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양 독립적-동양 상호 의존적 자아 등 성향따라 느낌·생각·행동 모두 달라져 비슷한 자아 사회, 타문화와 갈등 불가피
▶ 헤이즐로즈 마커스·앨래나 코나 지음 흐름출판 펴냄
최근 프랑스에서 일어난 ‘샤를리 에브도 테러’와 유사한 사건은 2005년 덴마크에서도 있었다. 그해 가을 덴마크 신문 ‘율랜츠포스텐’은 무하마드를 사기꾼으로 묘사하며 그가 자살폭탄 테러범을 향해 “그만! 이제 처녀들이 다 떨어졌다고!”라고 외치는 만화를 실었다. 이슬람권 시위대가 거리로 몰려나왔고 덴마크 대사관 공격·방화 등으로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이슬람은 왜 거듭, 폭력적 경련을 일으켰던 것일까? 그들에게 이같은 모독은 종교와 인종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었으며 이슬람의 전통과 가치에 대한 모욕이었다.
“이슬람의 전통과 가치를 모욕하는 것이 그 지역만의 고유한 ‘상호 의존성’을 자극했다. (중동지역처럼) 명예문화가 존재하는 곳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수호하려고 다른 사람들의 존경을 요구한다. 다른 사람들의 모욕은 그러한 자신의 지위를 도로 빼앗아 가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지키려고 사람들은 모욕에 정면으로 대응하는데, 이러한 모습은 종종 폭력사태로 이어진다.” (362쪽)문화심리학 분야의 세계적 거장인 저자는 종교·인종·성별·지역·국가 등 서로 다른 문화와 집단의 충돌 원인을 분석하고 그 해법을 탐색했다. 과학적 연구 분석에 의한 도출로 보기에는 다소 이상해 보이지만, 책은 복잡다단한 충돌 문제의 원인으로 ‘서로 다른 자아’의 갈등을 지목했다.
저자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착한 사람들을 상대로 주황색 4개와 초록색 1개를 묶은 펜을 주며 설문에 답하게 했다. 그 결과 대다수 서양인이 한 개뿐인 초록색 펜을 선택한 데 반해, 동양인들은 같은 색이 여러 개인 주황색 펜을 선택했다. 이를 두고 저자는 “통상 서양인들은 독립적인 자아를, 동양인들은 상호의존적 자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독립적인 자아’는 자신을 개별적이고 고유한 존재로 생각하며 주위의 다른 자아와 환경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 반면 ‘상호의존적 자아’는 스스로를 관계 지향적이라 여기고 사회·조직의 전통과 의무를 따르며 가능한 한 주변 환경에 자신을 적응시키려 한다.
즉 저자는 “어떤 성향의 자아를 가지느냐에 따라서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나 느낌, 생각, 행동이 모두 달라진다”고 강조하며 “같은 성향의 자아들이 모여 이루는 지역사회, 문화권은 서로 다른 사회나 문화권과 갈등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즉 세상의 크고 작은 문화적 충돌들도 결국 파헤쳐 보면 그 속에 자아의 충돌이 숨어있다는 게 저자의 일관된 목소리다.
그렇다면 충돌의 원인을 알았으니, 해법도 찾을 수 있을까? 대부분의 문제 상황이 자아의 문제인 만큼, 독립적 자아와 상호의존적 자아를 전략적으로 통합해 활용하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독립적 성향이 강한 미국의 경우 어떤 사회문제가 발생하면 ‘사람(개인)’이 만들어내는 것이라 인식하는데 반해, 상호의존적 문화 속에서 뚜렷한 자아를 형성하지 않았거나 그럴 필요가 없는 우리 사회의 경우 그것을 제도와 환경 같은 ‘상황’ 탓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점을 눈여겨 보면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 책의 서문을 쓴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를 한국의 ‘갑을 문제’에 적용했다. 상호의존적 자아가 지배적인 우리의 현실에서는 독립적인 목소리가 쉽사리 나오지 않는데다, 특히 우리는 피해의식이나 관계의 부담을 더욱 크게 느끼기에 갑을 문제가 “잠재적인 시한폭탄처럼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저자가 “우리는 문화를 적극적으로 만든다는 차원에서 문화의 노예는 아니다”고 했음에도, 인간이 문화·환경 결정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대전제에서 전개된 과학적 분석이 시종일관 답답하게 짓누르는 느낌은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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