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QE가 종료된 지 이틀 만에 일본 중앙은행 BOJ가 거대한 액수의 QE 카드를 들고 나왔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도 QE 카드를 흔들며 글로벌 자산시장에 유동성을 제공해 줄 것을 약속했다. 글로벌 경제의 리더인 미국의 경제가 그처럼 좋다고 하고 주식시세도 또 다시 신고가를 경신한 이 상황에서 일본과 유로존마저 돈을 찍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2009년 10월에 10%까지 올랐던 미국의 실업률이 최근 5.9%까지 하락했고 소비자 신뢰지수, 제조업지수, GDP, 산업생산지수와 같은 주요 경제지표들도 모두 미국 경제가 호황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경제가 호황을 누릴 때는 이자율과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것이 통례다.
그런데 현재 우리가 체험하고 있는 호황에는 인플레이션이 아닌 디플레이션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것과 장기금리가 상식적 수준보다 훨씬 낮다는 것이 다른 점들이다.
최근 4개월 간의 자산시세를 살펴보면 요즘 디플레이션 현상이 어느 정도로 심해졌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오일과 개스관련 펀드인 XOP는 불과 넉달 만에 27%가 하락했고 구리관련 펀드 JJC는 9%가 넘는 하락세, 그리고 대형 금광주들을 모아 놓은 GDX 펀드도 같은 기간 동안 무려 35%나 떨어졌다. 게다가 철광석 시세는 올해 들어 이미 50%가량 폭락했다.
미국의 활황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관련주들이 그처럼 고전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 외 국가들의 경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실상 유럽 국가들은 트리플 리세션으로 향하고 있고 상상을 초월하는 완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제조업과 소비산업은 마이너스 성장의 테두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발표되었던 미국의 지표들 또한 앞으로 언제 얼마나 하향 조정되어 번복 발표될지도 모르는 상황인 것도 사실이다. 지난 10월 중순, 주식시장이 10%가량의 조정을 하고 있을 때,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장이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목적으로 했던 발언을 생각해 보자. 그는 필요에 따라서 연준이 QE4도 불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을 계기로 주식시장은 다시 급등하기 시작했고 줄이어 일본과 유로존 중앙은행들도 대규모 QE를 선언함으로써 주식시세는 반등 14일만에 신고가를 경신하는 획기적인 행보를 보였다.
결국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QE를 고집하는 이유가 건실한 경제성장보다는 자산시세 상승을 통한 디플레이션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QE 정책이 빈부의 격차를 벌리는 주 요인임을 인정하면서도 동일한 정책을 고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그만큼 글로벌 경제가 궁지에 몰려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들이 디플레이션을 그처럼 두려워하는 이유는 글로벌 경제가 안고 있는 부채가 너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들의 부채 레벨이 위험 수준까지 가 있는 이 상황에서 디플레이션을 허락하는 것은 자폭행위와 다름없는 경제정책이다.
옐렌 FRB 의장이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말을 꺼낼 때마다 강조했던 말이 “금융시장의 상황을 봐가면서 결정하겠다”라는 말이다. 최근에 발표되는 미국의 경제지표가 거의 팽창 조짐까지 보이고 있고 주식이 올타임 하이에 올라와 있는 이 상황에도 불구하고 FRB가 향후 금리정책에 대하여 만큼은 자신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털어놓지 못하는 뭔가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을 필자의 머릿속에서 떨쳐버릴 수가 없다.
비록 미국은 QE를 종식했다고는 하나 일본과 유럽이 내미는 QE 카드는 미국을 포함한 국제 자산시세 모두에 유동성을 펌핑해 주는 것과 다름없다. 그들은 글로벌 경제에서 디플레이션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QE를 멈추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디플레이션과의 싸움이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으로 전환된다 하더라도 일단 디플레이션의 불이 꺼지기 전까지는 자산시세를 올리는 정책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www.GyungJe.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