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인 현대자동차 노조를 얘기할 때 항상 등장하는 말은 다름 아닌 ‘귀족노조’이다. 다른 산업분야 노동자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높은 연봉과 양질의 베니핏을 받으면서도 툭하면 파업을 벌여 한국의 주력 수출상품인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게 만들어 국민들의 지탄을 받는 집단이 바로 그들이다.
미국도 귀족노조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하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업계 노조가 귀족·강성노조로 악명이 높다.
2013년 7월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심장부인 디트로이트가 파산한 것도 사실 자동차 업계와 노조간의 끝없는 대립으로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면서 노조는 쉴 새 없이 처우 개선을 요구했고 이로 인해 인건비는 천정부지로 치솟아 자동차 제조사들은 하나 둘씩 디트로이트를 떠나갔다.
‘철밥통’ 귀족노조의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이기적인 태도가 초래한 비극인 것이다. 한동안 잘나가던 미국 경제가 지난해 5월부터 약 9개월간 지속된 LA·롱비치항 등 미 서부 29개 항만 노사갈등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연봉 인상 등을 요구하며 수시로 항만에서 태업을 벌인 노조원들 때문에 화물 선적·하역작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고 컨테이너 운반 작업 또한 툭하면 중지되거나 지연돼 서부 항만을 통해 물건을 수출하거나 수입하는 수많은 업체들의 금전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아시아 등지로부터 부품을 들여와 미국에서 완제품을 생산하는 자동차 제조사들은 부품 조달이 안 돼 미국 내 자동차 생산량을 축소하는 조치를 취했고 외국으로 수출하려던 캘리포니아산 감귤이 뜨거운 남가주의 햇살 아래 컨테이너 안에서 썩고 말았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한인 수출입 업체들도 발을 동동 구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자바시장 의류업체를 비롯한 일부 회사들은 배편보다 운임이 6배 이상 비싼 항공편으로 필요한 물건을 해외로부터 공수하는 궁여지책을 썼다.
LA·롱비치항만 보더라도 미국으로 수입되는 물량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물동량이 엄청난데 화물 적체가 심화되면서 30척이 넘는 대형 화물선이 부두로 진입하지 못한 채 남가주 앞바다에 둥둥 떠 있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로 연방노동부 장관이 가주로 날아와 중재활동을 벌인 끝에 지난 20일 항만 노사간 고용 재계약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돼 많은 수출입 업자와 소비자들은 “큰 고비를 넘겼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항만 노사분규 역시 다른 산업분야와 마찬가지로 귀족노조의 호전성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서부항만노조(ILWU)에 가입된 노동자들의 임금과 베니핏은 그야말로 ‘깜짝 놀랄’ 수준이다. 노조원 2만여명의 평균 연봉이 오버타임 수당을 포함해 무려 14만7,000달러라고 하니 명문사립대 출신 화이트컬러 전문직이 전혀 부럽지 않다.
여기에 본인의 보험료 부담이 전혀 없는 가족 의료보험 플랜과 연 8만달러에 달하는 연금적립 혜택까지 누리고 있어 이런 대우를 받지 못하는 블루컬러 근로자들을 서글프게 한다.
ILWU 대표들은 사측과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항만에서 일자리가 생기면 노조원들의 가족을 우선 채용하는 ‘고용세습’ 특혜까지 요구했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돌고 있다.
항만 노사간 고용 재계약 합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드러나지 않았으나 노조가 요구한 것의 대부분을 얻어냈다고 일부 언론은 보도했다.
노사분규 타결로 시애틀에서 샌디에고까지 서부항만 전체가 마비되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게 된 것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이번 사태 역시 귀족노조 ‘그들만의 잔치’로 귀결된 것 같아 씁쓸하다.
귀족 노동자들의 주머니는 갈수록 두둑해지고 있지만 평범한 서민들의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작금의 현실을 타개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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