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석학 인터뷰: 글로벌 뷰, 세계를 말한다 - 제프리 색스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
▶ 양극화 해결 없인 십수년내 대위기 세금감면 등 단기 부양책 치중 말고 지속가능한 성장‘장기전략’ 나서야
“세계 많은 국가들에서 실업률 증가, 사회적 불평등 심화 등으로 정치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나아가 국가 전체가 두 쪽으로 분리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앞으로 글로벌 경제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정치불안입니다.”
제프리 색스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지구연구소 소장)는 “하루빨리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10년, 20년 뒤에는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적 경제학자이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특별자문관으로도 널리 알려진 그는 인터뷰 내내 ‘장기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개별 국가는 물론 전세계가 눈앞의 위기를 넘기 위해 단기 부양책만 치중할 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구조개혁, 과학기술·교육 투자 확대 등을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 녹색성장, 환경보호, 빈곤퇴치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색스 교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위기 극복 대책에 대해서도 “세금감면·현금지급 등을 통해 소비만 부양하려는 일회용 연고에 불과하다”며 “10년 정도의 중기 재정 틀을 갖고 인프라 현대화, 과학기술 발전, 기술인력 양성 등을 통해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투자 동력을 만들어야 했는데도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비판했다.
-2014년 세계 경제에 대해 낙관론이 지배하고 있는데 장밋빛으로만 볼 수 있을까요.
▲정치경제학적인 문제가 가장 큰 우려 요인입니다. 미국과 유럽도 정치 시스템은 물론 국가 전체가 두 쪽으로 분리돼 있습니다. 유럽의 긴축재정, 미국의 공공지출 감소 등의 반작용으로 사회 곳곳에서 정치적 균열이나 사회적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큰 리스크지만 당장 내년에 닥칠 문제도 아니고 매우 천천히 오기 때문에 정치권도 해결책을 내놓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나중에는 문제해결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상황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 각국은 가난과 경제적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아무런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고 비판한 게 생각나는데요.
▲지난해 11월 바티칸에서 열린 빈곤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교황을 만났습니다. 저는 시장 신봉주의자이며 교황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교황은 경제에도 도덕적 기준이 필요하고 인간은 누구나 기본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교황은 정치가나 정책 담당자가 아니기 때문에 발언이 더 강력한 힘을 갖는다고 봅니다. 저 역시 세계화의 사각지대에 놓인 가난이나 질병 등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한다고 봅니다.
-미 경기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 오바마 행정부의 브레인인 케인지언 학자들의 경기부양책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는데요.
▲새로운 종류의 거시경제학이 필요합니다. 바로 소비 주도적인 성장이 아니라 투자 주도의 성장입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공공투자와 민간투자를 상호보완해 헬스케어, 교육, 저탄소 에너지, 그린빌딩, 환경 등이 몰고 올 정보화, 나노기술 혁명의 흐름에 동참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장기 밑그림은 없이 막대한 정부 재정을 퍼부어 소비를 촉진하는 근시안적인 접근으로 일관했습니다. 아주 잘못된 처방인 셈이지요. 그 결과 고수익·고위험 투자의 활력이 살아나지 않고 주택·자동차 등의 소비만 늘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 등 경쟁자는 21세기형 기술발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양적완화 종료, 기준금리 인상 등 연준 통화정책의 정상화도 서둘러야 할까요.
▲시중에 너무 많은 유동성이 풀리면서 이미 주식·부동산 가격이 급등했지만 앞으로도 더 많은 버블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연준의 통화정책이 왜곡돼 있어 출구전략을 서두르면 금융거품 붕괴 등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은 급속한 속도가 아니라 단계적으로 점차 이뤄져야 합니다.
-테이퍼링이 2014년 글로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연준 통화정책의 모든 변화는 점진적으로 일어나겠지만 결국 제로 수준인 기준금리나 국채금리가 앞으로 3~4년 안에 역사적 정상 수준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최근 몇 년간의 초저금리가 끝나갈 때의 충격을 투자가들이 명심해야 합니다.
-신흥국에 영향은 어떨까요.
▲몇몇 신흥국은 단기자본 유출 위험에 직면할 것입니다. 특히 인도가 가장 우려됩니다. 인도는 재정이 취약한데다 2014년 총선에서 (현재 지지율이 급락한) 집권당인 국민회의당(NCP)이 패배하면 정치불안까지 겹칠 수 있습니다. 또 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 등 이른바 브릭스(BRICS) 국가도 요주의 대상입니다. 다만 세계 경제의 가장 주요 키인 중국 경제는 낙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은 고성장을 유지하며 신흥국 등 글로벌 경제를 지탱할 것입니다. 특히 한국 경제는 경제 펀더멘털이 튼튼해 양호할 것으로 봅니다. 한국의 성장전략은 삼성·LG 등 글로벌 선도기업의 기술발전과 리더십에 의존하고 있어 정말 훌륭합니다. 중기적 성장자원이 별로 없는 다른 나라와는 정말 다릅니다.
-좋은 말만 하시는데 한국 경제에 위협요인은 없나요.
▲지난 2008년 금융위기에서 보듯 금융시장의 취약성입니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에 극도로 주의하면서 거시적 차원의 금융정책, 보유외환 확충에 나서는 한편 미국·중국·일본·유럽 등 ‘패닉’을 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다른 나라 중앙은행과 공조체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한국인들은 국제사회의 평가와 달리 한국을 여전히 신흥국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선진경제로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국은 교육, 정보기술(IT), 건강보험 인프라가 뛰어난 데서 보듯 이미 선진국의 특성을 갖추었습니다. 하지만 선진국 지위를 확고히 하려면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과학기술 개발과 정상급의 교육 시스템. 다른 하나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아프리카 진출과 같은 새 시장의 발굴입니다. 중국은 이미 아프리카 진출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한국이 인프라·IT 등 아프리카 국가에 팔 수 있는 엄청난 자원을 갖고 있다는 점은 축복입니다.
■제프리 색스는
1983년 29세의 나이로 하버드대 최연소 교수가 된 천재 경제학자로 국제금융·거시경제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각별한 친분이 있고 정기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지한파이기도 하다. 후진국의 경제개발, 가난·질병 퇴치, 세계 경제의 환경친화적 성장 등에 대해 탁월한 연구 업적을 남겼고 실제 해법마련을 위해 노력해온 행동하는 지성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 등 다양한 국제기구의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코노미스트’로 평가했다.
▲약력
△1954년 미국 미주리주 △1980년 하버드대 경제학박사 △1984년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1995년 하버드대 경제개발센터 소장 △2002년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 및 지구연구소 소장 △2011년 유엔 사무총장 특별자문관 및 글로벌녹색연구소 이사
<최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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