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초기 얘기다. 우리 측 한 방문객이 북측 안내원(사실 감시원이지만)에게 초컬릿을 건넸다. “일 없습네다. 우린 이런 거 매일 먹습네다” 초컬릿을 건넨 방문객만 머쓱해졌다.
1년 뒤 그 남측 방문객이 다시 금강산을 찾았더니 마침 그 안내원이 있었다. 1년 전의 경험 때문에 조심스럽게 대했다. 한참 산행을 하다가 잠시 쉬는 시간에 그 안내원이 하는 말. “아니 이번에 온 동무들은 초컬릿도 안 먹습네까” 자본주의가 북한사회에 스며들고 있는 한 사례다.
남북관계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황병서 노동당 총정치국장 등 북한 고위 실세 3인방의 방남 후 서해 경비정 북방한계선(NLL) 총격사건, 대북전단 총격사건 등 냉·온탕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 중 대남관계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사건은 고위 실세 3인방의 방남이다. 이들의 방남 이유에 대해 지금도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가장 유력한 것은 결국 남북관계 정상화, 그리고 이를 통한 남한 자본 유치다.
북한은 지난 2011년 12월 김정은 체제 등장 후 ‘인민생활 향상과 인민경제 활성화’에 열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은 3대 세습 후계체제를 정당화하고 인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인센티브제를 확대하고 시장의 역할을 강화하는 등 시장 경제적 개혁조치들을 시행하고 있다. 이 같은 개혁의 성과와 북중 경제교류 확대에 힘입어 북한 경제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북한은 2011년 이후 올 상반기까지 매년 1% 내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이 같은 추세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위해 기존의 경제특구에 더해 19개 경제개발구를 지정했다. 외자 유치를 통해 본격적인 경제개발에 나서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북한 실세 3인방의 방남 역시 이 같은 흐름에서 이해된다. 외자유치를 하려고 해도 외국으로부터 “남북관계도 정상화하지 못하면서 무슨 외자 유치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한 자본 유치’는 더 절박하다. 야심차게 계획한 경제개발구의 성공 여부가 여기에 달려 있다. 남한 자본도 들어가지 않는 북한에 서방 자본이 들어가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경제 확산에 따라 북한의 다양한 변화상들이 속속 보도되고 있다. 평양 거리에 BMW·벤츠 등 외제 차가 자주 눈에 띄고 신흥 중산층이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북한의 ‘남한 자본 요구’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아직까지는 냉랭하다.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특히 청와대가 강경한 입장이라는 얘기가 많다. 남북 교류를 하려 해도 ‘북한에 돈 들어가는 프로젝트’는 청와대에서 막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최근 정부가 승인한 남북교류를 보면 주로 역사·문화·종교 교류 등 ‘돈 안 들어가는 프로젝트’다. 정부가 승인한 대북 인도적 지원 역시 돈 대신 ‘현물지원’ 방식이다.
이 같은 정부 입장은 ‘현금 지원의 경우 북한 핵개발 등 군사용으로 전용된다’는 이유다. 북한에 대량현금(bulk cash)이 들어가는 것을 막는 유엔 제재조항도 하나의 원인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연초부터 ‘통일 대박론’을 통해 남북 경제교류 활성화를 강조했다. 3월28일 드레스덴 선언에서는 남북한 공동 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을 역설했다. ‘북한판 새마을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 ‘복합 농촌단지’ 조성을 위해 남북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나진·하산 물류사업 등 남·북·러 협력사업과 함께 한반도와 신의주 등을 중심으로 남·북·중 협력사업을 추진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공동 번영을 이뤄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 경제특구 사업에 대한 남북 협력이다.
결국 북한의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은 ‘자본의 힘’이다. 북핵 문제 역시 북한의 개혁과 개방이라는 큰 틀에서 해결책을 찾아나가야 한다. 남북관계 단절, 북한 봉쇄시기에 북은 더욱 핵 개발에 매진했다. 박 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남한의 자본·기술과 북한의 자원·노동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길을 찾는 것이 앞으로 남북관계 정상화의 핵심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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