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후지이옹 한국전 참전용사 회고 수필작가
주 호놀룰루 총영사관 손수현 무관부 비서유미영 전문관,
집필 및 번역 후일담 인터뷰
한국의 젊은이들이 한국전 참전용사들에게 쓴 편지를 엮은 책 ‘영웅들에게’를 읽고 깊은 감동을 받은 하와이 출신 한국전 참전용사 스탠리 후지이(Stanley Fujii, 85)옹이 화답했다. 자신이 한국전에서 몸소 겪은 전쟁의 아픔을 한국은 물론 세계의 청소년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염원으로 ‘한국전 참전용사 이야기’ 수필을 쓴 것. 이 수필은 일단 주 호놀룰루 총영사관 무관부 비서와 전문관으로 근무하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들은 한국전 참전용사 노병이 체험했다는 수필을 접하고 발벗고 나서 한국어 번역작업에 동참했다. 후지이 옹의 한국전참전 기억이 담긴 이 수필 번역본이 어떻게 사용 될 것인지는 짐작할 수 없지만 이들의 자발적인 번역작업은 한미관계를 돈독히 하는 풀뿌리 외교의 한 장으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한다. ‘한국전 참전용사 이야기’ 저자와 번역가들과 한국일보 회의실에 함께 한 날, 손수현 무관부 비서는 “어느 날 후지이 할아버지께서 참전용사인 자신의 이야기를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데 마땅히 번역을 맡길만한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연락해 와 하루 일과가 끝난 후 틈틈이 번역을 해 드릴 생각으로 일을 맡았는데 솔직히 분량이 그렇게 많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순간 아 내가 사고를 쳤구나 하고 당황했다”며 밝게 웃었다.
손 비서는 “원래 제가 하는 일이 참전용사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고 매번 그 분들을 만날 때 마다 혼자 알고만 있긴 아까운 사연들을 자주 접했기 때문에 번역을 해 보겠다고 나섰지만 전문번역가가 아니기 때문에 한참 헤매다 전공자인 유 전문관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됐다”고 전했다.
글쓴이가 체험한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국문으로 생생하게 되살려 놓은 수필을 살펴보면 군사관련 전문용어가 자주 목격되는데 일일이 번호를 매겨 상세한 설명의 주석이 페이지 아래에 달린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전문용어가 생소한 어린 학생들이 읽기 쉽도록 배려한 역자들의 마음 씀씀이가 돋보인다.
유 전문관은 “주석을 달기 위해 관련 용어들을 검색하다 보니 독자가 알아야 할 팩트들이 많다는 점을 깨달았고 특히 어린이들도 수필을 읽을 것이라 생각하니 더더욱 설명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문에 나온 전문용어들을 번역하고 관련 정보를 찾다 보니 공부도 많이 됐다”고 전했다.
후지이 옹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들이 참전용사들에게 쓴 편지들을 엮은 ‘영웅들에게’를 읽고 남들이 말하듯 한국전쟁이 ‘잊혀진 전쟁’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더불어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하와이 참전용사들이 체험한 이야기와 애환을 전해 이번 세대뿐만 아니라 후세들도 우리를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펜을 들었다”고 전했다.
특히 “하와이 출신의 병사들은 따뜻한 기후에 익숙했던 탓에 한국의 추위를 견디어 내기가 무척 힘들었지만 학생신분임에도 나라의 부름에 응했던 애국심, 그리고 참혹한 전쟁으로 고통에 시달리는 이웃을 도와야겠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어려웠던 상황 중에서도 용기를 다지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고 개인적으로도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손수현 비서는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이지만 번역을 하면서 여러 번 울었다. 하와이에 와서 참전용사 할아버지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전쟁이나 참전했던 군인들에 대해 관심도 없었지만 이제는 우리가 편하게 잘 살게 된 것이 젊음을 희생한 이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많은 감명을 받았다”며 그러나 “참전용사 할아버지들이 80대의 고령이다 보니 거의 한 달에 한번 정도는 돌아가신 분들의 소식을 전해들을 수 밖에 없고 그때마다 무척 안타깝고 슬픈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 분들이 살아계시는 동안 잘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더불어 정부나 하와이 동포들도 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유 전문관도 “수필을 읽다 보면 이분들이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보통 전쟁이라 하면 단순히 총탄에 맞아 죽거나 건물이 파괴되는 등의 피상적인 장면만이 연상되지만 참전용사들이 실제로 겪은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들, 동상에 걸려 썩은 살이 벗겨지는 등의 묘사를 통해 그 고통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었고 무척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후지이옹은 2010년 당시 전후 처음으로 한국정부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할 기회를 얻었고 또한 따뜻하게 맞아준 한국정부와 국민들에게 무척 감사함을 느끼며 전쟁의 참화를 딛고 일어서 선진국으로 발전한 한국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후지이옹은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연령대가 80대로 접어들면서 이미 고인이 되었거나 생존해 있더라도 아직까지 한국을 방문해 보지 못한 고령의 전우들이 많아 이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모두가 함께 한국땅을 밟아보는 것이 작은 소망이라고 밝혔다.
스탠리 후지이옹이 집필하고 주호놀룰루 총영사관의 손수현 무관부 비서와 유미영 전문관이 번역한 ‘한국전 참전용사 이야기’는 한국의 보훈처에도 책자로 발행될 수 있도록 요청을 한 상태로 6월 보훈의 달을 맞아 본보지면을 통해서도 연재 될 예정이다.
<김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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