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경제 취약성·지정학적 리스크에 안전자산 몰려
▶ 독일 10년물 사상 첫 1% 밑돌아… 미국·일본도 최저
세계 경제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위험이 이어지면서 투자가들이 안전자산인 선진국들의 국채로 몰리고 있다. 지난 주 일본의 주식 시황을 알려주는 전광판이 주가하락을 내보내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불안감 여전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의 국채로 투자가들이 몰려들고 있다. 10년물 독일 국채의 수익률은 사상 최초로 1% 밑으로 떨어졌으며 미국과 일본의 10년물 국채도 각각 14개월, 1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선진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15일 독일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날보다 6bp(1bp=0.01%) 떨어진 0.95%로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미국 10년물은 6bp 떨어져 지난해 6월 이후 1년2개월 만에 처음으로 2.3%대로 하락했다.
일본 국채 10년물도 이날 장중 한때 0.495%까지 수익률이 떨어지며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0.5%를 하회했다. 수익률 하락은 채권 가격이 상승했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투자가들을 안전자산으로 돌리게 만든 이슈는 우선 우크라이나 사태다. 우크라이나 정부군 대변인이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친러 반군 세력 지원을 위해) 자국 영토에 진입했던 러시아 군용 차량 대부분을 지난주 초 파괴했다”고 밝히면서 이 지역을 둘러싼 긴장감이 다시금 고조됐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번 일을 러시아의 반군 지원에 대항하기 위한 ‘통상적 사건’으로 애써 의미를 축소시키려고 하는 등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월스트릿 저널(WSJ)은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는 성명을 통해 “국경을 넘어간 군용 차량이 없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주장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하는 등 사건 자체를 부인하는 모습이다.
미 전략정보 분석업체인 스트랫포의 심 택 군사담당 애널리스트는 “지난 금요일(15일) 사건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발생한 여러 통상적 행위 이상의 의미까지 나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의 반군 지원용) 차량 호송은 최근 몇 주간 지속돼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성 장기침체 우려도 커져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투자자들이 더욱 우려하고 있는 것은 세계 경제의 취약성이다.
독일은 올 2·4분기 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세(-0.2%)로 추락했고 유로존 전체도 제로성장에 그쳤다. 미 증권업체 찰스스와프는 고객들에게 최근 보낸 보고서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의 불확실성과 더불어 경제 침체 등을 이유로 유로존 자산의 비중을 낮출 것임을 시사했다.
보고서는 “러시아 상황은 독일에 큰 문제가 될 수 있고 이는 유로존 전체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역시 4월에 단행한 소비세 인상 여파로 2011년 이후 최악의 2·4분기 경제성장률(-6.8%)을 기록했다. 미국은 “만성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의 경고처럼 회복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주기에 역부족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영구적 침체’(The forever slump)라는 도발적 제목의 기고를 통해 최근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금리 조기 인상론’에 반대하고 나섰다. 그는 “유럽이 2011년 섣불리 금리인상을 단행함으로써 ‘잃어버린 10년’으로 그치기만 해도 다행인 디플레이션 우려를 겪고 있다”며 “미국은 유럽의 과오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5일의 국채 수익률 하락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하나의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잠재적 경제성장률의 약화에 있다”며 “일본·미국·유럽은 초저금리 기조가 기업의 자본투자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임금 및 물가의 오름세가 더디다는 공통된 문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즈호리서치 센터의 다카타 하지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세계 경제 상황과 일본의 지난 장기 불황을 비교하면서 “우리는 지금 전 세계의 ‘일본화’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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