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당수 항공사 우회노선 선택…사고기는 경영난에 비용 고려 가능성
한국을 비롯해 주요국의 상당수 항공사가 말레이시아 항공 MH17기가 피격된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을 지난 몇 달간 우회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들어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의 교전이 이어지며 항공안전에도 위험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말레이시아 항공이 그간 왜 이 항로를 고집했는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18일 국토교통부와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우크라이나를 지나던 화물기를 올해 3월부터 인근국으로 우회해 운항하고 있다.
호주 콴타스 항공과 홍콩 캐세이퍼시픽 항공도 해당 항로를 지난 몇 달간 이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뉴질랜드 항공, 가루다인도네시아 항공, 전일본공수, 일본 항공의 경우 아예 우크라이나 영공을 지나지 않고 있다.
이근영 국토교통부 국제항공과 사무관은 "2월 말에 우크라이나 항공당국이 크림반도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했다"면서 "이 때문에 우리나라 항공사도 안전을 위해 항로를 변경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도 지난 4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흑해, 아조브해 상공이 잠재적으로 위험한 상황이라며 자국 항공사들에 이 지역의 비행을 금지했다. 이번 사고 직후 FAA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으로 이를 확대했다.
이달 8일엔 우크라이나 정부가 동부 도네츠크·루간스크주 상공의 모든 민간항공기 운항을 금지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상공을 지나는 항공기의 수는 하루 300∼400대에서 최근 100대까지 줄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럼에도 말레이시아 항공이 다른 회사와 달리 이 위험한 항로를 고집한 것은 ‘돈 문제’ 때문일 수 있다고 일각에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을 돌아가려면 그만큼 연료가 많이 들고 이는 결국 항공사의 부담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항공 전문가 노먼 섕크스는 AP에 "말레이시아 항공 등이 이 항로를 고집한 것은 더 단거리이기 때문"이라면서 "이는 더 적은 연료 사용과 더 적은 비용 부담을 뜻한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우크라이나 상공을 지나던 인천∼브뤼셀 노선 화물기를 기존 항로보다 150㎞ 남쪽 터키 상공으로 우회했다. 그러면서 비행시간이 11분 증가하고 운항비용이 편당 약 200만원씩 더 들고 있다.
말레이시아 항공은 지난 3월 승객과 승무원 239명을 태운 여객기가 실종되면서 이미 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또 적자노선과 강성노조, 저가항공의 급증에 지난해 손실이 11억7천만 링깃(3천780억원)에 달했으며 이는 전년도(4억3천300만 링깃)보다 약 3배나 많은 것이라고 AP는 지적했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18일 기자회견에서 사고기의 운항 항로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안전하다고 공인했으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역시 해당 노선 운항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레이시아 항공을 옹호했다.
그러나 항공사고 전문가인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제프 델 교수는 신화통신에 "그 경로를 가지 말았어야 했다"며 "잘 알려진 문제 지역인데다 다른 항공사들은 대부분 다른 경로로 우회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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