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처럼, 파리처럼
유리병에 벌과 파리를 각각 5마리씩 넣고 병 바닥을 창가로 향하게 한 후 눕혀두면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벌은 유리병 바닥 근처에 모여 탈출하려고 몸부림을 친다. 모두 기진맥진해서 죽을 때까지.
반면 파리는 몇 분 후 열린 병목을 찾아 유유히 빠져나간다. 왜일까.
생물학자들은 벌의 죽음을 그들이 지닌 지식 때문으로 해석한다. 즉 빛이 들어오는 쪽에 출구가 있다고 생각하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유리병 바닥이 막혔다는 새로운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그저 빛만 따라가는 것이다. 한편 벌에 비해 지능이 떨어지는 파리는 빛의 방향이나 밝기에는 관심이 없다. 이리저리 유리병의 벽을 몇 번 쳐보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탈출구를 발견한다. 파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었지만 벌은 빛을 따라가면 살 수 있다는 한가지의 전통적인 지식만 고집했다.
벌이 지닌 지식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즉시 적응ㆍ응용할 수 있는 자유롭고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조건반사적으로 익힌 기계적인 것이었다. 이에 비해 파리는 하나의 지식이나 룰을 최종적이며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그것에 구속되기를 반항하는 정신적 방랑자처럼 행동했다. 마치 새로운 항로 개척을 위해 돛단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사람과 같다. 뚜렷한 목적지도 모르고, 정해놓은 바닷길도 없는 상태에서, 어둠ㆍ안개ㆍ파도를 만나 수시로 해로를 잃는다. 항해도중 쉬는 동안에는 해적을 만나 공격 당하기도 일쑤다. 그러나 그런 외로움ㆍ불편ㆍ고생 끝에 신대륙이 나타났다.
나아가 정신적 방랑자는 “2더하기2는 무엇이지?”라는 질문에 “1”이라고 답하는 학생과 같다. 그렇게 대답한 학생은 시험 점수를 깎일 뿐만 아니라 “너는 어떻게 기초적인 것도 모르니?”라는 꾸중도 듣게 된다. 그렇지만 그는 자유로운 정신을 지닌 학생이다.
“제 왼쪽 눈에서 흘러나온 눈물 방울 2개가 오른 쪽에서 흘러나온 눈물 방울 2개를 만나 한 방울이 되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하며 전통적인 산술방식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학교 기말고사ㆍSATㆍACT등 모든 질문에 교과서적인 정답이 존재하는 시험은 그런 자유분방하고 엉뚱한 생각을 하는 학생의 창의적, 직감적, 비판적 사고 능력을 측정하지 못한다.
“2+2=4”라는 정답을 내는 학생은 시험 치르는 조건반사적인 요령을 파악해 K-12 학교 과정을 거치는 동안 별 탈없이 지낼 수 있다. 이렇게 정답 찾기에 익숙한 학생은 학교와 사회에 널려있다. 그런데 그들이 지닌 지식은 순식간에 변하고, 불확실한 현시대의 상황에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제공할 수 없다.
유리병이라는 갇힌 공간이지만 벌과 파리는 어디로든 날아 갈 수 있었다. 벌은 전통적인 지식을 쫓아 ‘어디로’날아갈까를 고민하며 햇빛이라는 방향타만 찾았고, 파리는 ‘어디로’가 아니라 ‘어떻게’라는 노하우를 찾아 헤맸다.
물론 목적 없이 방황하는 듯한 과정에서 시행착오와 위험부담도 따랐다. 오늘의 무한 경쟁 사회는 “2+2=1” 이라는 색다른 해결책을 제시하며 위험부담을 마다하지 않고 그것을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는 인재를 요구한다. 이 사회의 경쟁력은 그런 학생을 어떻게 발굴할까, 발굴 후 그들을 어떤 환경에서 교육할까, 그들의 성장과 활동을 가로막는 교육제도ㆍ관습ㆍ고정관념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해결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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