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축 4년 불구하고 경제난 더 심화… 실업률 25% 상회
▶ 대공황기 미국 상황과 흡사 “일자리 회복에 15년 소요”
<네아 이오니아, 그리스>
올 55세인 알렉산드리아 니콜로비에니는 4년 전 학교에서 어린 아이들을 돌보는 일자리를 잃었다. 이후 아직까지 새로운 일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인 이유로 그녀의 딸과 사위는 그녀 집으로 들어와 살고 있다. 그들도 일자리를 잃었다.
아테네 교외지역의 급식소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니콜로비에니는 무료 식품을 받아가고 아이들에게 신길 낡은 시발을 집어가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리스만큼 긴축정책이 공격적으로 시행된 나라는 없다. 4년 이상 허리를 바짝 졸라맨 그리스인들의 인내는 점점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약간의 개선이 있었다 해도 일반 그리스 국민들은 이를 전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의회가 대통령 선출에 실패함에 따라 그리스는 총선을 앞두고 있다. 총선은 망가진 그리스 경제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월25일 총선에서 중도우파인 현 정권은 그리스가 스스로 미래를 결정해야 하며 경기부양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급진적 좌파 도전자를 상대해야 한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리스와 유럽연합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며 유로화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으로 지목됐던 그리스에 대해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금, 유럽중앙은행은 지난 2010년 독일이 주창한 긴축정책을 시행토록 압력을 넣었다. 정책의 목표는 부채를 줄이고 부패와 세금 미징수 같은 그리스의 기본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면 그리스가 다시 스스로 서게 되고 돈을 빌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유럽연합 등은 약속했다.
그리스는 마지못해 이 조치를 따랐다. 고통스런 개혁을 통해 2012년부터는 성장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리스는 그해 40만개의 일자리가 잃었으며 2008년 이후 국내총생산도 계속 하락세다. 대공황기 미국의 5년과 흡사한 상황이다.
그리스의 실업률은 2012년 15%를 기점으로 나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재로는 더 악화됐다. 그해 실업률은 25%에 달했으며 2013년에는 27%까지 올랐다가 이후 약간 떨어진 상태이다.
국제 정책결정저들과 경제학자들 k이에 긴축에 대한 논쟁은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하지만 그리스인들 사이에서는 논쟁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의 고통은 흑백사진으로 보게 되는 1930년대 미국과 다르지 않다. 자살률을 급등하고 자동차들은 그냥 거리에 버려지고 있으며 사람들은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통을 뒤진다.
실업상태인 130만명 가운데 90만명은 지난 2년 이상 단 한 번도 봉급수표를 구경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 자신도 실직한 후 지난 2009년부터 아테네에서 무로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는 코스타스 폴리크로노풀로스는 최근 충격적인 일들을 많이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피 코트를 걸친 한 할머니는 멀리서 오래 머뭇거리다 급식소를 찾아 음식을 먹더라는 것이다. 할머니를 아파트에 데려다 주면서 보니 안에 아무 것도 없고 물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현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 지지자들조차 그가 선거에서 힘든 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년을 계속해 온 긴축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을 유권자들에게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상대인 알렉시스 치프라스는 그리스의 채무를 채권국들과 다시 협상해 조정하고 일부 세금을 깎는 한편 삭감된 연금을 복원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그럴 경우 채무국들이 이것을 받아들일지, 또는 그리스가 유럽연합 추방이라는 전례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 등은 불확실하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잃은 많은 그리스인들에 반란은 저항할 수 없는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리스 위기에 대해 두 권의 책을 쓴 미칼리스 미트소플로스는 많은 치프라스의 아이디어들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수많은 그리스인들이 현재 절박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이들은 “나는 일자리가 없다. 집도 잃게 될 것이다. 내 아이들도 미래가 없다. 더 이상 무엇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라고 묻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낙관적인 전망들을 받아들이고 꾸준한 성장이 기대된다고 해도 그리스가 없어진 일자리들을 회복하는 데는 15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고 그리스 의회예산국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그는 “처방이 잘못됐다”고 긴축책을 비판했다. 그는 환자를 거의 죽인 처방과 같다고 비유했다.
지난 5년의 실패에 수백만 그리스인들은 절망과 분노를 나타낸다. 자신들의 삶은 해체됐는데도 일부 엘리트들은 이런 상황과 세금을 피해가면서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에 더욱 분노한다.
한때 철물점 3개를 운영하면서 직원 6명을 고용했던 금년 60세의 레프테리스 판타주풀로스도 그런 그리스인 가운데 하나다. 현재는 네아 이오니스에 연 가게 하나만 남았을 뿐이다. 이익은 거의 나지 않는다. 그와 그의 아내는 지난 3년 동안 난방유를 한 번도 구입하지 못했다. 복권으로 1,000유로를 탄다면 집안을 식품으로 가득 채우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좋았던 시절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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