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전 답답한 공격-허술한 수비 문제점 노출
▶ 참패 수모를 보약으로 뒤바꿀 감독 지도력 기대
5~6명이 돌파해 들어오는 한 명을 막지 못해 3번째 골을 내준 한국선수들이 허탈해 하고 있다. <뉴시스>
준비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일회성 딸꾹질’일까, 아니면 진짜 우려해야할 만한 심각한 문제일까.
한국 축구대표팀 홍명보호가 29일 멕시코와 평가전에서 충격적인 0-4 참패를 당하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사실 이번 경기에 나선 대표팀 멤버구성이 국내파 위주로 돼 있고 실제 브라질월드컵에 나설 대표팀과는 차이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 이번 한 경기 결과만 가지고 너무 비관하고 비판만 하는 것은 ‘침소봉대’(바늘만 한 것을 몽둥이만 하다고 한다- 작은 일을 크게 불려 떠벌리는 것)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월드컵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당한 충격적인 4골차 참패는 홍명보 감독과 선수들, 그리고 한국팬들에게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경기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잘 파악해 월드컵 본선 때까지 최대한 해법을 찾는다면 좋은 예방주사를 맞은 것이 될 수 있지만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자신감 상실의 원천이 된다면 그 타격이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날 멕시코를 상대로 총 9개의 슈팅을 때린 것이 전부였다. 그중 유효슈팅은 전반에 기록한 2개뿐이었다. 코스타리카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김신욱은 이날 아예 슈팅 자체가 없었고 이근호는 유효 슈팅 한 차례를 포함해 슛 두 개에 그쳤다.
단순히 슈팅이 적은 것만이 아니었다. 멕시코 수비가 압박해올 때 공간을 활용하지 못한 채 마땅한 공격루트를 찾지 못해 볼을 뒤로 돌리는 모습이 되풀이됐고 롱볼로 김신욱의 머리만 겨냥하는 단조로운 패턴도 보였다. 양쪽 날개로 나선 염기훈과 김태환도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사실 날개 쪽은 손흥민과 이청용 등 해외파에 기대할 만한 자원이 있지만 박주영(아스날)이 계속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전방 원톱에 대한 우려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툭하면 뚫리는 허술한 수비라인이었다. 이날 멕시코전에서 한국 수비진은 짜임새있는 조직력을 찾아보기 힘든, 거의 기본이 안 된 모습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사실상 원정경기라는 힘든 조건을 감안, 수비벽을 두덮게 쌓고 나섰지만 유기적인 협조 플레이가 잘 되지 않아 수비수는 많아도 여러 명의 수비수가 순간적으로 침투하는 한 명의 상대선수를 막지 못하는 모습이 드러났다.
바로 후반 40분 터진 멕시코의 3번째 골이 그런 모습을 잘 보여준 대표적인 예였다.
한국 진영 왼쪽에서 볼을 잡은 멕시코의 이삭 브리수엘라는 한국 수비수 대여섯 명 사이를 지그재그로 헤집고 페널티박스 안쪽까지 돌파해 들어가 크로스를 올렸고 쇄도하던 알란 풀리도의 예리한 논스탑 발리슛에 한국 골키퍼 김승규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수비 숫자만 많았지 조직력이 전혀 없어 대담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는 상대의 모멘텀을 미리 끊어놓지 못해 벌어진 일이었다. 홍명보 감독으로선 본선에서 더욱 뛰어난 개인기를 지닌 상대와 맞설 때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반 첫 두 골 실점 때는 문전으로 넘어온 크로스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수비수들의 볼 처리가 깔끔하지 못했던 것이 두드러졌다. 전반적으로 멕시코의 다양한 공격 루트에 수비진은 시종 중심을 잡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습이었다.
물론 이날 경기는 어디까지나 평가전이었고 참패가 아쉽지만 드러난 문제점을 잘 보완한다면 오히려 대표팀에 ‘보약’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패배를 보약으로 만들려면 홍명보호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은 1일 오후 2시(LA시간) 카슨 스텁헙센터에서 미국을 상대로 전지훈련 3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멕시코전의 악몽이 일회성 딸꾹질이었는지, 진짜 심각한 문제이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일전이다.
홍명보 감독이 뜻밖의 참패 수모를 보약으로 뒤바꿀 지도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경기는 케이블채널 ESPN2와 스패니시 채널 KFTR(공중파 46번)으로 생중계된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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