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 총장, 이번에도 북 억류 미국인 석방시킬까?
2009년 8월 북한을 방문한 빌 클런턴 전 대통령이 당시 북에 억류된 2명 미국인 기사들을 데리고 평양을 떠나고 있다.
2009년 이집트서 김영남 만나 미국인 기자 2명 석방촉구
‘위키리크스’ 공개, 당시 라이스 대사 국무부에 대화내용 보고
소치 올림픽서 김 위원장과 회동 케네스 배 등 석방 촉구
27일 반 총장-리수용 외무상 만남서 논의 가능성 커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09년 7월 이집트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들의 석방을 촉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위키리크스’(Wikileaks)가 ‘케이블케이트’(Cablegat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최근 공개한 2009년 7월20일자 주유엔 미국대표부 비밀외교전보에 따르면 이집트 샤름 엘-셰이크에서 열린 제15차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에 참석한 반 총장은 김 상임위원장과 가진 비공식 회동에서 이 같이 주문했다.
수잔 라이스 당시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워싱턴 D.C. 국무부에 보낸 전보는 반 총장과 김 상임위원장의 만남경위, 그들이 서로 주고받은 대화내용을 상세하게 보고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수시로 미국인들을 억류, 인질로 내세워 미국 정부와의 협상카드에 활용하고 있는데 대해 반 총장이 미,북 사이에서 조용한 외교를 펼쳐 문제해결에 나선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반 총장은 유엔사무총장으로서 김 상임위원장을 이집트에서 처음 만난 이후 2012년 9월 이란 테헤란의 비동맹운동 정상회의에서, 그리고 지난 2월에는 러시아 소치의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다시 그를 만나 담화했기에 소치 회동의 경우 당시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46, 한국명 배준호)의 석방을 촉구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반 총장의 대변인은 반 총장과 김 상임위원장의 소치 회동이 있은 뒤 뉴욕 유엔본부 출입기자단 정례브리핑에서 “30분이 넘는 이례적이고 특이한 만남”이었다며 반 총장이 유엔과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 언급했고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69가 유엔총회 기간에 열리는 ‘2014 기후정상회의’에 김 상임위원장을 초청했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이번 제69차 유엔총회에 김 상임위원장이 불참하고 리수용 외무상이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한 만큼 오는 27일 예정된 리 외무상의 반 총장 예방에서 북한 억류 미국인 문제가 논의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현재 배(2012년 11월 )씨 이외에도 매튜 토드 밀러(2014년 4월), 재프리 파울(2014년 5월) 등 총 3명 미국인들을 억류한 상태이며 이 들의 석방을 조건으로 미국이 대화를 위한 고위급 인사를 북한에 파견할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라이스 대사는 전보에서 “반 유엔 사무총장의 특별보좌관인 김원수(대사)가 울프 대사(알레한드로 울프 주엔주재 미국차석대사)에게 샤름 엘-셰이크 비동맹운동 정상회의 주변에서 반 총장이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잠시 가진 대화에 대한 ‘정보’(readout)를 제공해왔다”고 밝혔다.
전보는 “반(총장)은 박(길연) 전 주유엔 북한대표부 대사, 신(선호) 신임 유엔주재 북한대사와 함께 있던 김영남을 접근하자 그가 ‘처음에는 대화를 꺼려했으나 결국 응했다’는 점을 주목했다”며 “반(총장)은 김영남이 자신을 ‘동포’(fellow Korean)로 대하기에 그에게 유엔사무총장 신분으로 만나고 있음을 상기시켜야했다”고 보고했다.
또 그 자리에서 “반(총장)은 12년 노동교화형 선고를 받은 미국인 기자들 로라 링과 유나 리를 언급하고 이들 기자에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관용을 베풀어 미국과 국제사회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회를 포착하라’(seize the opportunity)고 종용했다”고 전했다.
전보에 따르면 이에 김 상임위원장은 미국 기자들이 북한 법을 위반했다는 북한의 기존입장을 반복한 뒤 반 총장의 “인도주의적 차원의 관용” 호소에 대해서는 “두고 보자”(let’s see)라고만 답했다.
전보가 언급한 미국인 기자들은 미국 ‘커런트TV’(Current TV) 소속 한국계 유나 리와 중국계 로라 링으로 2009년 3월 두만강 중국-북경 접경 지점에서 취재촬영을 하던 중 북한 인민군 국경수비대에 체포된 뒤 북한에서 재판에 부쳐져 실형을 선고 받고 수감된 상태였다.
라이스 대사는 또 “반(총장)에 따르면 김영남은 자신들의 ‘인공위성 발사’(satellite launch)를 규탄하는 지난 5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발표에 대해 항의하며 북한이 그 발표에 맞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no option but to respond)는 해명을 했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이 ‘’인공위성‘이라며 2009년 4월5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8일 만에 안보리 의장성명을 내고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모든 발사를 금지하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행위”로 규탄했다.
그러자 북한은 이 성명에 맞서 같은 해 5월25일 2차 핵실험을 감행했으며 안보리는 긴급회의를 소집해 6월12일 안보리 결의 1874호 채택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맞대응 조치를 취했다.
라이스 대사의 전보는 이어 “반(총장)은 북한이 국제협약을 준수할 것과 6자 회담을 재개할 것을 요구했고 김영남은 6자회담 ‘끝’(death)의 책임은 미국에게 있다고 반박했다”며 “그러자 반(총장)은 김영남에게 아시아와 그 이외 다른 지역에 대한 미국의 교섭 동향 ‘변화’(changes)를 주목할 것을 강조하고 미국인 기자들을 석방함으로서 긍정적 신호를 보낼 수 있음을 재고해보라고 다시 촉구했다”고 보고했다.유나 리와 로라 링은 같은 해 8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방북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후 북한에서 석방됐다.
이와 관련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부장관은 지난 6월 출간한 회고록 ‘힘든 선택들’(Hard Choices)에서 2009년 6-7월께 미국의 고위급 특사단이 방북하면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두 미국인 여기자를 풀어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들과 함께 논의해 남편을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yishin@koreatimes.com
■ 리수용 외무상 환영 리셉션
재미동포연합회 주최 27일 맨하탄서...50명 참석 예정
기조연설 앞당겨짐에 따라 리셉션 규모 축소 변경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제69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한 리수용 외무상의 ‘재미동포 환영 리셉션’이 오는 27일 뉴욕 맨하탄 소재 중국식당 ‘션 리 팔레스’(Shun Lee Palace: 55가 3 애비뉴와 렉싱턴 애비뉴 사이)에서 열린다.
식당에 따르면 이날 행사는 오후 12시30분-2시30분 총50명 참석이 예약돼있다.
앞서 미주한인들의 대표적 종북단체인 ‘재미동포전국연합회’(회장 윤길상)는 리 외무상의 뉴욕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뉴저지 힐튼호텔에서 최고 98명이 참석할 수 있는 연회장을 예약하고 27일 오후 5시 환영 만찬 리셉션을 마련했었다.
그러나 리 외무상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일정이 기존 30일에서 27일 오후(6-7시)로 앞당겨짐에 따라 리셉션 시간과 장소, 그리고 참석인원 규모가 변경된 것으로 보인다.
동포연합 관계자는 뉴저지 호텔 리셉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동포연합 사람들과 북을 자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연락했다”고 밝힌 바 있어 맨하탄 행사 참석 한인들은 뉴저지 리셉센 초정자들 중 유엔주재 북한대표부가 추려 선별한 주요 인사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지난 21일 뉴욕 JFK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에 입국한 리 외무상은 27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마친 뒤 오후 8시 재미동포전국연합회 회원 이준무씨가 단장인 ‘우륵 채임버 오케스트라’가 맨하탄 ‘머킨 컨서트 홀’(67가 브로드웨이와 암스테르담 애비뉴 사이)에서 갖는 음악공연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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