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승환의 고전산책 101
▶ 정치인·귀족들의 추악한 인간성 동화로 풍자
17세기 말 영국의 정치는 아마도 오늘날 한국이나 미국의 정당 정치와 큰 차이가 없었던 것 같다. 정치인들은 민생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소속 정당의 이익과 권력 유지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태를 보여 왔다.
조나단 스위프트는 걸리버 여행기에서 정직하지 못한 정치인, 거드름만 피우는 귀족들, 비본질적인 것에 매달려 삶의 중요한 부분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신랄한 독설과 비유를 통해 풍자적으로 고발하고 있다. 때문에 아이들을 위한 동화로 잘 알려진 ‘걸리버 여행기’는 오히려 동화의 모습을 빌린 어른들을 위한 사회 풍자소설로 봐야 한다.
1, 2부에서는 동화로 잘 알려진 소인국, 대인국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계란의 뾰족한 부분을 깨 먹을 것이냐, 동그란 부분을 깨서 먹을 것이냐”를 두고 소인국 안에 이념대립이 생겨 전쟁까지 일어나게 되는 우스꽝스런 모습은 당시 영국을 위시해 유럽 여러 나라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터무니없는 명분을 내세워 전쟁을 일으키는 상황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비교적 덜 알려진 3, 4부 이야기는 극도로 이기적이고 권위만 내세우는 귀족들에 대한 비난, 타락한 인간성에 대한 고발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하늘을 나는 성 ‘라퓨타’ 사람들은 사색에 빠져 있기 좋아하고 필요 없는 연구와 교육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걸리버는 마법사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 과거 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많은 역사가 왜곡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좌절하고 분노하는데, 이는 기득권 세력의 용의주도한 진실 왜곡과 은폐를 비꼬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4부 말의 나라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충격적이다. ‘휴이넘’이라는 종족은 겉은 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아주 이성적인 계급이다. 그런데 ‘야후’라는 종족은 겉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아주 무절제하고 더럽고 추악한 하등 종족, 차라리 동물에 더 가까운 계급이다.
걸리버는 야후와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휴이넘들이 동물 취급을 하려고 하지만 자신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 와중에 걸리버는 휴이넘들이 평화롭게 서로를 존중하며 사는 모습을 보면서 모든 인간들은 어쩌면 야후에 더 가깝다는 서글픈 자각을 하게 된다.
프랑스 공상소설 작가 프에르 볼리는 ‘말의 나라’ 이야기를 각색해서 말 대신 원숭이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을 그린 혹성 탈출’(Planet of the Apes)을 1963년 출간했다. 얼마 후 할리웃에서는 찰턴 헤스턴을 주인공으로 이를 영화로 만들어 공전의 히트를 쳤다.
인터넷 세대에게는 아주 친숙한 야후 서치엔진이 왜 동물적인 인간을 의미하는 야후를 상호로 사용했는지 그 배경은 잘 모르겠지만, 오늘날도 인간은 절대로 야후 근성을 버리고 못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점점 더 야후처럼 변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인간 사회의 실상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백승환 예찬출판기획 대표(baekstephen@gmail.com)
도서협찬: 반디북US(www.bandibook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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