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량은 한정됐는데 부자들 수요는 나날이 급증
▶ 와인관련 헤지펀드만 15개 달해, 고급와인 가격지수도 지속적 상승, “묻지마 투자는 위험”경고도
와인 수집가인 켄 블라이퍼가 자신의 와인 셀러에 보관중인 최고급 샴페인을 들어 보이고 있다.
50년 전 켄 블라이퍼가 와인 수집을 시작했을 때 그는 이것을 투자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다른 애호가들처럼 그는 그저 와인을 사랑했을 뿐이며 그러다 보니 마실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은 와인을 갖게 됐다. 그래서 그는 10년 전부터 자신의 와인 셀러에 보관중인 4,000여병의 와인들 가운데 일부를 팔기 시작했다.
베니스에 거주하는 신장전문의인 블라이퍼는 한 번에 몇 케이스씩을 팔았다. 그 가운데 그가 1983년 80달러를 주고 구입했던 2병의 버건디는 2006년 무려 4,600달러에 팔렸다. 블라이퍼는 와인을 팔아 번 순수익이 수십만달러 수준이라는 것만 밝힐 뿐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기 거부했다. 블라이퍼는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전에 알았더라면 나는 결코 주식을 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좋은 와인들만을 구입해 잘 숙성시키고 보관해 되팔았을 것”이라며 “그랬다면 주식으로 올린 수익보다 더 앞서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자할 여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와인은 수익성이 좋은 투자가 될 수 있다. 100개의 최고급 와인을 가치를 측정하는 지수는 지난 2005년 이후 130%나 올랐다. 스탠다드 & 푸어스 수익률보다 2배나 높은 것이다. 낙관론자들은 부익부가 가속화 되면서 와인 시장이 성장할 것이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더욱 그럴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의 총 백만장자 가구 수는 2011년 3,800만 가구에서 2020년 6,500만 가구로 늘어날 것이라고 딜로이트 금융서비스 센터는 예측하고 있다. 이들의 재산은 이 기간 중 92조달러에서 무려 202조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에 소재한 전자 와인거래상인 리벡스의 공동창업자인 제임스 마일스는 “대단히 부유한 사회에서는 와인이 재산의 역할을 한다”며 “현재 와인의 위치가 그렇다. 부자들이 가난해 질 일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와인 투자의 방법은 아주 단순하다. 보르도 지역 와인들 같은 명성 있는 레이블의 와인들을 구입해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으면 된다. 이런 와인들은 브로커나 경매 등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와인 투자에는 식당들과 애호가들의 수요에 더해 희소성의 요소가 있다. 와인이 한 병씩 열릴 때마다 남은 와인들의 가치는 올라간다. 또 프랑스는 와인생산 확대를 금지하고 있다고 LA의 웨스트가스 와인투자 브로커스 대표인 알렉산더 웨스트가스는 설명했다.
하지만 와인 투자가 항상 100% 확실한 것은 아니다. 최상위 와인 100개의 가치를 매달 측정하는 리벡스 100은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거의 두 배나 올랐다가 이후 27%가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시장 때문에 샤또 라피트 로쉴드 같은 와인들의 경우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웨스트가스는 “시장이 너무 앞으로 나가고 있다. 지난 10년간의 엄청난 가격 상승 후 현재는 조정국면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와인 투자를 하려면 와인들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적기에 올바른 빈티지의 와인을 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와인으로 구성된 펀드를 비롯한 신규 투자가들이 대거 나오면서 이것이 한층 더 힘들어 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현재 와인과 관련된 헤지 펀드는 15개 정도 된다. 대부분 지나 5~10년 사이에 시작된 것들이다. 아직은 펀드 총액이 5억달러 정도에 불과하지만 2011년의 1억5,000만달러보다는 크게 늘어나 액수이다. 지난 1995년부터 와인 투자를 해 오고 있는 캘리포니아 레딩의 치과의사 스캇 애스빌은 “와인이 대해 잘 모르고도 투자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돈을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와인 투자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와인 투자를 하려면 와인을 최소한 5년 이상 갖고 있어야 한다. 런던에 소재한 와인 투자펀드의 매니저인 앤드류 델라 카사는 “와인 투자로 금방 부자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뮤추얼 펀드와 비슷하다. 다만 주식이나 채권 대산 와인을 케이스로 구입한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구입한 와인들은 보험에 들고 특별창고에 보관된다.
10년 된 이 펀드는 수수료를 빼고 연간 10.3%의 수익률을 기록해 왔다고 델라 카사는 설명했다. 하지만 치러야 할 대가가 적은 것은 아니다. 최소 투자금액은 1만 파운드(미화 1만6,000달러)이다. 신규 가입자는 가입비로 5%을 내야 한다. 또 연 1.5%의 관리비가 있고 수익의 20%는 펀드가 가져간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중반 이후 와인 시장의 불안정성도 신규 투자가들을 억제하지는 못하고 있다. 클리피 리는 와인이 대해 잘 모르지만 1만달러를 보르도 와인 2.5케이스를 사는데 쏟아 부었다. 그는 “처음에는 나 자신도 미쳤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하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장기투자 대상으로서 와인에 대해 점차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오클랜드에서 골프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금년 40세인 리는 “위험 부담은 있지만 보상이 아주 크다”/고 덧붙였다.
오래된 와인애호가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와인의 가격이 치솟는 것을 보면서 와인을 투자품목으로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들은 저평가된 와인을 찾아 와인 스토어들을 뒤지고 와이너리를 방문하는 등 투자에 필요한 기본적인 일들을 오래전부터 해 온 사람들이다. 그런 만큼 투자와 관련한 리서치는 이들에게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다.
웨스트우드의 약사인 마이클 스턴은 1977년 톨루카 레이크의 한 와인샵에서 6달러50센트를 주고 샀던 샤또 몽뜰레나 샤도네를 팔아 큰 수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그는 이 와인과 다른 2병의 기념와인을 1,500달러에 팔았다. 그는 “나 스스로 놀랄 지경이었다. 어디서 이런 수익률을 올릴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런 경험은 스턴으로 하여금 계속 완인을 구매토록 하는 이유가 됐다. 그는 “나는 ‘왜 내 돈을 와인에 쏟아 붓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와인 가격이 올라가지 않았다고 치자. 그러면 ‘마시기 좋은 와인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나로서는 잃을 염려가 전혀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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