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준금리 6.5%p 전격인상 약효 없어
▶ 미 경제 제재 강화로 푸틴 사면초가
경제위기로 러시아 루블이 폭락하고 있는 가운데 세인트 피터스버그 소재 외환 환전소 직원이 17일 주요 환율을 표시하고 있다. 루블화 가치가 달러 당 74.80루블까지 표시됐다.
[집중분석/러시아 경제위기]
러시아 외환시장이 급격한 금리인상이라는 극약처방에도 불구, 공황상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등 저유가로 빚어진 러시아 경제위기가 세계 경제에도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폭락 행진을 거듭하며 신흥국의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강화에 나서면서 러시아가 더욱 궁지에 몰려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약효 없는 금리 인상… 외환위기론 확산
러시아 중앙은행이 16일 환율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연 17.0%로6.5%포인트 전격 인상했지만, 루블화 가치는 달러 당 80.1루블로 9.8%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가 70루블 안팎에서 거래됐다. 러시아의 주요 주가지수인 RTS는 12.3% 폭락했다.
러시아의 외환위기 우려로 신흥국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장중 달러 당 2.41리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브라질 헤알화는 9년9개월 만에 처음으로 달러 당 2.73헤알을 돌파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16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다. 저유가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 같은 원유 수출국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까지 낳고 있다.
러시아 상가에는 화폐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렸고 일부 러시아 은행은 달러화와 유로화를 사두려는 고객 때문에 현찰 부족사태를 겪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가 전했다. 세르게이 슈베초프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는 “현재 상황이 1년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러시아서 공산품·달러 사재기
17일 모스크바 시내에 있는 러시아 최대 은행 스베르뱅크의 한 지점의 창구 앞에는 10여명의 고객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중 한 은퇴자는 “연금을 달러화로 환전하려고 한다”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모두 루블화 가치가 계속 떨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루블화 가치 폭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심화와 국가 부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화와 공산품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일반 시민이 앞 다퉈 루블화를 달러화나 유로화로 바꾸면서 일부 은행지점의 보유 외화가 바닥을 드러냈다. 스베르뱅크의 한 지점은 이날 10만달러를 확보해 놓았지만, 오후 7시가 되면서 100달러만 달랑 남았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루블화 가치가 떨어지자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고 이는 루블화 가치를 더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화폐가치 하락을 반영한 가격인상에 대비해 자동차, 가전제품 등 고가의 공산품을 미리 사두려는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 압박 수위 높이는 미국… 러시아, 추가 대응책 고민
이처럼 금융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이 러시아 국영기업을 추가 제재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임에 따라 러시아가 사면초가에 빠지고 있다.
스위스 줄리어스베어 은행의 하인츠 루티만 신흥시장 투자전략가는 FT에 “러시아가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며 기준금리 인상에 이은 다음 조치로 자본통제 가능성을 들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에 러시아가 외환위기에 대응하는데 필요한 유동성 규모는 약 4,400억달러로 현재 외화 보유액 4,189억달러보다 크다”며 모라토리엄 선언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러시아의 대외 채무는 약 7,000억달러로, 이 중 1,250억달러는 내년말까지 갚아야 한다. AP 통신은 러시아에 돈을 빌려준 외국 채권기관들이 6,700억달러의 손실에 대비해야 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 키워드: 디폴트와 모라토리엄
디폴트(default) 또는 채무불이행(non payment)이란 민간기업이 공채나 사채, 은행 융자 등을 받았는데 이자나 원리금을 계약대로 상환할 수 없는 상황, 또는 정부가 외국에서 빌려온 차관을 정해진 기간 안에 갚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에 비해 모라토리엄(moratorium)은 빚을 갚을 시기가 되었으나 부채가 너무 많아 일시적으로 상환을 연기하는 것으로 ‘채무 지불유예’라고도 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