레스와 기술의 퇴색, 인간관계의 상실 등은 구조적 실업을 설명해 주는 요소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들 외에도 이들에 대한 편견이 아주 큰 작용을 하고 있음이 최근 새롭게 밝혀졌다.
최근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랜드 가야드는 약 4,800장의 이력서를 구인 포스팅에 보냈다. 별다른 직업적 경험이 없는 최근 실업자가 경험 많은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들보다 더 많은 전화를 받게 되리라는 것이 이 연구의 가정이었다. 그랬더니 실제로 장기실업자에게 전화가 걸려온 것은 단 1~3%였던 반면 최근 실업자들에게는 9~16% 전화가 걸려왔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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