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일원 교통사고 상해 전문 변호사 홍수
몸집 커졌지만 서비스 질은 점점 낮아져
“직원 도움 거절, 변호사만 찾는 풍토 문제”
#사례1=한인 위모(78)씨는 지난해 집 앞길을 건너다 달려오는 미니밴 차량에 치여 며칠 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이후 정당한 보상을 위해 교통사고 보상 전문변호사 사무실의 문을 두드린 위씨는 큰 보상 약속과 함께 환대를 받았다. 그리고 수개월이 흐른 얼마 전 위씨는 병원이 보내온 400달러의 청구서를 받곤 이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변호사 사무실로 연락을 했다. 하지만 변호사와는 통화가 되질 않았다.
그나마 연결된 직원은 목소리가 냉랭했다. “400달러가 뭐가 중요합니까. 그냥 기다리시면 큰 보상금을 받게 될 텐데. 바쁘니까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위씨는 “수임 전까진 그렇게 친절하던 사무실 직원은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사례2=얼마 전 정모(54)씨의 집엔 보험사로부터 편지가 한통 날아왔다. 3년 전 교통사고에 대한 보상금이 지급이 됐으니 변호사 사무실로 연락을 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씨의 변호사는 성의 없는 말투로 “확인해 보겠다”고 한 뒤 두 달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정씨는 수차례에 걸쳐 추가로 변호사 사무실을 닦달 했지만, 그래도 묵묵부답. 결국 언론사에 제보를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자 변호사는 “착오가 있었다”며 보상금을 전달했다.
요즘 한인 변호사업계를 보면 가히 교통사고·상해 변호사들의 시대라 할 만한다.
한인사회 어디를 가나 ‘최대 보상’이란 문구를 내세운 큼지막한 광고를 보는 것은 이제 그리 어색한 일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뉴욕 일원에서 활동하는 한인 변호사들만 줄잡아 300여명에 달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수년 전부터 교통사고 상해 변호사 업계가 호황이란 소문이 나면서 이민이나 부동산 등 타 분야에 몸을 담고 있던 변호사들까지 이 분야로 뛰어들면서 몸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처럼 업계의 몸집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반해 그에 맞는 서비스의 질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변호사 사무실의 경우 광고나 홍보에 열을 올리고, 클라이언트 유치에만 사활을 걸 뿐 의뢰인의 각종 문의와 진행상황을 알리는 일에는 매우 소홀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본보에 걸려오는 제보전화의 상당수는 ‘교통사고·상해 변호사’들의 허술한 일처리와 무성의한 업무 태도 등을 지적하는 내용들이다.
한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이런 한인 변호사들의 태도를 질타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본보에 전화를 걸어온 한 제보자는 “내가 법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궁금한 점이 많고, 또 일처리가 어찌되고 있는지 알고 싶어 전화를 하면 마치 죄인 취급을 한다”면서 “처음 수임계약을 할 때와는 태도가 180도 바뀌어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변호사를 통해 소송을 진행 중이라는 한 택시기사 역시 씁쓸한 말을 남겼다.
“보상금은 그냥 돈 저금해뒀다고 생각하는 게 상책이라고 우리업계에선 말해요. 괜히 변호사들 연락해 봤자 연락도 안 되고, 내 속만 상하고. 그냥 언젠가 보상금이 나오려니 하고 기다릴 수밖에요.”
물론 변호사 사무실들도 나름대로의 항변이 있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교통사고 보상만을 전문으로 하는 대형로펌이 맡고 있는 케이스는 500여건 이상. 그런데 변호사의 숫자는 한정돼 있고, 직원들도 늘 바쁜 상태라 ‘팔로업’(follow up)이 늦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공소시효 기간인 3년간 보험회사 등과 협상을 진행하고, 이후 소송까지 들어가면 보상금 지급까지 최대 6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의뢰인들이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도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인 사고·상해 변호사는 “법원에 한 번 다녀오면 전화를 달라고 메시지를 남긴 의뢰인이 20명이 넘는다. 다른 일처리를 하다 보면 제때 모두 콜백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뢰인은 대부분 변호사와만 통화를 하려 하지, 직원들과는 통화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해는 하지만 업무 특성상 진행상황이나 간단한 질문은 담당 직원이 처리해야 업무가 수월하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마찰을 줄이기 위해선 변호사 업계가 의뢰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한 설명을 해 주는 것은 물론, 전담 직원을 배치해 케이스 진행상황을 수시로 업데이트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의뢰인이 변호사 사무실을 ‘갑’으로 느끼면서 스스로 위축되지 않도록 담당직원의 예절 교육 또한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함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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