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한국일보 오피니언 란에 ‘조용한 흡수통일’을 지지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장윤전 씨의 글이 실렸다. 물론 장씨가 민족을 사랑하기에 충정어린 글을 올린 것이라고 믿기에 먼저 고맙다는 말씀을 올리고자 한다. 그러나 장씨가 지지하고 가능하다고 믿는 흡수통일은 우리 민족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끔찍한 재난을 가져올 뿐 아니라 동포들을 심각하게 오도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반대의견을 내놓지 않을 수 없다.
장씨의 글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북한은 무력통일을 3년 안에 해내겠다고 호언하고 있으나 여러 여건으로 볼 때, 무력(적화)통일을 할 능력이 없다. 그러나 핵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에 위협이 되니 사드의 도입이 절실하다. 통일 시나리오 중 흡수통일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장씨는 “앞으로 흡수통일이 있을 수 있다"면서 “중국의 협조를 구하는 외교력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2013년 11월 김정은이 “3년 내로 북한 주도 적화통일을 호언했다"고 서두에 기술한 장씨의 주장은 당시 남재준 국정원장이 국회에 출석해 증언한 내용이다. 그러나 출처불명의 발언이기에 액면 그대로 신뢰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김정은 체제 3년 연속, 신년사를 통해 남북의 첨예한 대결을 청산하고 관계개선을 호소했다는 평가들을 한다. 특히 금년 신년사에서는 전례없이 적극적이고 구체적 방안으로 남북 간 적대관계를 청산하자는 메시지를 내보냈다고 알려졌다. 심지어는 “최고 수뇌급 회담까지도 못할 이유가 없다"는 발언도 나왔다. 이에 발맞춰 서울 정부도 상응하는 화답을 해서 분단 70년이 되는 금년 초, 우리 민족의 가슴에는 한없는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붕괴"를 공공연하게 거론하면서 북에 대한 압박의 고삐를 더욱 조이게 되자 남북, 북미 관계는 최악의 위기를 달리고 있다.
사드 한국배치를 장씨는 주장하나 사드의 성능과 용도엔 별 이해가 깊지 않은 것 같다. 현재 주일 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신무기로도 충분히 북쪽 전역을 커버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사드는 단거리용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엔 불필요할 뿐 아니라 천문학적 혈세를 낭비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성능조차 완전 파악되질 않아서 의문의 무기인 것이다. 이것은 장거리용이기 때문에 중국은 물론이고 러시아 까지 펄쩍 뛰고 나선 것이다. 우리 땅덩어리 위에서 벌어지는 열강들의 패권쟁탈전에 공연히 사드를 머리에 이고 남의 장단에 춤을 추는 꼴이다.
장씨는 부드러운 흡수통일에 마음이 끌리는 모양이다. 아마 독일 통일을 모델로 삼자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독일의 경험은 우리 민족의 통일에 참고는 될 수 있지만, 절대로 모방할 수도, 해서도 안된다. 우리는 이미 우리식 통일의 길을 걸었던 값진 경험이 있다. 역사적 6.15와 10.4 공동선언으로 바다, 육지, 하늘이 뚫렸고 ‘안보’ 걱정 없이 평화 번영의 길에 들어서질 않았나. 이젠 기득권 세력의 쓸데없는 공염불에 현혹돼서 시간낭비나 할 게 아니라 오로지 ‘6.15시대’로 재진입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통일대박이요 노다지 통일이다.
흡수통일에 중국의 협조를 구하는 외교력이 필요하다는 말도 장씨는 한다. 너무 천진난만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중국이 사활을 걸고 결사반대할 문제다. 차라리 영구중립국으로 갈테니 협조를 해달라면 혹 모를 일이다. 천문학적 혈세로 신무기나 사들이고 전쟁연습을 한다고 안보가 보장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평화 없는 안보란 진정한 안보가 아니며 사기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흡수통일이 되는 것은 더욱 아니다. 그 길은 전쟁으로 줄달음치는 자해 행위지, 민족의 평화 안정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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