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로츠키 로버트 서비스 지음ㆍ교양인 펴냄 / 불세출의 소련 혁명가냐 오만·독선적 혁명가냐
▶ 사회주의 최고 선동가… 욕심으로 동료들 등돌려, 냉철한 권력의지도 부족, 스탈린에 끝내 암살 당해 업적·모순 낱낱히 파헤쳐
붉은 혁명가의 상징인 레닌도 경외시했던 러시아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1879~1940). 사회주의 혁명 사상 가장 탁월한 선동가이자 연설가, 탁월한 군사 지도자의 면모도 갖췄으며 아름다우면서도 날카로운 그의 펜끝 아래 구름처럼 추종자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스탈린 비밀요원의 도끼에 의해 1940년 망명지인 멕시코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추종자들은 그를 ‘흠 없는 혁명가’라며 찬양한다. 실제 1917년 러시아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끈 트로츠키는 당시 절대적인 권력 우위에 있었다. 그의 경력과 카리스마는 동갑내기인 스탈린을 압도했다. 그런 그는 왜 결국 실패했을까.
“1인자가 되기에는 덕이 부족했고 2인자로 남기에는 열정이 넘쳤다”는 말은 트로츠키의 단면을 가장 잘 묘사한 말이다. 그는 함께 고통을 나눌 줄은 알았으나, 투쟁의 열매를 함께 나눌 줄은 몰랐다. 더할 수 없이 오만했고 동료들은 하나 둘 적으로 돌아서게 됐다. 트로츠키에게 등을 돌린 대표적 인물이 스탈린이다. 결코 포기를 모르는 무서운 집념의 소유자이자 복수의 화신인 스탈린을 얕보았던 건 트로츠키 일생에 치명적 실수가 된다. 피도 눈물도 없는 권력투쟁에서 냉철한 권력의지가 없었다는 것도 스탈린과 트로츠키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 요인이었다.
마치 한 편의 소설과도 같은 트로츠키의 생애가 다각도로 촘촘히 재조명된 책이 나왔다. 극과 극의 평가를 오가는 트로츠키, 혁명 사상가로서 일군 놀라운 업적은 물론 그가 저지른 잘못과 모순까지 낱낱이 파헤치며 ‘인간 트로츠키’의 맨 얼굴을 그대로 담았다. 러시아 근현대사 권위자로 특히 혁명사 분야 연구의 대가로 손꼽히는 로버트 서비스 영국 옥스퍼드대 역사학 교수가 책을 썼다. 서비스 교수는 ‘들어가는 말’에서 “그(트로츠키)는 때로 듣는 사람이 놀랄 정도로 솔직한 태도를 보였지만, 자서전을 펴낼 때와 자신이 작성한 문건을 공개할 때는 많은 부분을 감췄다”며 “그렇게 감추어져 있는 트로츠키의 삶을 캐내는 것”이 집필 방향이라고 언급했다.
1927년 그는 공산당에서 제명됐고 두 해가 지난 뒤 해외로 추방된다. 그러나 터키, 프랑스, 노르웨이를 전전하면서도 트로츠키의 고개는 변함없이 꼿꼿했다. 날카로운 펜 끝은 늘 스탈린을 겨냥하고 있었다. 스탈린이 제3인터내셔널(코민테른)을 장악하자 제4인터내셔널을 창설했고 스탈린의 ‘일국(一國) 사회주의’에 맞서 ‘영구혁명론’을 주창했다. 스탈린은 ‘단 하나의 나라에서 사회주의의 건설’을 완성하는 것, 즉 ‘일국 사회주의’의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트로츠키는 다른 나라들에서도 공산주의 혁명이 발생하지 않는 한 사회주의의 완성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1부 ‘전위’에서는 성공한 유대인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혁명가의 길로 들어선 뒤 체포, 유배, 망명을 경험한 청년기 트로츠키 이야기를 담았고, 2부 ‘지도자’에서는 레닌과 함께 10월 혁명을 이끈 활약상이 펼쳐진다. 3부 ‘반대자’에서는 레닌 죽음 후 스탈린과의 대결에서 패해 추방당하는 과정을 꼼꼼하게 그린다. 마지막 4부 ‘세계 혁명가’는 터키, 프랑스 등에서의 망명생활과 스탈린이 보낸 비밀 요원에 암살당하는 최후의 순간을 실었다.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세력이었던 스탈린에게 결국 밀려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트로츠키의 인간적인 결함, 판단 착오 등도 과감히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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