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애 최악 스코어로 꼴찌 수난 후
▶ 토리파인스서‘입스’설 불식 주목
타이거 우즈는 지난 주말 아마추어 주말골퍼 같은 모습을 보였고‘입스’ 감염설이 돌고 있다.
‘우즈의 시대’는 이대로 저무는 것일까.
한때 지상최고의 골퍼로 세계무대에 군림했던 타이거 우즈(39)가 지난 주말 피닉스오픈에서 프로데뷔 후 최악의 수모를 당했다.
대회 이틀째 경기에서 11오버파 82타라는 자신의 커리어 최악의 스코어를 적어낸 우즈는 2라운드를 마친 선수들 가운데 공동 꼴찌로 컷 탈락했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골프황제’가 이날 보인 초라한 모습은 옆에서 지켜보기가 안타깝고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그날 우즈가 보여준 경기력은 웬만한 아마추어 골퍼보다 낫다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더블보기 2개와 트리플보기 1개, 보기 6개 등 18홀 가운데 절반인 9개홀에서 보기 이하의 스코어를 적어냈고 버디는 2개에 그쳤다. 무엇보다도 그린 근처에서 나타난 그의 숏게임은 한마디로 프로의 샷이 아니었다.
이쪽 벙커에서 반대쪽 벙커를 찾아가는 그의 모습은 동네 코스에서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주말골퍼들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 골프채널 해설가인 브랜던 샴블리는 “투어 프로가 그린 주변에서 그처럼 못하는 경우를 한 번도 본 적인 없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많은 전문가들은 우즈가 ‘입스(yips)’에 걸렸다고 단언하고 있다. 입스란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호흡이 빨라지고 손에 경련이 일어나는 등 심리적으로 몹시 불안해하는 증세로 인해 정상적인 플레이를 못하는 것을 말한다. LPGA투어에서 17승을 거둔 다티 페퍼는 트위터에서 “지켜보기가 곤욕이었다. 슬프게도 타이거에게 입스가 온 것 같다”고 썼고 골프채널 해설가인 애런 오버홀저도 우즈의 입스 감염설에 의견을 같이 했다.
우즈는 그날 경기 후 “누구나 한 번은 오늘 같은 날을 만난다”면서 “계속 싸워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날 우즈같은 날은 웬만한 프로라면 거의 만날 일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날 우즈의 플레이는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수준이었기에 “누구나 한 번은 오늘 같은 날을 만난다”는 그의 말은 사실 맞다고 하기 어렵다. 우즈의 전 스윙코치였던 행크 헤이니는 “골퍼가 ‘입스’를 만나면 큰 문제가 된다”면서 “이것은 그냥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다. 스위치를 켜서 풀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문제는 테크닉에서 출발하지만 다른 문제로 변형된다. 절대로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단순히 피칭과 치핑의 문제가 아니다, 그(우즈)는 벙커에서 볼을 베고 있었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한마디로 ‘칩샷 입스’로 표현된 우즈의 문제는 다음 몇 주내에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즈는 이번 주 샌디에고 인근 라호야 토리파인스 코스에서 펼쳐지는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에 출전한다. 우즈 개인적으로 무려 7번이나 우승한 대회다. 또 지난 2008년 이 곳에서 벌어진 US오픈까지 포함하면 8번이나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좋은 기억이 있는 장소다. 그가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기엔 이만한 장소가 없다. 하지만 만약 그에게 찾아온 것이 정말 ‘입스’라면 백약이 무효일 수도 있다.
우즈의 세계랭킹은 56위까지 떨어졌다. 지금 랭킹으론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대회인 캐딜락 챔피언십 출전권이 없다. 우즈는 이번 주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에 나선 뒤 2주를 쉬고 혼다클래식에 나설 예정인데 이 두 대회에서 랭킹을 50위 안쪽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캐딜락 챔피언십은 TV로 봐야 하는 신세가 된다.
우즈는 지난 2008년 토리파인스에서 벌어진 US오픈에서 자신의 14번째이자 마지막 메이저 타이틀을 따낸 이후 7년째 메이저 타이틀이 없다. 부상과 섹스 스캔들, 또 부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추락만 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13년엔 시즌 5승을 따내며 세계랭킹 1위로 복귀, ‘황제’로 컴백할 기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또 허리부상이 찾아오면서 컴백은 중단됐고 이젠 또 다른 컴백이 가능할지도 불투명한 상태가 됐다. 과연 이번 대회에서 우즈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김동우 기자>
▲입스(yips)- 골퍼가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호흡이 빨라지고 손에 경련이 일어나는 등 심리적 불안으로 인해 정상적인 플레이를 못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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