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린치라는 걸출한 러닝백 놔두고 왜 그런 모험을…
▶ 수퍼보울 주인 바꾼 시혹스의 마지막 패스에‘탄식’
패이트리어츠의 루키 코너백 겸 세이프티 말콤 버틀러(왼쪽)가 경기종료 20초를 남기고 자기 엔드라인에서 시혹스 리시버 리카르도 로켓으로 향하던 패스를 가로채고 있다.
도대체 왜 거기서 패스를 했을까.
뉴잉글랜드 패이트리어츠가 앞선 경기에서 ‘바람 뺀 볼’을 사용했다는 소위 ‘디플레이트게이트(deflate-gate)’ 스캔들로 어수선했던 수퍼보울 XLIX(49)은 수많은 시청자들, 특히 시애틀 시혹스팬들에겐 승부의 클라이맥스 순간에 갑자기 바람이 빠진 것처럼 허탈하기 그지없이 막을 내렸다.
4쿼터 종료 26초를 남기고 24-28로 뒤지고 있었으나 패이트리어츠 1야드 라인까지 전진, 수퍼보울 우승에 1야드만을 남겼던 시혹스는 세컨드다운 공격에서 누구나 예상했던 러싱이 아닌 패싱을 시도했다가 쿼터백 러셀 윌슨의 패스가 패이트리어츠의 루키 코너백/세이프티 말콤 버틀러에게 인터셉트 당하면서 허무한 패배를 맛봤다.
시혹스가 NFL 최고의 러닝백 중 하나인 마샨 린치를 보유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고 결국이 그 결정이 시혹스의 역사적인 수퍼보울 2연패 달성을 무산시켰다. 우승의 순간이 너무도 가깝게 다가왔었기에 패배는 더욱 믿기 어려웠고, 실망과 아쉬움도 그만큼 컸다.
경기를 해설한 NBC TV의 해설자인 크리스 칼린스워스는 “미안하지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면서 “여기서 터치다운을 뽑아내는데 린치보다 뛰어난 러닝백은 없다.
여기까지 와서 린치에게 볼을 주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시혹스 피트 캐롤 감독의 선택에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상대는 물론 모두가 린치가 볼을 잡을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여기선 그래도 밀어붙여야 한다. 만약 상대가 그걸 막아낸다면 그냥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시혹스 코칭스태프의 결정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패이트리어츠가 쿼터백 탐 브레이디의 3야드 터치다운 패스로 28-24 리드를 잡은 뒤 2분2초를 남기고 자기 20야드 지점에서 마지막 공격을 시작한 시혹스는 3개의 패스로 75야드를 전진했다.
윌슨이 린치에 왼쪽 사이드라인을 따라 31야드 패스를 연결해 마지막 반격의 시동을 건 시혹스는 이어 윌슨의 11야드 패스에 이어 상대 38야드 지점에서 던진 윌슨의 패스를 리시버 저메인 커스가 수비수가 부딪치며 넘어진 와중에서도 바닥에 누운 채 잡아내는 ‘미러클 캐치’ 행운에 힘입어 1분6초를 남기고 패이트리어츠 5야드 라인에서 공격권을 잡았다. 남은 시간은 충분했고 승리는 시간문제로 보였다.
여기서 첫 공격은 린치의 러싱이었고 그는 골라인 바로 앞에서 수비에 막혀 멈춰섰다. 이어 26초를 남기고 시작한 다음 공격에서 시혹스는 린치에게 볼을 주는 대신 패싱을 시도했다. 상대가 린치를 막기 위해 전력을 집중하는 것을 역이용해 보겠다는 생각이었으나 결국은 최악의 악수가 되고 말았다.
지난 주 팀 훈련도중 시혹스의 플레이를 시뮬레이션을 보여준 자기 스카우트팀의 같은 플레이에 당했던 버틀러는 시혹스가 똑같은 포메이션으로 나서자 순간적으로 러싱이 아닌 패싱공격임을 직감한 뒤 스냅 직후 간발의 차로 리시버 리카르도 로켓에 앞으로 뛰어들며 윌슨의 패스를 가로챘다. 그리고 이 플레이 하나로 시혹스 쪽으로 향하던 수퍼보울 트로피는 갑자기 방향을 선회해 패이트리어츠 품에 안기고 말았다.
경기 후 시혹스의 피트 캐롤 감독은 러싱이 아니 패싱을 택한 것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결정이라며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다. 그는 “상대가 린치를 막기 위해 골라인 디펜스를 투입한 상황에서 3명의 리시버 세트를 가동해 그들을 흩어놓으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모두 내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쿼터백 윌슨은 “패스를 던진 사람은 나”라면서 “코치의 잘못이 아니다. 패싱 시도는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 난 그것이 터치다운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잘못한 것”이라고 자기에게 책임을 지웠다.
직접 패싱을 지시한 오펜시브 코디네이터 데럴 베벌 역시 “패싱을 지시한 것은 나”라면서 책임을 자처한 뒤 “그(버틀러)가 대단한 플레이를 했다”고 상대를 칭찬했다.
최소한 시혹스는 서로 다른 사람을 비난하지는 않는 정정당당한 모습을 보여줬으나 그것으로 손안에 들어왔던 롬바디 트로피를 떨어뜨린 아쉬움을 지울 수는 없었다.
<김동우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