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상공회의소의 연중 최대 행사인 ‘한인상공인의 밤’(갤라) 행사가 지난 19일 한인 및 주류사회의 각계인사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도 어김없이 성대하게 열렸다.
하지만 이번 행사의 뒷 맛이 영 개운치가 않다. 갤라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시상식의 주인공 4명중 3명이 LA 한인들에게는 비교적 낯선 한국의 정치인, 공무원, 교수였기 때문이다.
이날 상의는 김관용 경북지사에게 글로벌 리더상, 이희봉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장에게 최우수 경영인상, 김회영 대구 가톨릭대 음대교수에게 글로벌 음악인상, 김순균 시그니처 헬스케어 대표에게 최우수 기업인상을 수여했다.
LA 한인상공회의소 정관의 포상규정에는 “본 회의소를 위해 헌신했거나 현저한 공적을 남겼다고 인정되는 개인이나 단체에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포상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이들 수상자들이 한국의 정치인, 공무원, 교수이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다만 이들이 상의를 위해 어떤 헌신을 했거나 LA 한인경제 발전을 위해 어떤 공헌을 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본 기자가 알기로는 이희봉 청장의 경우 얼마 전 LA를 방문, LA 한인기업과 2억달러 투자유치 MOU를 맺은 것이 LA 한인사회와 이룩한 관계의 전부이다. 또 이날 갤라에서 만난 한 상의 관계자는 기자에게 ‘김회영 대구 가톨릭대 교수가 누구냐’고 물어와 상의의 ‘묻지마식’ 시상 배경을 반영했다.
상이 포상으로서의 진정한 의미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상을 주는 사람과 상을 받는 사람, 시상을 바라보는 사람 모두가 ‘상을 받을만한 사람이 받는다’는 묵시적인 교감이 형성돼야 한다. 이 같은 교감은 포상의 기준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일 때 발생한다.
상을 왜 주는지 모르고, 왜 받는지 모르고, 왜 박수를 쳐야 하는지를 모를 때 상의 의미는 퇴색된다.
지위가 높다고, 유명하다고 다 자랑스러울 수는 없다.
한인타운 뒷골목에서 작은 식당을 경영하면서 연말이면 꼬박꼬박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내는 70대 할머니, 직원이 12명에 불과한 비즈니스를 운영하면서 아들 삼형제를 미 주류사회에서도 인정하는 봉사의 일꾼으로 키워낸 업체 대표, 주말이면 어김없이 청진기를 둘러메고 저소득층 지역을 돌며 무료 진료를 해주는 슈바이처 한인의사, 수백, 수천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대기업 대표 등등…사회적으로 유명하지 않고 지위가 높지도 않지만 자랑스런 한인들이 LA에도 너무나 많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상의는 이번에 몇몇 로컬 한인 기업들을 수상자로 선정했으나 일부는 영향력있는 내부 인사의 반대로, 일부는 후보자의 고사로 무산됐다고 한다.
상은 영예스러워야 한다. 누구나 타고 싶어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수상 기준을 지키는 길밖에 없다. 상을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 수상을 지켜보는 사람 모두가 흐뭇해 하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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