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두리, 폭풍질주 후 완벽 크로스로 결승골 배달
▶ 은퇴 고려했던 최고참 맏형 베테랑 ‘존재감’ 입증
전반 36분 폭풍 질주로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차두리가 결승골로 이어진 완벽한 크로스를 올리고 있다. <뉴시스>
‘차미네이터’ 차두리의 폭풍질주가 한국 축구를 위기에서 건져냈다.
13일 벌어진 쿠웨이트와의 2015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한국이 형편없었던 경기 내용에도 불구, 그나마 1-0으로 이겨 승점 3을 건진 데는 팀의 맏형인 최고참 차두리의 맹활약이 큰 힘이 됐다.
이청용(볼턴), 손흥민(레버쿠젠), 구자철(마인츠) 등 주축선수들이 부상과 감기로 대거 빠졌다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5위의 최약체 쿠웨이트를 상대로 보인 경기력은 졸전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공격은 답답했고, 수비는 불안했다. 약체를 상대로 전반 한국이 시도한 슈팅이 단 2개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경기 내용이 얼마나 나빴는지를 말해줬다.
이런 분위기에서 그나마 한 골을건진 것은 차두리 덕이었다. 전반 36분 차두리는 해프라인 오른쪽 부근에서 김민우와 2대1 패스로 볼을 넘겨받은 뒤 특유의 폭풍 드리블로 오른쪽 측면을 완전히 돌파한 뒤 완벽한 크로스로 남태희의 헤딩 결승골을 셋업했다. 그 전까지 이근호의 단독찬스를 하나를 제외하곤 제대로 공격다운 공격도 없었던 한국은 이골 덕에 결국 쿠웨이트를 따돌리고 8강 티켓을 얻어낼 수 있었다.
이번이 개인 세 번째 아시안컵 출전인 차두리는 슈틸리케호의 맏형이다.
한국 선수 아시안컵 출전 최고령 기록을 이어가는 중이다. 1980년 7월25일생인 차두리는 이날 만 34세 181일째되는 날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에 앞서 오만전에 나서면서 차두리는 은퇴한 골키퍼 이운재(42·U-23 대표팀 코치)가 보유했던 한국선수의 아시안컵 최고령 출전 34세 102일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차두리는 지난 10일 오만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김창수(30)가 갑작스럽게 부상을 입은 뒤 몸도 제대로 풀지 못한 채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 역시 부상으로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어서 스타팅 라인업에서 빠졌지만 팀이 부르자 필드에 나서 자기 역할을 120% 이상 감당해냈다. 그리고 이날두 번째 경기에선 풀타임을 뛰며 폭풍 드리플 돌파에 이은 완벽 크로스로 결승골까지 배달해내 총체적 부진을 보였던 대표팀을 구해냈다.
사실 차두리는 불과 한 달여 전에는 현역 은퇴를 놓고 고민했던 선수다. 비록 FC서울과 재계약하면서 현역생활을 이어가기로 결정했으나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은퇴할 생각이다. 한일월드컵을 앞둔 지난 2001년 태극마크를 처음 단 차두리는 그동안 A매치 72경기(4골)를 소화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어쩌면 이번 대회후에도 그를 좀 더 붙잡아야 할지 모른다.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 오히려 10여살 어린 대표팀 후배들보다강력한 피지컬과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보여주고 있고 게임을 읽는 완숙한 노련미와 풍부한 경험까지 갖춘 차두리는 지금 마치 모래성처럼 불안하기 그지없는 대표팀 수비라인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를 대체할 만한 선수는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만약 그가이번 대회 대표팀에 없었더라면 지금 대표팀 전력으로 조별예선 통과가 가능했을까. 대답은 ‘예스’보다는 ‘노’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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