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주 <코네티컷토요학교 교장>
한때는 미동부에서 ‘대구’ 요리가 한창 유행했었다고 한다. 빗발치는 수요에 비해 이 지역에서 잡을 수 있는 어획량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다른 먼 곳으로 부터 실어 날라야만 했다니 그 인기가 대단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먼 곳에서 잡은 이 생선은 운송하는 기간이 상당히 긴 탓에 결국 도착지에 이르면 생선살이 푸석푸석해져 막상 판매를 할 때는 헐값이 되었다니 당시 상인들의 애타는 심정이 짐작이 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구를 얼리지 않고 살아있는 채로 운반해 보기도 했지만 역시 싣고 오는 동안 배안에서 몽땅 죽고 말아 소용이 없었단다.
그러던 차에 어떤 연구가가 고심 끝에 좋은 아이디어를 내었다고 한다. 배로 싣고 오는 동안 물탱크 안에 대구의 천적인 ‘메기’ 몇 마리를 대구 떼와 함께 풀어놓고 다니게 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메기 등살에 대구들이 살아남을까 걱정을 했지만 오히려 대구 떼를 쉴 새 없이 따라다니며 괴롭혔던 메기덕분에 대부분의 대구들은 죽기는커녕 도착지까지 멀쩡히 살아 싱싱하게 팔딱팔딱 뛰고 있었다니 참으로 놀라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주위에는 항상 ‘대구’를 괴롭히는 ‘메기’같은 상황이나 존재들이 있기 마련이다. 나한테 스트레스를 주고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을 우리는 몹시 싫어 하지만 어찌 보면 나를 괴롭히는 ‘메기’가 있기에 오늘도 살아 숨 쉬며 오히려 더욱 활기차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과도한 스트레스는 병이 된다고 하지만 긴장감이 전혀 없는 삶 역시 나를 죽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나에게 ‘메기’같은 존재가 새삼 다시 보인다.
몇 해 전 이맘 때 쯤 이었다. 갑자기 배가 너무 아파서 떼굴떼굴 구르기 시작했다. 출산할 때 겪었던 산통보다도 더 심하게 느꼈던 바로 그 고통의 원인은 신장 안에 있었던 엄지 손가락만한 돌덩이였다. 신장결석 수술을 마치고 회복하는데 꼬박 두 달이 걸렸다. 그때 그토록 아팠던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지금도 나는 옆구리와 신장이 있는 부위를 습관처럼 쓰다듬으며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나를 그토록 아프게 했던 그 돌덩이 덕분에 지금 나는 훨씬 건강해졌다. 수분 부족이 신장결석의 커다란 원인이라며 "물을 많이 마시라"는 의사의 처방을 나는 하나님의 계시처럼 잘 지키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때처럼 아파서 고생하는 게 몸서리치게 싫어서 내 몸을 신주단지 모시듯 떠받들기 시작했다. 그런 고통의 경험을 겪고 난 후부터 나는 먹는 것도 엄청 신경 쓰고 아침저녁으로 몸을 풀어주는 체조도 시작했다. 평소 건강을 챙기라는 조언에 좀처럼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내가 만약에 그토록 아팠던 계기가 없었더라면 이토록 달라질 리 만무했을 것이다. 확실히 건강에 유독 신경을 쓴 후로는 골골했던 내가 훨씬 생기발랄해졌다. 이런 관점으로 보니 그때 나를 괴롭혔던 그 돌덩이가 바로 나의 ‘메기’였던 셈이다!
인생을 살다보면 나를 못살게 구는 천적들이 쉴 새 없이 나를 따라 다닌다. 몇 해 전 내가 겪었던 것처럼 예고 없이 건강 문제가 갑자기 나를 엄습하기도 하고 요즘같이 경기가 안 좋을 때면 경제 문제가 우리를 괴롭히기도 한다. 건강도 좋아지고 경제 형편도 좀 나아져서 두 다리 쭉 펴고 편히 자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나를 들들 볶아 대기도 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인생이라는 탱크’안에는 부모 말을 죽어도 안 듣고 속 썩이는 자식부터 시작해서 바람을 피우거나 노름을 하는 배우자까지 우리들의 애간장를 녹이는 덩치가 커다란 ‘사나운 메기’들이 바글댄다. 어디 이뿐인가? 회의석상에서 내 의견에 꼬박 꼬박 반대하는 사람들, 내 실수와 잘못을 가차 없이 비판하고 무시하는 사람들, 그리고 잘하는 건 생전 인정하지 않고 못한다고 매일 핀잔만 주는 사람들처럼 나를 물어뜯고 할퀴는 비교적 덩치는 작지만 이빨이 ‘날카로운 메기’들도 비일비재하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들한테만 유독 그런 문제와 그런 환경이 주어지는 건 아닌 것 같다.
남다르게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담을 들어봐도 그들을 힘들게 했던 문제들과 그들을 무시하고 비난했던 사람들이 온통 그들 주위에 득실거렸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오히려 그토록 어려운 고비가 그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었고 그렇게 까다로운 사람들이 그들을 더욱 성장시켜 주는 동기가 되었다고들 한다.
오늘도 어떤 환경이 혹은 어떤 사람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가? 그 문제들은 혹은 그 사람들은 단지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는 ‘메기’일뿐이다. 그대로 낙담하고 주저앉으면 ‘메기’한테 결국 잡혀 먹는 ‘대구’의 신세가 되고 말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결국 바로 그 문제 때문에 혹은 바로 그 사람 때문에 더욱 성공한 삶을 살게 될 수도 있다. 이제 곧 다가오는 추수감사절에는 나를 쫓아다니던 ‘메기’로 인해 오히려 감사하다는 고백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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