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뉴욕 본점은 지난주 월요일에 10억달러어치의 국채 매입을 완료하면서 QE(Quantitative Easingㆍ양적통화 완화)를 사실상 종료했다. 그리고 그 이틀 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4조달러에 가까웠던 QE정책의 종식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지난 5년반 동안 진행되었던 QE정책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파산지경에 빠져 들었던 은행들에 자본을 공급해 주었고 폭락했던 주식과 부동산 시세를 대폭 끌어올려 주어 우울증에 빠졌던 경제심리를 되살리는 역할을 해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였던 이번 QE정책이 실질적 경제회복에 얼마나 기여했었느냐는 것에 대한 공방은 현재뿐만 아니라 향후 경제학 교과서에도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QE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QE가 없었더라면 서브프라임 사태가 글로벌 경제를 장기적 공황상태로 끌고 갔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QE 정책을 비관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경제가 공황상태에 빠지게 되더라도 회복의 기간이 길어지겠지만 자력으로 회생하도록 놓아두었더라면 경제회복이 더욱 더 단단해 질 것이고 빈부 격차도 이처럼 극대화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비관론자들은 이번 QE가 정부와 대기업들에게 크레딧카드를 발행주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에 정부의 적자 예산과 기업들의 투기를 부추기는 무책임한 정책이었고 그로 인하여 눈덩이처럼 불어난 정부의 공적 부채가 주는 무게감으로 미국의 장기적 경제가 오히려 악화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으로 우려한다.
경제 역사책에는 과거의 대제국들이 과다한 공적 부채로 인해 화폐의 공신력을 잃기 시작하면서 패망의 귀로에 들어섰던 예가 즐비하다.
19년 동안 연준 의장 자리에 있었던 앨런 그린스펀은 지난 수요일에 비관론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이래적인 발언을 했다. 그는 이번 QE의 엄청난 규모를 가리키면서 앞으로 나타나게 될 후유증이 자산시세에 작지 않은 변수로 대두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더불어 그는 그러한 경제적 환경에서 자산을 보호해 줄 자산은 금(gold)이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가 미래에 다가올 충격에 대비하여 금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전 세계가 찍어낸 종이화폐와 향후 은행들이 투입하게 될 추가 유동성이 불러올 악영향을 예견하는데서 비롯된 발상이 아닌가 추정된다.
이제 QE가 종식됨으로써 부동산과 증권시장은 FRB의 뒷받침이 없는 상태로 나가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지난 5년반 동안 세 배가 넘게 뛰어 오를 수 있게 해주었던 대들보가 QE였다면 그것이 없는 증시의 행보를 예측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물론 앞으로 은행들이 대출의 문을 활짝 열고 신용을 통한 유동성을 뿜어준다면 자산시세의 상승은 한동안 더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은행들이 대출을 시작한다는 것은 금리가 오른다는 것과 같은 말이기 때문에 자산시세가 추가로 오르면 오를수록 내림세에 대한 리스크가 더 커지게 되고, 그러한 리스크가 증가하면 할수록 금융구조에 잠재해 있는 스트레스가 표면화 될 확률도 커지게 된다.
다음에 나타나게 될 금융란은 서브프라임 사태를 무색하게 만드는 규모가 될 수 있는데 그것은 선진국들의 공적 부채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증가했고 은행들의 왕성한 대출로 인해 기업과 개인들의 부채 레벨도 상당히 높아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때 나타나게 될 디레버리지(deleverage) 홍수를 막기 위해서는 화폐의 재발행이 불가피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이 지금부터 금을 사두라고 충고하지 않았을까 싶다.
앞으로 자산시장은 어린아이가 부모의 품을 벗어나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것과 다름없다. 부동산과 증권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향후의 경제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시기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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