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쿠바의사 4,500명 들여와 빈민가·오지 배치
▶ “카리브해 영향력 높이려는 전략” 경제교역량도 10년 새 4배 증가, 브라질 의사들 비판과 반발 거세
<리우데자네이로, 브라질> 자카레이지뉴 지역 광대한 슬럼가의 공중보건 환경은 많은 브라질 의사들이 피하고 싶어 할 정도로 열악하다. 이 지역의 버려진 철길을 따라 마약딜러들은 거래를 하고 인근의 유기견 화장터에서 풍겨 나오는 악취는 환자들과 의료진을 견딜 수 없게 한다.
브라질 정부가 쿠바에서 들여 온 4,500명 이상 되는 의사들 가운데 한명인 이다미스 곤잘레스(45)는 “물론 이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안다”고 말했다. 브라질 정부는 오지와 빈민가에서 일한 의사들을 충원하기 위해 쿠바로부터 의사들을 수입하고 있다. 곤잘레스는 탈수와 설사로 찾아 온 유아를 살펴보면서 “우리는 다른 의사들이 가지 않는 곳에 간다”고 덧붙였다.
2013년 공공부문 서비스 악화로 군중 시위가 촉발된 이후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쿠바로부터의 의료진 수입을 이런 소요에 대한 대처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의사가 과잉상태인 공산국가 쿠바로부터 의료진을 들여 와 브라질 공공보건에서 소외된 지역에 파견하는 조치에 대해 브라질 의사노조는 반발하고 있지만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 않는다.
그러나 이런 조치 속에는 브라질 정부의 좀 더 광대한 야심이 들어있다. 쿠바 경제가 점차 자본주의에 노출되고 있는 가운데 쿠바에 대한 영향력을 증대하겠다는 계산이다. 대 쿠바 브라질 수출은 급속히 늘고 있다. 1년에 4억5,000만달러로 지난 10년 사이에 무려 4배가 늘었다. 수출증대는 브라질 정부의 금융지원을 받고 쿠바에 진출한 기업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브라질은 열대우림지역 경작기법 등을 전수하면서 아직은 미국의 영향력이 미미한 이 나라에서 소프트 파워를 키워가고 있다.
국제관계위원회의 라틴아메리카 연구소 책임자인 줄리아 스웨이그는 “브라질은 카리브해에서 장기적인 전략게임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쿠바도 이득을 보고 있다. 개발도상국에 의사를 수출하는 의료외교를 오랫동안 벌여 온 쿠바는 브라질과의 새로운 프로젝트에서 결실을 거두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연간 2억5,000만달러 정도를 쿠바정부에 안겨주고 있다.
브라질 역시 결실이 많다. 브라질은 베네주엘라와 중국에 이어 쿠바의 3번째 교역 상대국이다. 베네주엘라는 쿠바의 최고 동맹국으로 하루에 10만배럴의 원유를 공급해 주고 있다. 베네주엘라가 이념적 동맹이라면 브라질은 자국 기업들에 좀 더 많은 기회를 찾아 주자는 것이 목적이다.
예를 들어 글로보 네트웍이 제작한 브라질 드라마 ‘아벤디아 브라질’은 쿠바 국영방송에서 방영된다. 쿠바 시청자들은 리우 교외지역에 사는 브라질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또 브라질의 콩과 쌀은 쿠바의 주요 식량 공급원이 되고 있다. 하지만 브라질의 쿠바 내 최대 프로젝트는 9억달러가 소요되는 마리엘 항 업그레이드 공사이다. 이 공사의 주체는 플로리다에서 많은 인프라 공사를 하기도 한 브라질의 거대 건설회사 오데브렉트이다.
워싱턴의 쿠바 경제제재가 길어지면서 미국 기업들의 쿠바 진출이 금지되고 있는 가운데 날로 활발해지는 브라질의 쿠바 진출은 쿠바의 상황과 맞물려 있다. 베네주엘라가 아직은 쿠바의 가장 큰 시혜자가 되고 있지만 자국의 경제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언제까지 이런 지원을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베네주엘라와 쿠바 간의 7억달러 니켈 합자는 연기됐으며 많은 다른 프로젝트들은 취소됐다.
반면 중국의 쿠바 수출은 급증하고 있다. 대형 호텔들 밖에서는 중국관광객들을 태운 관광버스를 쉽게 볼 수 있으며 중국산 자동차는 이곳 관료들의 관용차로 쓰이고 있으며 스페인어를 공부하는 수천명의 중국 학생들은 호스텔들과 하바나의 작은 중국식당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브라질의 쿠바진출은 조심스럽게 이뤄지고 있지만 쿠바 의사들의 브라질 수출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쿠바 의사들은 대개 흑인인데 이들로 인해 브라질 의료계에서는 인종과 특권을 둘러싼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브라질 북부 한 지역 의사협회 책임자는 “쿠바 의사들은 노예의사들”이라며 쿠바 의사들이 처한 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는 비판자들의 평가를 인용했다.
범아메리카 보건기구가 관리하는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쿠바 의사들은 가족을 동반할 수 없으며 월 4,225달러인 봉금의 일부만을 받는다. 나머지는 외화가 부족한 쿠바 정부로 간다. 프로젝트 지지자들은 이들을 노예의사라고 지칭하는 것은 기존의료계의 인종주의라고 비판한다. 호세프 대통령도 이를 “쿠바에 대한 편견”이라고 질타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브라질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1.8명으로 이웃인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그래서 호세프 대통령의 조치는 내년 재선을 위한 비상한 정치적 조치로 해석된다. 한 쿠바 의사로부터 여성과 진료를 받은 21세의 한 브라질 여성은 “그들이 쿠바인이든 아니든 의사를 갖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아직은 초기단계이지만 향후 문제점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 베네주엘라가 지난 2003년 쿠바의사들을 고용하기 시작한 후 수백명이 근무지를 이탈해 미국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브라질 법무부 관계자는 정치적 신념 때문에 박해를 받을 경우 망명 신청이 가능하지만 2013년에 이를 신청한 쿠바의사는 한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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