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행복한 순간 함께할 수 있어 저도 행복해요”
▶ 타고 난 사업가적 기질로 승승장구
대동면옥집 맏딸...학교마치면 바로 식당으로 저절로 경영수업
2006년 플러싱에 대동연회장. 2011년 포에버투게더 오픈
80년대에 이민 온 한인치고 대동면옥의 냉면과 갈비 안 먹어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동연회장은 한인사회와 역사를 같이 한다. 날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대동연회장의 제니 차 대표를 만났다.
▲번호표 나눠주기
“안녕하세요!” 싹싹하게 인사하는 제니 차, 그는 참으로 인사를 잘 한다. 상대방의 이름을 잘 몰라도 항상 밝게 웃으며 인사부터 한다. 그래서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후한 점수를 먹고 들어간다.
“1982년 부모님이 뉴욕으로 이민 와 우드사이드 지역에서 갈비, 냉면을 주 메뉴로 대동면옥을 열었다. 1986년 서니사이드로 확장이전하면서 한인사회 최초로 300명 수용가능한 대동연회장을 오픈했다.”
대동면옥을 연 김중현, 김석련 회장 부부는 한국에 살 때 을지로 3가에서 식당 ‘삼보정’ 경영을 한 바 있다. 1976년 파라과이로 이민가면서 그곳에서도 식당 대동면옥을 열었다.
“아버지는 세끼 모두 냉면을 드실 때가 있을 정도로 냉면을 좋아했다. 한국에서는 경영만 하셨지만 파라과이에서는 직접 요리를 배우셨다. 이북 친구들한테 물어서 동치미를 만들어 보고 1년 이상 냉면 육수 내는 법을 연구하면서 드디어 평양에서 먹던 맛을 찾아내셨다.”
평양냉면 맛을 재현해 낸 순간 식당은 말 그래도 대박을 터뜨렸다. 1.4후퇴 때 남쪽으로 내려온 김중현씨는 평안남도 대동강 유역에서 자란 고향을 떠올려 식당 이름을 대동으로 지었고 갈비를 먹은 후 냉면을 찾는 북한식 식습관 고려해 두 가지를 주 메뉴로 했던 것.
파라과이에서 미국으로 이민 오면서 뉴욕 시내를 둘러보던 중 우드사이드의 맛나식당 자리를 지나게 되었다고. 식당 오픈 두 달 만에 불이 나서 문을 닫은 자리였다. 그 곳에서 82년 12월 대동면옥이 출발했다.
“한겨울에 냉면을 먹으러 올까 걱정했던 게 기우였다. 한국 맛을 찾아 끝도 없이 몰려드는 손님들에게 번호표를 나눠 줄 정도로 호황이었다. 육수나 소스가 모자라면 오후 8시라도 식당 문을 닫았다. 아버지는 절대로 엉터리로 만들어 팔지 않게 했다. 못 먹은 사람은 다시 온다는 것이다. 다음날 그 손님은 다시 왔다.”
어머니는 ‘모든 음식은 손맛’이라면서 냉면 육수와 갈비 소스를 직접 만들어 품질 관리를 했다.
▲아버지의 가르침
파라과이에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어카운팅을 공부하던 제니 차는 학교가 끝나면 무조건 식당으로 갔다. 2녀 중 장녀로 자라면서 저절로 경영수업을 받은 셈이다.
뉴욕의 평안도민회 회장을 지낸 아버지는 당신의 생일날이면 부모님 생각에 노인들에게 경로잔치를 열어 700명분 음식을 도네이션 했다. 지역봉사 활동을 자녀에게 보여주었던 것.
“첫째 가장 좋은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라. 둘째 항상 가족이나 친지가 손님이라 생각하라. 셋째 진실 되게 살아라. 아버지의 세 가지 가르침이 오늘까지 오게 했다.”
매일 저녁 돈 세기가 바빴던 식당은 2001년 서니사이드 업소에 화재가 나 건물이 전소되는 위기를 맞았다. “교회 새벽기도에 갔는데 주방 쪽에서 불이 났다는 연락이 왔다. 식당으로 달려갔는데 근처에 소방차가 가득 와있고 뻘건 불길이 나는 곳이 바로 우리 식당이었다. 너무 쇼크를 받으니 눈물도 안 났다.”
그 후 2002년~2003년 교회 출장음식과 함께 베이사이드 아드리아 호텔을 빌려 연회장을 열기도 했다. 1996년~2008년에는 베이사이드 대동면옥, 1997~2007년에는 맨하탄 대동면옥을 운영했다.
부모님이 연로하시며 경영 일선에 나선 차사장은 연회장 사업을 잇기로 결심하고 2006년 현재의 플러싱 자리에 새로 대동연회장을 오픈 했다. 2011년 10월에는 롱아일랜드 그레잇넥에 토탈 웨딩센터 ‘포에버 투게더’(Forever Together)를 오픈했다.
▲요리는 못해도 맛은 잘 알아
현재 대동연회장은 노던 150가 18,000~23,000 스퀘어 피트 규모 면적에 2층의 큰 홀, 중간 홀, 3층 작은 홀 등 세 곳에서 결혼, 돌잔치, 회갑잔치 외 한인단체의 수많은 모임과 동창회, 연말연시 파티 등 주중 20개 정도의 행사를 치르고 있다. 50~60여명 직원들이 파티, 출장을 서비스 한다.
현재 제니 차는 연회장 예약과 포에버 투게더의 웨딩드레스 구입 등의 일을 하고 93년 결혼한 남편 찰리 차는 직원 주급, 보험과 법률, 유틸리티 등 주로 지출을 관리하고 있다. 여동생은 파슨스 졸업 후 의사와 결혼해 워싱턴DC에 살고 있다.
“2세들이 타인종과 결혼을 하다 보니 중국인과 히스패닉, 중동인 등 다양한 인종이 하객으로 오면서 그들이 다시 손님이 되고 있다. 특히 카나페, 오드블 섹션 요리는 자랑할 만하다. 스테이크 안심, 갈비 맛도 최고다.”
‘본인은 요리는 못해도 맛 하나만은 기가 막히게 볼 줄 안다’는 그의 세심하고도 강한 추진력으로 대동연회장은 늘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1~2년 전부터 70~80만 달러를 들여 샹데리어를 바꾸고 문, 벽지, 페인트를 새로 했다. 벽지 칼라와 디자인을 자주 바꿔주고 음향도 완벽하며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하니 손님들이 좋아한다.”
▲시대를 앞서가는 감각
그가 토탈 웨딩센터를 오픈한 것도 대동연회장에서 결혼하는 신부들을 보면서 저절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신부가 좀 더 예쁘고 만족해하는 모습으로 꾸며주고 싶었다. 한국에 가서 모든 결혼 정보와 자료를 조사하고 구입한 다음 웨딩센터를 준비했다. 2층 10,000스퀘어 피트 규모에 스킨케어, 드레스, 스튜디오, 헤어 메이크업 등 결혼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외국인 고객 30%, 한인 고객 60%다. 드레스는 원하는 가격대별로 다양하고 스튜디오만 10개 이상이다.”
이곳은 대동연회장에서 결혼해도 패키지가 아닌 옵션형 서비스로 손님의 부담감을 덜어준다. “한인들은 드레스를 주로 렌트하지만 타인종은 드레스를 사서 사이즈에 맞게 고쳐 입거나 베일도 직접 산다. 뉴저지, 커네티컷, 필라델피아에서도 소문 듣고 구입하러 온다”
그동안 대동연회장에서 결혼한 커플 상금 이벤트를 하기도 했고 1.5세와 2세에 뿌리를 심어주고 자 2006년 월드컵 응원 장소로 대형 연회장을 무료제공, 한인사회와 깊은 유대관계를 맺기도 했다. 하지만 항상 일이 잘 풀려간 것은 아니다.
“화재가 난 것보다 더 위기에 처한 것은 대동연회장이 렌트한 코리아 빌리지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문을 닫는다는 소문이었다. 새로운 소유주인 에무트 프로퍼티사와 2012년 1월1일부터 2042년까지 30년간 장기 리스 계약을 했다. 앞으로 건물주 변동과 압류소송이 제기돼도 리스 계약은 그대로 유지된다.”
1960년생인 제니 차가 80세가 넘어서도 연회장 사업을 할 수 있는 셈이다. 대를 이은 사업에 열 아들 부럽지 않은 장녀 역할을 톡톡히 해온 제니 차, 그는 “신랑신부 고객들이 나중에 아들, 딸 결혼을 위해 다시 찾을 때 보람 있다. 특히 영어권 2세들이 부모의 권유 없이 스스로 대동연회장을 찾아 식장을 예약할 때 참 기쁘다”고 한다. 그만큼 대동연회장을 믿고 찾아주는 것이다.
자리를 오래 비울 수 없어 단기 휴가를 가는 그는 나이가 들면서 이웃봉사에 관심이 가고 있다. 재작년에 과테말라 안경 봉사, 작년에는 스위스 선교사 후원, 올 8월에는 퀸즈한인교회 KPM 파나마 시티 단기선교를 다녀오기도 했다.
‘앞으로 롱아일랜드, 뉴저지 쪽도 진출하려 한다’ 는 그는 대동연회장이 한인사회와 함께 계속 성장하기를 바라는데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도 대단하다.
“일이 너무 재밌다. 일생 가장 좋은 날을 우리 집에서 보내는 것이 아닌가.
예쁘게 화장하고 가장 멋진 옷 차려 입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나도 늘 기쁘고 하나님께 너무 감사하다”는 제니 차, ‘즐겁고 바쁘게 살면서 어려운 이들을 도와줄 수 있어서 참 좋다’는 그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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