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승진에서 종종 불이익 뒤따라
▶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육아휴가 천국
퇴근 후 10개월 된 딸과 시간을 보내는 토드 베드릭. 오리건, 포틀랜드에서 언스트 & 영의 감사 매니저로 일하는 그는 지난 5월부터 6주간 육아휴가를 가졌다. 부부 맞벌이가 보편화하면서 자녀 출생 때 엄마뿐 아니라 아빠의 육아휴가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법적규정에도 불구 직장 내 눈치 감수해야]
언스트 & 영에서 회계사로 일하는 토드 베드릭은 딸이 태어난 지 5개월이 되었을 때 6주 휴가에 들어갔다. 그 회사는 자녀 출생 때 아빠들에게 최고 6주간 유급 휴가를 제공한다. 아내 새라가 출산 휴가를 마치고 교직으로 복귀하자 그가 딸을 돌보기 위해 휴가를 얻은 것이다. 덕분에 그는 아기를 살포시 안아 재우는 법, 아내가 짜서 얼려둔 젖을 녹여 먹이는 법 등을 배웠다. 그리고 매일 점심시간이면 아기를 태우고 새라가 일하는 초등학교로 가서 아내가 젖을 먹이게 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아기를 보다가 아내가 퇴근하면 그 즉시 아기를 건네주고는 기진맥진해서 카우치 위에 쓰러지곤 하며 6주를 보냈다.
“제일 좋은 점은 아기와 끈끈한 애착관계를 형성한 것”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오리건, 포트랜드에 사는 그는 지난 6월부터 다시 회사로 복귀했다. 그런 시간을 갖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아기와 가깝게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가족과 일에 관해 연구하는 사회학자들에 의하면 베드릭처럼 자녀가 갓난 아기였을 때부터 양육에 개입한 아빠들은 이후로도 계속 자녀양육에 긴밀하게 참여하고,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 비해 건강하다.
이렇게 아빠가 자녀양육에 함께한 경우 그 아내들 역시 덕을 본다. 남편이 육아휴가를 받은 여성들은 자녀 출생 9개월 후 기준 직장에서 보수가 올라가고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아빠들의 육아휴가가 모든 면에서 좋은 것은 아니다.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육아휴가를 포함, 가족을 보살피기 위해 남성이 휴가나 휴직을 할 경우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가 있다. 예를 들면 봉급이나 승진에서 밀리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여성들이 자녀양육 때문에 지난 수십년 동안 겪어야 했던 불이익이 남성들에게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역할은 지난 반세기 많이 변화했다. 오늘날, 어린자녀를 가진 여성의 70%는 직장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연방 노동통계국은 집계한다. 반면 남성의 역할 변화가 눈에 띄게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최근부터이다.
이런 변화 중 가장 분명한 것이 아빠들의 육아휴가이다. 1993년에 제정된 가족 및 의료 휴가법은 직원 50명 이상 기업의 경우 자녀가 새로 출생한 부모에게 12주의 무급 휴가를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휴가를 주는 회사들 중 언스트 & 영을 포함하는 14%는 회사 자체 내 결정에 따라 유급 휴가를 제공한다.
한편 법적으로 휴가를 제공해야 하는 회사들 중 20%는 아빠의 육아휴가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리고 미국의 모든 근로자들 중 거의 절반은 육아휴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작은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사규에는 육아휴가가 정해져 있다 하더라도 무언의 직장 분위기로 인해 남성들이 감히 육아휴가를 간다고 말하지 못하는 경우들도 많다. 유급 휴가가 제공되든 안 되든, 대부분의 남성들은 육아휴가를 간다 해도 잘해야 1주일 자리를 비울 뿐이다. 근로계층 남성들의 경우는 특히 아기를 돌보겠다고 휴가를 갈 가능성이 낮다.
“자녀가 내게는 직장일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남성에게 부정적 꼬리표가 따라 붙는 것은 여전하다”고 오리건 대학 사회학자인 스캇 트레인은 말한다. 아버지의 역할을 연구하는 그는 남성이 육아휴가를 간다는 자체가 바로 그런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성이 가족부양의 주 책임자이거나 그게 아니면 최소한 중요한 몫을 맡은 경우가 많은 만큼 육아휴가와 관련 직장내 분위기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그는 지적한다.
남성과 여성의 역할 진화는 궁극적으로 직장문화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사회학자들은 전망한다. 가족부양의 책임을 맡는 여성들이 점점 많아지고 가족 친화적 정책을 요구하는 남성들이 점점 많아진다면 고용주들이 더 이상 성별을 기초로 직원들을 다르게 대우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말이다.
“남성들의 요구사항이 많아지면 직장이 아동 친화적이 되는 데 도움이 되겠지요.”하지만 이렇게 되기 위해서 어려운 것은 아빠 육아휴가를 주도록 고용주들을 설득하는 것만 이 아니다. 남성들 자신이 육아휴가를 tM도록 설득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남성들의 육아휴가가 이미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경제분야도 있다. 실리콘밸리가 대표적이다. 직원들 중 가임연령층이 압도적으로 많은 실리콘밸리에서는 남성 육아휴가가 적극 권장되는 분위기이다. 대표적인 예로 페이스북은 17주 유급 휴가, 야후는 8주 유급휴가를 제공한다. 동성 부부와 입양 부모들에 대한 배려도 포함된다. 그래서 아빠 육아휴가는 종종 파트너 휴가 혹은 가족돌보기 휴가로 불린다.
베드릭이 감사 매니저로 일하는 언스트 & 영에서는 지난 2004년 아기를 돌봐야 하는 아빠들에 대한 유급 육아휴가를 2주에서 6주로 늘렸다. 동성인 부부 혹은 아내가 산후 휴가를 마치고 복직한 케이스의 남편이 주로 이용한다.
캘리포니아, 뉴저지, 로드아일랜드 등 3개주는 고용주가 자녀 출생시 엄마아빠 모두에게 의무적으로 유급 육아휴가를 주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예산은 봉급에서 원천징수하는 장애자 지원 예산에서 충당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아빠들의 육아휴가는 줄어드는 추세이다. 지난 2010년에서 2014년 사이 해당 베니핏을 제공하는 기업 수는 5%포인트 하락했다. 고용주들은 남성의 육아휴가가 기업에 반드시 이득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때문이다. 백악관 경제 자문위원회에 의하면 남성의 거의 1/3은 자녀 출생시 유급이든 무급이든 육아휴가가 없다.
아기가 태어나면 아빠들 중 89%는 직장을 쉬기는 한다. 하지만 이들 중 거의 2/3는 휴가기간이 한주 이내이다. 그리고 육아휴가 보다는 병가나 정규 휴가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이상 길게 휴가를 가지 못하는 이유는 업무 압박감 그리고 암암리에 작용하는 회사 측의 기대감 때문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그래서 남성들의 육아휴가를 장려하는 언스트 & 영에서도 6주를 다 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육아휴가를 가려면 가장 중요하고 가장 힘든 것이 직장 문화의 변화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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