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 드라마 정도전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조선 개국의 일등공신인 정도전과 고려 말 충신으로 추앙받는 정몽주는 정치제도를 바꿔 백성들을 잘 살게 한다는 목표는 같았지만, 정몽주는 개혁을 통한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한 반면, 정도전은 순간에 모든 체제를 뒤바꾸는 혁명을 추진한다. 목적 달성의 성과를 얻는데 개혁보다는 기존의 체제를 뒤엎는 혁명이 훨씬 효과적 방법이라 정도전은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사를 바꾼 4대 혁명으로 알고 있는 영국의 청교도혁명, 프랑스혁명, 러시아혁명, 미국의 독립혁명을 비롯한 역사에 수록된 수많은 혁명의 공통점은 지배자의 통치에 항거하는 민중들의 봉기였다는 점이다.
시간이 흐르면 민심도 변하고 세상이 바뀌지만 도도한 변화의 흐름을 통치자들이 외면했거나 무시했기 때문에 자신들은 물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혁명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만약 그들이 사회의 변화에 맞춰 꾸준한 개혁을 실시했었다면 극단적 혁명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개혁은 혁명보다 더 어렵다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난다. 정치적 용어로 쓰이는 개혁과 기업에서 많이 사용하는 혁신은 한자어로는 약간 다르게 쓰이지만 영어로는 똑같이 innovation으로 번역한다.
기업에서 혁신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후 이를 본격적으로 적용한 사람은 잭 웰치가 아닐까 싶다. 1999년 포천지에 의해서 20세기 최고의 경영자로 선정된 잭 웰치는 혁신의 아이콘으로도 불리는데, 그가 펼쳤던 GE 혁신 프로그램은 사실 혁명에 더 가까운 것이었다.
회장에 취임 후 5년간 무려 11만명을 해고시키는 과정을 지켜본 사람들이 오죽하면 중성자탄(잔인한) 잭으로 비난했겠는가? 그는 업계 1~2등에 들지 못하거나 향후 들어갈 가능성이 없는 사업은 모두 정리해 버리는 과감한 구조조정(혁명)으로 재임 중 시가 총액을 40배로 키워 자신과 주주들을 갑부의 반열에 올려놓음으로써 비난을 모두 잠재워 버렸다.
그렇다면 GE 전임 CEO들이 모두 바보이거나 무능력하지도 않았을 텐데 왜 그런 결과가 나온 걸까? 당시 세계 최대 기술 집약형 제조기업으로 대부분의 분야에서 오랜 기간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었던 GE는 시간이 흐르면서 상대적으로 조직운영과 관리가 느슨해져 소위 말하는 fat이 많이 끼었지만, 그들은 고통스런 구조조정의 칼을 잭 웰치처럼 과감히 휘두를 용기가 없었던 것 아닐까 짐작해 본다.
사람이 굳이 과식을 안 해도 상대적으로 운동량이 적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fat이 끼고 일정 수준이 지나면 컨트롤이 어렵게 돼 결국은 수술대에 누워 의사의 손에 자신의 운명을 맡겨야 하듯이, 기업도 매일 혁신활동을 통해 불필요한 fat이 끼지 않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경쟁에 밀려 문을 닫거나 살아남기 위해선 고통스런 수술을 감내해야 한다.
한국의 대부분 큰 기업들도 97년 존폐의 위기에서 대규모 구조조정(혁명)으로 회생하게 되었음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수많은 직장인들이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해 거리를 헤매는 비극의 책임은 최고 경영자가 져야 하겠지만, 실상은 애꿎은 종업원들만 희생을 당한다.
지금은 당시보다 적은 인원으로 수십 배의 매출을 더 올리고 있음은 우리 모두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하며, 기업의 구성원 모두는 힘을 합쳐 고통스런 구조조정의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혁신을 일상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말이 거창해서 그렇지 사실 혁신이란 특별한 것도 아니다. 항상 시장의 변화를 주시하며 조직의 기강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긴장을 유지하고, 어제보다 더 효율적인 경영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상의 혁신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워런 버핏은 아래와 같이 충고했다. “오늘부터 비용절감을 실시하겠다는 말은 지금부터 숨쉬기를 시작하겠습니다”하고 똑같은 뜻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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