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커지는 ‘엔저’ 공포
▶ 현대·기아차 미국 점유율 감소, 중소 조선사·섬유업체도 신음, 백화점·면세점 일 관광객 급감
엔화 가치 급락으로 100엔당 950원선이 위협받고 있다. 25일 서울 명동의 한 환전소.
엔저 장기화로 수출업체와 국내 유통업체의 피해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해외에서 승승장구 해오던 현대기아차의 경우 지난해부터 수출가격을 인하하고 마케팅 비용을 늘리고 있는 일본 업체들의 공세에 힘겨워 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닛산은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판매하는 18개 모델 가운데 7개 모델의 가격을 2.7~10.7% 인하했으며, 도요타도 작년 하반기 영업점에 지급하는 모델 당 평균 인센티브를 현대기아차보다 훨씬 많은 2,500달러로 책정하는 등 가격인하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사업계획을 수립하면서 기준 환율을 1,050원으로 설정했던 현대기아차는 엔저가 가속화하자 대응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차량 판매가는 손대지 않겠다는 원칙 하에 결제통화를 다양화하고 해외 공장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달 미국에서 판매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5% 늘었지만, 점유율은 전달보다 0.4%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판매대수 증가율이 일본의 닛산(11.5%)과 도요타(6.3%)에 뒤쳐지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엔저가 심화되면 현대기아차도 가격 인하와 인센티브 확대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의 경우 대형 조선사는 일본 업체와 경쟁품목이 적어 충격이 적다. 하지만 벌크선과 중소형 컨테이너선을 건조하는 중소형 업체는 엔저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는 이미 일본 업체들이 종전보다 10~20% 낮은 가격으로 선박을 수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일본 업체와 경쟁하는 일부 섬유업계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섬유제품은 마진율이 낮아 환율에 특히 민감하기 때문에 바이어들이 수입선을 일본 업체로 갈아타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건실한 중소기업들도 엔저 파고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도권에서 전기소모품을 생산하는 한 업체는 해외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유독 일본에서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업체 측은 “거래처 유지 차원에서 버티고 있지만 900원선이 무너지면 끝장”이라고 전망했다.
엔저가 지속될 경우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던 바이어들이 거래선을 바꿀 수 있다는 점도 중소 업체들의 고민이다. 미국에 기계류를 수출하는 업체 측은 “기술 지원과 서비스망 확충 등 비가격 요소로 대응하고 있지만 엔저가 계속된다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전했다.
관광객들을 주로 상대하는 유통업체에서는 일본인을 찾아보기 힘든지 오래다. 명동에 10개 점포를 운영 중인 한 화장품 업체의 경우 2012년에는 일본인 고객이 80%에 달했지만 현재는 20% 미만이다. 올해 8월까지 롯데백화점 본점의 외국인 매출 가운데 일본인 비율은 3% 불과해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다.
농수산물 수출업체와 화훼농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수출물량의 99%를 일본으로 수출하는 파프리카의 경우 올해 6월까지 수출단가 하락세가 지속됨에 따라 수출물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금액은 감소해 실속 없는 장사를 했다. 환율이 100엔당 1,300원 후반이던 2010년 제주 광어는 일본에 연간 4,000톤 이상 수출됐지만 960원 선으로 떨어진 올해는 8월까지 수출량이 1,637톤에 그쳤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백합의 경우 원화가 1% 절상되면 대일 수출이 3개월 후 14% 감소하고 6개월 후엔 24%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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