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펫.대금연주에 지휘까지...음악은 행복으로 통하는 길
12월2일 창단공연 앞둔 ‘나눔밴드’는 나에게 큰 도전이자 보람
트롬본, 색소폰, 트럼펫 등의 금관악기는 물론 피리, 퉁소, 대금 등 국악악기도 멋들어지게 분다. 검은 턱시도를 입고 트럼펫을 연주하며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활동하는가 하면 도포를 입고 갓을 쓰고 대금연주를 하거나 퍼레이드 길거리 행진 때는 흥겹게 퉁소도 분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성가대를 지휘하고, 재능기부 차원에서 아마추어 밴드를 지도하기도 한다. 그는 바로 윤태석 트럼펫 연주자 겸 지휘자이다.
■ 빨강기타와 트럼펫
1956년 춘천에서 태어난 윤태석 (58)지휘자는 성수초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한테 빨강기타를 생일 선물로 받는다. 그날로부터 뒷집의 음악학원에 가서 코드 4개로 연주하는 팝송 ‘해 뜨는 집(House of the rising sun)’을 배웠다. 그가 처음 연주한 악기는 기타였고, 기타 실력을 쌓으면서 피아노는 덤으로 배울 수 있었다.
악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학교 밴드부에 들어가 트롬본을 시작했지만 공군사관학교 출신으로 트럼펫 연주자였던 엄격한 지도교수의 권유로 트롬본 대신 트럼펫을 배우게 된다. 그렇게 배운 트럼펫이 지금의 전공으로 쭉 이어온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안호상 파조음악상’이란 첫 수상의 영예를 안으면서 성수 중, 고등학교로 진학해 트럼펫으로 브라스밴드와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한다.
대학에서 음악교육학과를 전공하던 그는 군대에 가서는 자신의 특기인 트럼펫으로 육군 군악대에 차출돼 매년 4차례씩 국군장병 위문공연을 오는 가수들과 함께 지역주민까지 초청하는 대민봉사 연주를 하며 36개월의 군 복무를 마친다. 제대 후에는 밴드지휘를 하던 선배를 만나 극장식 나이트클럽인 국일관에서 25인조 밴드의 트럼펫 연주자로 2년 동안 고수입(?)의 아르바이트로 실전경험을 쌓았다.
그는 “생일선물로 받은 기타가 내 생애 첫 악기였으며 초등학교 밴드시절 배운 트럼펫이 오늘날 나를 있게 했다. 고등학교 시절 브라스밴드를 하면서 바이올린을 하던 후배를 뉴욕에서 만났을 때는 참으로 반가웠고, 내게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 무척 기뻤다”고 말한다.
■ 지도의 지휘봉을 잡다
연주만 하던 그가 처음 지휘봉을 잡게 된 것은 강원도 양양고등학교에서 음악교사로서 밴드부의 지도를 맡으면서부터다. 강원도 춘천 교육청의 장학사로 있던 선배로부터 학생밴드 지원 요청을 받자마자 그는 흔쾌히 수락하고 양양고교 밴드부와 인연을 맺게 된다. 밴드부의 선배들이 연주회 하는 것이 소원이었다는 이야기를 귀담아 들은 그는 그날부터 학생지도에 전념한다.
그렇게 2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양양고교 밴드부원들은 강릉, 춘천, 속초 등의 극장에서 순회공연을 하는 꿈을 이룬다. 그리고 전국관학제에서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최강의 실력마저 뽐내게 된다. 그는 전국 정상의 자리를 차지한 그들과의 이별을 고하고 다시금 강릉여고 음악선생으로 부임해 그곳에서 여고생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게 된다. 또한 트럼펫 연주자로 강릉시립교향악단의 악장이자 지휘자를 겸하게 된다.
그는 그들과 연주를 함께 하면서 또 하나의 보람 있는 일을 하게 된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강릉시향의 여성단원과 강릉여고 오케스트라 단원 등 여성으로만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전 국민 행사의 일환으로 서울과 강릉을 오가며 올림픽 축하 순회연주회를 한 것이다. 그로 인해 그는 올림픽이 끝난 후 ‘88 서울 올림픽 지휘자 공로훈장’을 수상하며 정상의 지휘자 반열에 우뚝 서게 된다.
그는 “춘천, 강릉 시향 등에서 트럼펫을 연주하는 단원으로 활동했고, 브라스 퀸텟의 영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서울브라스앙상블 5인조로서 자체 연주는 물론 교회, 결혼식, 길거리 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 왕성한 연주활동을 하던 때의 기억이 많이 남아있다. 또한 강릉여성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올림픽 축하 순회연주를 하면서 지휘자 상까지 받은 것은 내 생에 보람 있는 일 가운데 하나로 가슴에 담고 있다”고 말한다.
■ 갓 쓰고 도포 입고
클래식 연주와 지휘자로 활동하는 그는 1990년 초에는 춘천교육원의 음악교육 연구사로 일을 하게 된다. 그는 그 곳에서 대금, 중금 등의 제작 보급 활동을 펼치면서 국악기와도 인연을 맺는다. 트롬본, 트럼펫 등 클래식 악기를 연주하던 그가 피리, 대금 등에 흠뻑 심취해 국악인들과 어우러져 전통의 화음을 낼 수 있는 실력을 쌓게 된 것이다.
그는 그 때 전수받은 실력으로 뉴욕에서도 한국의 이름을 드높이는 다양한 국악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변시환(피리), 박정배(해금), 박윤숙(장구)씨 등 국악찬양단원들과 함께 그는 대금을 불며 유엔, 워싱턴 세계합창제를 비롯한 각종 중요한 행사에 초청을 받아 다양한 곳에서 국악연주를 했다. 퀸즈 타운 홀과 플러싱 도서관에서도 대금 독주회를 했다. 미 자연사 박물관에서는 연례행사로 유망한 한인 젊은 작곡가 폴연 이와 함께 대금과 피아노 합동 연주도 했다.
뿐만 아니라 맨하탄 한 복판에서 펼쳐지는 코리안 퍼레이드에 참가해 국악인들과 어울려 퉁소를 불며 길거리 행진을 한 것은 무려 13년째다. 무엇보다 그는 언제든지 대금 연주를 할 때는 도포를 차려 입고 갓을 쓰고 옛 선비 같은 모습을 갖추고 연주를 한다. 그는 “트럼펫을 연주를 할 때는 마음에 뜨거움이 솟아오르는 감정이 들고, 대금을 연주할 때는 마음이 차분해 진다”며 “트럼펫과 대금은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대할 수 없는 나에게 소중한 악기이자 친구”라고 말한다.
■ 지휘는 경험이다
1998년 국비유학으로 뉴욕에 온 그는 헌터카리지에서 음악교육 석사 공부를 하고 NYIT에서는 커뮤니케이션 아트를 전공했다. 그는 새누리 장로교회에서 1999년부터 지금까지 16년 동안 지휘자를 맡고 있다. 또한 예일 브라스밴드, 뉴욕색소폰앙상블, 나눔 밴드 등 전문인과 아마추어로 구성된 밴드이 지휘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휘자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은 성가대의 찬송이 끝난 뒤 성도들이 은혜 받았다고 할 때나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끝났을 때 관객이 감흥을 받고 감동할 때라고 말한다. 지휘자가 되려면 포용할 수 있는 마음자세와 최소한 4-5개의 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그는 지휘자의 매력은 연주자들과 함께 하나를 만드는 것이며 관객도 하나가 되어 감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휘자의 역할이라고 꼽는다.
그는 좋은 지휘자가 되려면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휘는 지휘자의 기술적, 음악적, 인상적인 면 모두가 경험을 통해 서서히 완성되기 때문이란다. 그는 오케스트라는 당연히 무대 위에서 가장 좋은 소리를 내며 그 소리를 듣고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 무대 위에서 예상치 못한 많은 일들이 일어날 때 그 상황에서 센스 있게 대처하여 좋은 연주를 이끌어 내는 것이 바로 지휘자에게 필요한 지휘 경험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휘자나 연주자나 경험을 쌓으면 쌓을수록 더 수준 높은 음악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 행복을 만드는 사람
뉴욕코리언재즈오케스트라, 뉴욕심포니오케스트라, 뉴욕브라스밴드 등 악기를 전공한 전문 연주자들과 함께 연주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아마추어 음악인들을 지도하면서 과거에 교만했던 성격이 오히려 배려하는 마음으로 여유로워졌다고 한다.
그는 아마추어 밴드를 지도하다 보면 아마추어들은 화음이 잘 안되니까 튜닝이 안 된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과 같다며 그렇기 때문에 악기를 연주하려면 기초를 튼튼히 쌓아야 하고 전문적인 교습을 통해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오는 12월2일 창단 공연을 앞두고 있는 아마추어 밴드인 ‘나눔 밴드’를 2년 동안 지도를 맡아 지휘하고 있는 그는 “그들을 지도하는 동안 그들의 진지한 모습과 열기를 보면서 가르치는 즐거움을 느낀다”며 “날로 늘고 있는 실력과 재능 있는 그들과 함께 창단 연주를 앞두고 있는 나로서는 큰 도전이자 보람”이라고 귀띔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는 것이 ‘행복’이라는 그는 “지휘자는 행복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 이유는 지휘자와 단원들이 교감을 통해 하나가 되니 즐겁고 그 하나가 된 것을 보고 감동하며 또 하나가 되는 관중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터뷰를 하면서 그의 음악적 열정은 지휘자겸 트럼펫 연주가로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면 언제나 어디든 달려가고 싶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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