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망의 코카콜라 김덕호 지음ㆍ지호 펴냄
▶ 초기 자양강장제로 팔려, 2차대전 때 군수품 선정, 전세계인 음료 자리잡아, 광고 통해 ‘필수품’ 인식, 소비사회 욕망 실현 산물
호리호리한 병, 빨간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특유의 로고는 단번에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껏 갈증이 심할 때 혹은 느끼한 음식과 함께 어우러질 때, 이 음료가 전하는 청량감은 배가 된다. 99%가 설탕과 물로 이뤄진 검정 탄산음료, 코카콜라가 지닌 소비 마력(魔力)이다.
코카콜라는 세계적인 브랜드 컨설팅 회사 ‘인터브랜드’가 2000년부터 실시한 ‘최고의 글로벌 브랜드’ 평가에서 연속으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브랜드 가치만 무려 778억 달러(약 82조 5,300억원)에 달한다. 설탕물 탄산음료가 어떻게 이 지구 상에서 최고의 브랜드가 될 수 있었을까? 책은 ‘코카콜라’라는 브랜드 역사를 통해 우리 일상을 떠받치고 있는 자본주의와 이를 굴러가게 하는 소비사회 단면을 들여다본다.
1886년 코카콜라는 처음 이 지구 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코카콜라가 태어날 당시 미국 남부는 남북전쟁이 끝난 뒤 의사는 부족하고 환자는 넘쳐나는 매약(賣藥·미리 조제 해 놓고 파는 약) 전성 시대였다. 당시 외국산 매약들이 들어와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 마냥 팔리고, 이를 모방한 매약들도 넘쳐났다. 이때 미국 약제사였던 존 펨버튼은 프랑스 만병통치약을 모방해 ‘프렌치 와인 코카’라는 일종의 매약을 만들었다. 코카 잎의 성분인 코카인과 콜라 열매의 성분인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였다.
초창기 코카콜라는 그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일반적인 음료라기보다 자양강장제 혹은 다른 효능이 있는 약으로 팔린 경향이 짙었다. 이후 지역 내 금주법이 시행되려 하자 곧 알코올 성분을 뺀 뒤 코카콜라로 만들어 탄산음료 매장에서 팔았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순정식의약품법을 만들어 매약에 대한 제재를 가하기 시작하자 코카콜라는 본격적인 음료로 탈바꿈했다.
음료로 자리매김한 코카콜라는 판촉, 무료시음 등과 함께 파격적인 이미지 광고를 발판 삼아 급성장하기 시작한다. 코카콜라는 일찍부터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대규모 스포츠 행사를 후원하며 이를 통한 광고로 세계화를 추진할 수 있었다. 70년간이나 5센트로 고정된 싼 가격과 한결같은 품질 덕분에 지독한 대공황도 거뜬히 이겨냈다.
코카콜라가 미국 국내 시장에 머물지 않고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제품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2차 세계대전이 그 시발점이 됐다. 코카콜라가 전쟁에 참전하고 있던 병사들의 사기진작용 군수품으로 선정돼 설탕 배급에 특혜를 받았음은 물론, 전쟁터에 코카콜라를 대량 공급하기 위해 미군의 진로와 함께 유럽과 태평양 전선에 무수한 보틀링(음료를 병에 넣는 작업) 공장을 세우게 됐다. 전쟁 후에는 결국 이 보틀링 공장이 전 지역 코카콜라 보급의 전초 기치 역할을 하기에 이른다.
이윤이 작은 대신 회전율을 높였다는 점도 코카콜라 성공의 토대가 됐다. 다른 물품에 비해 낮은 가격의 물건이라도 지속적으로 팔리는 소비재라면 얼마든지 큰 이윤을 창출할 수 있고, 그 작은 이윤이 모여 엄청난 금액을 이룬다는 것을 오롯이 증명해 보였다.
지속적으로 팔리는 소비재로 자리를 굳히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습관적으로 이 상품을 찾고 소비해야 하는데, 코카콜라는 이 해법을 광고에서 찾았다.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물을 마시면 된다. 그러나 굳이 소비자가 필수품이 아닌 콜라를 습관적으로 집어 들게 하기 위해 광고로 소비 욕망을 부추겼다.
저자는 “존재조차 몰랐던 상품이라도 광고를 통해 효과적으로 선전 되면 사람들은 그 상품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며 “코카콜라는 바로 이 소비자본주의 욕망의 실현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라고 분석한다.
소비자본주의는 전 세계의 곳곳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고 그에 따라 환경 악화와 자원의 고갈로 지구는 신음하고 있다. 이제 이 위험한 미국식 소비자본주의의 확산을 방치할 수 없는 한계점에 왔다는 점을 저자는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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