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에 갔을 때 일이다. 정글짐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었는데, 둘째가 순식간에 정글짐 꼭대기까지 올라가서는 내게 손을 흔들었고 나는 엄지 손가락을 쭉 뻗어 아이에게 화답했다. 그러고 큰 아이를 바라보니 동생이 자기보다 먼저 꼭대기에 올라간 것도 속상한데, 엄마까지 동생을 칭찬하는 모습에 울음보를 터뜨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때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할머니께서 첫째에게 말을 건네셨다. “너는 참 좋겠구나. 저기 꼭대기에 있는 아이가 네 동생이지? 저렇게 빠른 동생을 두다니 마음이 기쁘겠구나!”
첫째의 얼굴에는 헷갈리는 듯한 표정이 가득해졌다. 동생이 나보다 빨리 올라가서 속상해 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꼭대기까지 빠르게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이 다른 누구의 동생도 아닌 바로 내 동생이라서 경쟁에서 졌지만 여전히 기뻐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에게도 할머니의 가르침이 새롭고 놀랍기는 매 한가지였다. 이기면 기쁘고 지면 슬프고, 기쁘기 위해서는 이겨야 하는 경쟁의 법칙이 순식간에 뒤집어지는 순간이었다. 무한 경쟁의 시대에 살다보니 매사가 경쟁이 되어버리기 일쑤다.
학업과 생업의 현장에서는 물론이고 놀이와 취미에 이르기까지 누가 더 뛰어나고 대단한지를 재느라 경쟁의 과정과 목적은 저평가되는 일이 다반사다. 일등만 드러나기 때문에 오로지 일등을 가려내는 것이 경쟁의 목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경쟁의 또다른 중요한 목적은 경쟁 참가자들이 경쟁을 통해 성장하는 데 있다. 경쟁을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게 되면 경쟁이 나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놓치게 된다. 일등을 하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을 할 수 있으려면 진심으로 일등의 노력과 성취를 인정해주고, 경쟁에 임할 수 있었다는 자체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결단하고, 승패보다는 내 자신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아이들은 지금도 정글짐을 오르내리며 경쟁을 한다. 늘 승패가 갈리지만 이제는 아이들 중 누구도 화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누가 먼저 정글짐 꼭대기에 오르느냐도 중요하지만, 정글짐을 오르내리며 느끼는 재미와 그를 통해 형성되는 아이들간의 우애, 성장하는 아이들간의 관계도 경쟁에서는 중요하다 것을 경험을 통해 배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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