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 죽었는데’ 게임중독 20대 아빠 그날도 게임 삼매경
지난 13일 오후 경북 구미에서 쓰레기 봉투에 담겨 숨진 채 견된 2살 난 아기는 친아버지가 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숨진 2살 아기가 발견된 구미의 한 원룸 앞 쓰레기장.
"PC방에서 게임을 하느라 아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지난 13일 2살배기 아들을 숨지게 하고 쓰레기 봉투에 넣어 유기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아버지 정모(22)씨가 경찰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 말했다.
정씨는 지난 2011년 12월 PC방에서 함께 점원으로 일하다 친해진 A(21)씨 사이에 아들을 낳아 다음 해 혼인신고를 하고 경북 구미에서 함께 살았다.
아이가 생긴 뒤에도 정씨는 PC방에서 온라인 게임을 하느라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았다. 전투에서 이겨 순위를 올려야 하는 한 유명 온라인 게임에 빠진 정씨는 하루 종일 PC방에서 사는 게 일과였다.
남편의 이런 행동과 생활고에 지친 A씨는 결국 별거를 요구했고 정씨는 아들을 자신과 부모님이 키우는 조건 하에 지난 2월 24일 별거를 시작했다. 부인은 공장에 취직해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그러나 정씨는 별거 후 일과도 변함이 없었다. 별거가 시작된 당일부터 집을 비우고 PC방과 찜질방을 전전했다. 생후 만 26개월에 불과한 아들은 아버지도, 조부모도 없는 집 안에 혼자 방치됐다.
정씨는 별거 시작날부터 3일간 집을 비웠다 돌아와 아들의 모습만 확인한 뒤 3월1일부터 다시 집을 비웠다.
잠깐 집을 들른 동안에 아들에게 육개장과 된장찌개 등을 먹였고 그 뒤 일주일을 단 한 번도 집을 찾지 않았다.
3월7일 오후, 집에 돌어간 정씨는 아이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쓰러진 상태로 미동조차 하지 않는 아이를 본 정씨는 아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정씨는 그대로 다시 집을 나왔다.
아이가 죽은 뒤 정씨는 24일동안 집을 비웠고 지난달 31일 다시 귀가한 정씨는 시신이 부패해 냄새가 심하게 나자 담요로 사체를 감싸 베란다에 방치한 채 또 다시 PC방에서 밤을 지새웠다.
그러던 정씨는 갑자기 부동산중개소에 자신이 살던 전세집을 내놨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정씨는 집을 보러온 사람들에게 범행이 들킬 것을 염려하면서 사체를 유기할 계획을 세웠다.
결국 지난 11일 밤 10시, 정씨는 담요로 싼 아이의 시신을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넣어 집에서 1.5㎞ 떨어진 한 빌라 앞 쓰레기장에 유기했다.
이후 정씨는 부인 A씨가 전화로 아들의 안부를 묻자 "아는 누나 집에 맡겼다"는 등 거짓말로 둘러댔다. 하지만 부인의 계속되는 질문에 아들을 잃어버렸다는 말을 해버렸다.
정씨의 "동대구역 부근에서 노숙을 하던 중 잠시 자리를 비운 새 아들이 사라졌다"는 거짓말에 부인이 놀라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면서 부부가 함께 경찰조사를 받게 됐다.
조사과정에서 지하철역 인근 CCTV에 정씨나 아들이 찍히지 않은 점을 토대로 경찰이 추궁하자 "구미대교에서 아들과 함께 투신 자살을 하려 했는데 나만 헤엄쳐서 빠져 나왔다"고 계속 진술을 바꾸며 오락가락했다.
결국 계속된 경찰의 추궁에 자신이 아들을 숨지게 했고 시신도 유기했음을 시인했다. 경찰은 정씨의 자백을 토대로 숨진 아기를 발견해 정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어린 아이가 오랫동안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로 죽었기 때문에 영양실조나 병사 등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서 "최근 칠곡·울산 등 아동학대치사 사건이 큰 이슈가 된 가운데 사건에도 숨진 아동을 학대한 흔적이 있는지 부검을 통해 면밀히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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