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켈란젤로, 다 빈치, 단테, 마키아벨리 등
▶ 르네상스의 심장이며 인류 지성의 탄생지
피렌체의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예전 학교에서 배우고 외웠던 역사적 인물들을 연속적으로 만나게 된다. 산타 크로체 성당 앞에서 ‘신곡’의 저자 단테의 동상을 만나고, 모퉁이를 돌아 시뇨리아 광장에 서면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을 만나게 된다. 우피치 미술관 입구에 ‘군주론’의 저자 마키아벨리와 지동설을 주장한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동상이 있다. 모두 피렌체 출신 인물들이다. 그 외에도 ‘모나리자’를 그린 레오나르도 다 빈치, 화가 라파엘로, ‘비너스의 탄생’이란 작품으로 유명한 보티첼리, 두오모 돔을 제작한 브루넬레스키,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토, 조각가 도나텔로, 세례당의 ‘천국의 문’을 제작한 로렌초 기베르티, 시인 페트라르카, 데카메론의 저자 보카치오, 메디치 가문의 코시모, 로렌초 등의 인물들이 피렌체 출신으로 골목마다 도사리고 앉아 여행객들을 맞이한다.
피렌체라는 도시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이자, 르네상스의 심장이다. 아르노 강물에 노을이 물드는 시간, 베키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피렌체는 단순한 도시가 아니다. 15세기 피렌체는 모직 산업과 메디치 가문의 금융업으로 쌓은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중세 신본주의 아래 숨죽여 있던 인간을 다시 찾아내기 시작했다. 이 도시의 좁은 돌길 위에서 우리는 세계사를 뒤바꾼 거인들의 숨결을 마주하게 된다.
여행의 시작은 단연 도시의 실루엣을 결정짓는 두오모(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이다. 이곳은 단순한 성당을 넘어 피렌체 자부심의 결정체이다. 대성당 옆에는 조토의 종탑이 하늘을 향해 꼿꼿이 서 있고, 그 앞에는 '천국의 문'이라 불리는 황금빛 문을 가진 산 조반니 세례당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세례당의 청동문 제작 공모전 경합은 르네상스의 서막을 알린 사건으로 유명하다. 당시 금세공사였던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는 숙명의 라이벌 기베르티에게 패배한 뒤, 충격을 받고 로마로 떠나 고대 건축을 연구했다. 그 고뇌의 시간은 훗날 피렌체에 기적을 선사했다. 당시 피렌체 사람들은 거대한 대성당을 지어놓고도 돔을 올릴 방법을 몰라 100년 넘게 방치하고 있었다. 로마에서 돌아온 브루넬레스키는 판테온의 구조를 재해석해, 지지대 없이 스스로 무게를 견디는 '이중 구조 돔(쿠폴라)'이라는 혁신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이것은 중세의 암흑을 깨고 이성의 시대를 알리는 건축적 선언이었다.
브루넬레스키가 도시의 뼈대를 세웠다면, 단테 알리기에리는 이 도시에 영혼의 언어를 부여했다. 피렌체의 좁은 골목길, 검은 망토를 두르고 날카로운 눈매로 서 있는 단테의 동상을 마주하면 그가 겪었을 고독한 망명 생활이 떠오른다. 비록 정쟁에 휘말려 고향에서 쫓겨나 평생을 방랑했지만, 그가 쓴 ‘신곡’은 현대 이탈리아어의 뿌리가 되었고 인간의 죄와 구원을 탐구하는 인문주의의 초석을 닦았다. 현재 산타 크로체 성당에 그의 빈 무덤만이 남아 있다.
하지만 피렌체가 배출한 천재성의 정점은 역시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라는 두 개의 태양일 것이다. 레오나르도는 피렌체 근교 빈치 마을에서 태어나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의 공방에서 수학하며 천재의 싹을 틔웠다. 그는 단순한 화가를 넘어 해부학, 비행체 설계, 수리학을 아우르는 '보편적 인간'의 전형이었다. 우피치 미술관에 들어서면 그의 초기 걸작인 ‘수태고지’를 만날 수 있는데, 안개처럼 경계를 흐리는 스푸마토 기법을 통해 공기마저 캔버스에 담으려 했던 그의 집요한 관찰력을 엿볼 수 있다. 더 깊은 흔적을 찾고 싶다면 산티시마 안눈치아타 광장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 박물관’을 방문해 보길 권한다. 그가 남긴 수만 장의 스케치를 바탕으로 복원된 기계 장치들은 500년 전 한 인간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뻗어 있었는지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이런 레오나르도에게 강력한 경쟁의식을 느꼈던 이가 바로 미켈란젤로이다. 그는 스스로를 화가보다는 조각가로 정의했으며, 대리석 속에 갇힌 영혼을 해방시키는 작업을 숙명으로 여겼다. 그의 예술적 정수는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서 있는 ‘다비드’상에서 폭발한다. 5미터가 넘는 이 거대한 대리석상은 골리앗을 마주하기 직전의 팽팽한 긴장감을 담고 있다. 불거진 손등의 힘줄, 결연한 눈빛, 그리고 무게 중심을 한쪽 다리에 둔 콘트라포스토 자세는 완벽한 신체의 비례를 보여줌과 동시에, 거대한 적에 맞서는 피렌체 공화국의 자유정신을 상징한다. 시간상 아카데미아 미술관 방문이 어려운 여행자들은 다비드상의 복제품을 시뇨리아 광장과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볼 수 있다.
이러한 예술적 성취 뒤에는 피렌체의 실질적 통치자였던 메디치 가문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하지만 메디치의 영광 이면에는 권력의 비정한 속성을 꿰뚫어 보았던 냉철한 지성,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있었다. 그는 메디치 가문이 잠시 추방되고 공화정이 들어섰을 때 유능한 외교관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메디치가 다시 권력을 잡자 그는 반역죄로 투옥되어 고문을 당하는 시련을 겪었다. 실직과 유배라는 절망 속에서 그가 쓴 책이 바로 근대 정치학의 고전인 ‘군주론’이다. 그는 사랑받는 군주보다 두려움을 주는 군주가 더 안전하며, 국가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도덕보다는 현실적인 힘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해 질 녘, 미켈란젤로 광장에 올라 이 거장들이 일구어 놓은 붉은 지붕의 파노라마를 내려다본다. 브루넬레스키가 제작한 두오모 돔이 중심을 잡고, 단테의 언어가 대기속을 흐르며, 레오나르도와 미켈란젤로의 영감이 모든 성당과 광장에 깃들어 있는 이곳. 2026년의 피렌체는 여전히 르네상스의 중심이며, 우리는 그들이 남긴 작품들을 보며 인간이 얼마나 위대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얻게 된다. 이 도시는 죽은 과거의 유적지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안의 잠든 천재성을 깨우고 있다.
여/행/메/모
탑 여행사의 서유럽 투어에 조인하면 피렌체를 비롯해 런던, 파리, 스위스, 로마, 베니스 등 유럽의 대표적인 나라와 도시들을 여행할 수 있다. 2026년 탑 여행사의 서유럽 투어는 10박11일 일정으로, 4/22, 5/19, 6/10, 7/7, 9/8, 10/8일 모두 6차례 출발한다.
문의 (703)543-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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