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FOMC 통화정책 발표와 재닛 옐런 의장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날 두 이벤트를 통해 필자는 두 가지의 원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이번 Monetary Policy Statement(통화정책 발표문)에 두 가지 핵심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은 ‘patient’라는 단어와 ‘considerable time’(상당기간)이었다. 두 개 부분 모두 향후 정책을 시그널하기 위해, 그리고 완화에서 긴축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묘사하는 외교적 언어라고 볼 수 있다.
글로벌 증시는 이번에 ‘considerable time’이라는 구절이 빠져 있을까봐 발표가 있기 며칠 전부터 4% 정도의 하락세를 미리 보였었다. 만약에 그 말이 빠졌었더라면 이번 연말 산타랠리는 그리 쉽지만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런데 FRB 통화정책 발표문에 그 구절이 들어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다우지수는 불과 4일만에 1,000포인트가 넘게 뛰어올라 역사상 처음으로 1만8,000대를 넘어섰다. 지난 3년 중 가장 큰 단기 상승폭이었다. 그동안 발표되고 있는 경제지표들의 견고성을 감안한다면 FRB는 굳이 상당기간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될 뻔했었겠지만 아직도 FRB가 금리인상을 시그널할 때마다 그처럼 조심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혹시라도 증시 상승에 제동이 걸리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서다.
그렇다면 FRB가 ‘patient’라는 단어는 왜 거기에 끼어 넣었을까? 그것은 주식과 마찬가지로 외환시세도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Considerable time 구절은 제로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된다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에 주식을 뛰어 오르게 만들었다.
12월17일 이벤트를 통해 확인한 두 번째 원리는 옐런 의장의 입을 통해서 나타났다. 이번 회견에서 CNBC 증권 채널의 최고 경제기자 스티브 리스맨이 옐런에게 오일가격 하락을 언급하면서 걱정되는 게 없냐는 식으로 묻자 옐렌은 오일가격의 하락은 국민들에게 세금을 내려준 것과 같은 현상이기 때문에 소비시장에 긍정적인 여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왜 FRB는 디플레이션을 금기화 하는 동시에 인공적으로라도 인플레이션을 만들어내기 위해 그토록 안간힘을 쓰는 것일까?해답은 자산시세다. 시간이 흐를수록 QE와 제로금리의 실효성이 약해지는 것을 알면서도 완화정책을 최대한 연장시키려는 FRB의 숨은 목적은 주식과 부동산의 가격 상승에 박차를 가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학의 수요공급 논리에 따르면 경제가 약해지면 수요의 감소현상이 나타나고 수요가 떨어지면 가격(물가)이 하락하게 된다. 가격이 떨어지면 또 다시 수요가 증가하고 수요가 증가하면 경제는 침체국면에서 회복기를 맞게 된다. 그리고 경기가 살아나면 자연적으로 물가는 다시 오르게 된다. 옐런 의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그와 같은 수용공급의 논리에 입각하여 최근의 오일과 원자재 가격 하락을 net positive한 경제적 현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동시에 그는 물가가 2% 선으로 오를 때까지는 금리정책에 있어 유연한 자세를 고수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한 모순적인 통화정책이 강행될 수밖에 없는 경제적 배경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이 세상에 빚이 너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정부의 부채가 GDP 대비 100%를 넘어섰고 일본정부의 부채는 240%가 넘는다. 지난 2011년에 금융위기를 맞았던 유로존 국가들의 문제도 공적부채가 위험수준에 도달했거나 넘어섰기 때문이었다.
부채가 많을 때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빚을 줄여가야 하는 것이 정상적인 순서가 되겠지만 경제가 축소되면 디플레이션 현상이 생기게 되고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자산시세가 떨어지게 되면 은행들의 대차대조표에 타격을 주게 되어 디플레이션의 소용돌이는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시점에 와서 FRB가 잘해 낼 수 있는 일은 자산시세를 끊임없이 띄워 올리는 일이다. 만약에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내려앉게 된다면 그나마 이루어놓은 경제회복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펀드매니저들이 2015년에도 자산시세의 상승이 유지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도 그와 같은 금융구조의 속성을 이해하고 있는데서 비롯된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의 중앙은행들이 자산시세 상승에 고삐를 늦추게 된다면 그 파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자산가격이 내리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2015년의 전망은 자연적으로 상승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www.Gyung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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