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강아지 차에 싣고 너를 향해 달리면, 강아진 창밖으로 얼굴 내밀고 귀랑 혓바닥을 날아가는 바람에 뽀뽀해댈 줄 알았어. 신나서 짖어 댈 줄 알았어. 그런 강아질 보며 활짝 웃는 네 얼굴이 보고싶어 나는 콧노랠 부르고. 내 꿈이 별 것은 아니어도 즐거운 마음은 하늘 높이 치솟곤 했지. 그렇게 강아지 데리고 널 보러 가려고 말이야. 그랬는데 미안해. 그렇게 들떠서 데려다 키우기 시작했는데 다 틀려버렸구나.
이 할미의 마음 넌 이해해 줄 수 있겠니? 강아지도 멀미하는 녀석이 있다는 것을 미처 몰랐어. 개는 누구나 창밖에 고개 내밀고 신바람에 귀와 혓바닥을 널름거리는 줄만 알았는데. 할미가 나이는 먹었어도 모르는것이 쌔고 쌨단다. 그래 또 미안하다. 게다가 할미의 발 수술한 의사가 내 발이 꼬마 쫓아다니느라 낫지를 못한다고 꼬마를 적어도 두 달간은 어디 보내야 한대. 꼬마한테는 두 달이면 그 녀석 살아온 평생과 맞먹는 건데. 그래도 녀석이 멀미만 않는다면 키우려 했어. 그런데 멀미도 보통 심한 멀미가 아니라 아무래도 안 되겠더라. 약도 말을 안 들어.
꼬마를 데려다 주는 아침, 새벽녘에 꼬마를 깨워 밥과 약을 먹였어. 먹을 거라면 하루 24시간 언제나 환장하는 녀석인데 굶겨서 데려갈 수야 없잖니. 잠자는 녀석 깨워 밥 줬더니 녀석은 이게 웬 떡이냐 싶은지 꼬리 치며 먹더라. 세 시간 정도 기다려 이제는 꼬마의 뱃속이 비었겠다 싶을 때 차에 싣고 꼬마의 부모가 사는 동네로 향했지. 두 시간 가까이 가는 내내 녀석이 토하는 거야. 고개를 푹 박고 컥컥 토하고는 얼마나 힘든지 얼굴 들고 날 쳐다보겠지. 그 눈이 어찌나 안타까운지. 녀석의 눈에 눈물이 그렁해. 그걸 보니까 참을 수 없어 차를 세우고 한참이나 안고 울었단다. 운전하면서도 한 손은 운전대 잡고 또 한 손은 꼬마의 등을 쓸어주며 갔지. 혹시 좀 안심될까 싶어서.
전에 이야기했지? 꼬마는 차만 타면 오 분도 못가서 멀미한다고. 멀미한 날은 얼마나 힘든지 아파 누워 꿈쩍도 않는다고. 이번엔 두 시간이나 그러고 갔으니 오죽했겠어? 꼬마가 살던 집에 가면 아마 하루나 이틀은 누워 앓을 거라 생각했어. 드디어 도착해 죽을 둥 살 둥 늘어진 꼬마를 바구니에서 꺼냈어. 그리고 토한 오물에 젖은 녀석을 안고 그 집 초인종을 눌렀지. 주인아줌마 로자가 현관을 여니까 거기 사는 고양이가 누가 왔나 하고 나와 보는 거야. 그런데 정신 못 차리고 늘어져 있던 꼬마가 고개 들더니 고양이 보고 꼬리를 살살 흔들지 않겠어?
난 꼬마와 헤어지는 게 슬퍼 눈물 콧물 줄줄 쏟다가 엉뚱하게 꼬리 흔드는 꼬마를 보고 로자 아줌마한테 물었어. “개하고 고양이는 서로 앙숙이라면서요? 근데 우리 꼬마가 고양이 보고 꼬리를 흔드네요.” “그럼요. 녀석이 고양일 기억하고 있으니까 반가워 그러지요.” “설마요. 두 달도 더 지났는데요?” “기억 하고말고요. 개들은 냄새로 기억해요. 전에 여기 살 때 맡았던 고양이 냄새를 기억 하는 거예요. 그렇게 엄마 아빠도 기억하지요.” 로자 아줌마의 설명이었어. 그 소리에 할미는 울다가 웃었단다. 어머, 그렇구나! 싶어서. 어제 로자 아줌마가 전화했어. 꼬마가 지금 자기 엄마 옆에 누워서 엄마랑 장난치며 놀고 있으니까 걱정 말래. 그리고 너한테 꼬마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 놀러 오래.
사랑하는 케이티야. 그처럼 불안, 두려움, 슬픔 속에도 길은 있더라. 사람도 개도, 너도 나도, 그처럼 다시 살아갈 희망과 꿈을 배울 수 있는 것이더라. 이 할미는 우리를 그렇게 만들어주신 신께 감사한다. 안녕.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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