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간은 미국 내 고급물품 판매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급품들의 가격 대비 실제 가치가 대부분 부풀려져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일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판매된 시가 1,500만달러 상당의 무결점 8.41캐럿 비비드 퍼플-핑크 다이아몬드.

‘싼 게 비지떡이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비싸다고 해서 품질이 보장되고 더 오래 사용한다는 법칙은 없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고급을 찾는 소비자들이 3배나 늘었다. CNBC은 북미에서 향후 5년 동안 고급 상품 판매시장의 성장이 매우 높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고급 제품들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가 의문이다. 예를 들어 9달러짜리 와인 한 잔보다 14달러짜리 와인 한 잔이 어떤 차이를 가지겠느냐는 것이다. 20달러짜리 뉴트로지나 대신에 1온스에 150달러하는 노화방지 크림을 구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의 심리적 영향일까 아니면 정말 제품의 차이가 있어서 일까. CBS 마켓워치는 6개 품목의 가격 차이를 비교했다.


▲와인

우리가 마시는 ‘좋은 와인’의 가치는 어디서 결정될까. 지역이나 수요 공급, 업주의 윤리성, 마켓상황, 포도밭 비용 등에 따라 다양하게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반인들의 인식이 와인 가격을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와인산업 컨설팅회사인 ‘모토 크라일라 피셔’의 빅 모토 공동대표는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와인을 만들었는데 1달러에 판다면 아무도 그 와인이 최고라고 믿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저 1달러 수준의 최고의 와인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당에서는 이런 인식의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난다. 부부 와인 평론가인 도로시 게이터와 존 프레처는 월스트릿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샤도네는 미국 소비자에게 가장 인기가 높다는 이유로 터무니없이 가격이 부풀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소비자들이 돈을 절약하려면 메뉴 중에서 가장 싼 와인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식당 업주들은 메뉴에서 두 번째로 싼 값의 와인가격을 부풀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장 싼 값보다는 조금 높은 두 번째 가격이 품위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일반의 생각을 적당하게 이용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가격 차이만큼 제품의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디자이너 의상 및 액세서리

‘패셔니스타’ 대표 편집자인 로렌 셔만은 2013년 기사에서 고급 패션 품목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2배 이상 부풀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디자이너 핸드백의 평균 제작과 공장 판매비용은 리테일 가격의 35% 정도에 그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65%는 소매점의 이윤이 된다.

이만큼의 이윤을 보는 데도 가격을 자꾸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 중의 하나는 제작에 들어가는 인건비, 특히 많은 고가 상품들이 제작되는 중국의 인건비가 올라가고 있는 점이 꼽히기는 한다. 중국 공장들의 인건비는 2012년 기준으로 12%가 올랐다.

하지만 꼭 인건비 상승만의 원인은 아니다. 셔만 편집인은 “고객들의 인식과 갖고 싶어 하는 고객들의 충동심리도 역시 가격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2013년 봄 버버리 가격 인상을 예로 들었다.

블룸버그 뉴스는 버버리 가격 인상에 대해 최소 2014년까지는 싼 제품보다는 고급 제품의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공급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지적했다.

돈을 덜 쓰는 고급 제품 선호 고객들보다는 실제 돈을 쓸 수 있는 부자들을 겨냥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실제 가격 인상 후 버버리 매장은 고객 숫자가 줄어든 대신 판매고는 오히려 늘어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셔만 편집장은 “고급 상품들은 가격을 크게 올리지만 제품은 매우 우수하다”면서 “하지만 소비자들이 고급 상품을 구입하기 전에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제품의 기능성보다는 이름만 보고 제품을 구입하는 충동 구매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노화방지 제품

노화방지용 제품 광고 중에 “자사의 제품이 노화를 방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 같은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시카고 의과대학 피부과 전문의 베스나 페트로닉-로직은 2011년 시카고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노화방지 제품이 실제 노화를 방지한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물건을 파는 회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회사들은 제품에 들어가는 특별한 성분이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를 과학적 증거로 들이밀고 있지만 그같은 연구 결과도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의할 점은 회사들이 주장하는 이같은 성분이 실제 제품에 얼마나 많이 함유돼 있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며 또 성분이 얼마나 함유돼야 효과가 있는지도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트리뷴에 따르면 그레고리 베이스 브라운이라는 의사가 개발했다는 스킨케어 제품은 4캡슐에 1,500달러나 가격이 나가는데 성장이 중단된 지주세포를 새롭게 피부세포로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이 제품의 주요 원료는 ‘바이오-3 셀 리뉴얼 컴프렉스’라고 한다. 그런데 트리뷴은 브라운이 “우리는 상호 심사연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했다는 문헌은 있다”고 고백했다고 전했다. 제품에 대한 실험 결과는 없음을 시인한 인터뷰다.

과학적으로는 휴식과 수분 공급, 좋은 음식, 햇볕 노출 차단, 피부의 수분을 뺏어가는 물질 사용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노화방지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분 공급제나 선스크린 정도면 피부를 보호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데 구태여 비싼 돈을 들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노스웨스턴 대학 의과대학의 사이먼 유 피부과 조교수는 “비싼 제품을 살 수는 있지만 훨씬 가격이 싼 모이스처라이저 정도와 효과는 비슷하다”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는 여성들에게는 최고의 상품이지만 투자가치로는 아니다. 다이아몬드 시장의 복잡성과 투명성 부족으로 인해 다이아몬드는 매우 위험한 투자상품으로 간주되고 있다.

‘프라이스 이코노믹스’의 로빈 다 공동대표는 2013년 다이아몬드는 기술적으로 “투자로 위장된 감가상각 자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허핑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다이아몬드를 살 때 소매로 구입하게 되는데 가격이 100~200%는 덧붙여진다”고 말했다. 이것을 되팔려면 도매 값보다도 더 싸게 팔게 된다면서 덧붙인 값은 모두 손해 보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포브스의 데보라 제이콥스도 “금과는 달리 다이아몬드의 리세일 가격은 객관적 측정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고급 승용차

고급 승용차를 구입할 때 가격표는 실제 내야 하는 돈에 비해 빙산의 일각이다.

‘CBSNews.com’은 머세데스 벤츠의 가장 낮은 가격대인 C250(3만5,900달러)와 수요가 많은 중형차인 도요타 캠리 XLE(2만3,061달러)의 개솔린과 보험, 수리비 등을 비교했다.

머세데스의 평균 연간 개솔린 가격이 450달러 더 들어갔고 보험료는 1년에 500달러 더 비쌌다. 여기에 관리비는 계산하지 않았지만 고급차 일수록 스페셜 서비스가 필요하므로 관리 비용은 더 들어간다.

그러나 고급 승용차에 대한 인센티브는 충분히 있다. 포브스는 “프리미엄 승용차는 안전도가 높고 최고의 내장제가 장착돼 있어 고객들에 만족감을 더 늘려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컨수머리포츠의 제익 피셔 수석 자동차 엔지니어는 2009년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름만으로, 그리고 가지고 싶다고 고급 승용차를 고르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 “고급 차라고 안전이나 기능성에서 더 우수하다고 말할 정도의 차이는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정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