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금 결제기간 최대 120일로 늘려… 원활한 캐시플로우 위한 ‘전략’
▶ 대부분이 세계적 브랜드 식품 업체들... 공급업체들은 자금난으로 고통 가중
당신이 채권자에게 돈을 갚을 기간이 120일 주어진다면 어떻겠는가? 최근 성사된 하인즈와 크래프트 푸드 합병 배후에 있는 브라질의 개인 투자그룹 ‘3G 캐피탈’이 많이 사용하는 전략을 차용해 점점 더 많은 식품 및 포장제품을 생산하는 거대기업들이 공급업자들에게 대금 결제기간을 최대 4개월로까지 연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신들은 고객들로부터 보통 30일 내에 대금을 받아내면서 밀이다. 이런 전략은 지난 2008년 3G 캐피탈이 앤허이저-부시를 매입할 때 사용하면서 인기를 높여왔다.
과거 대금결제기간 연장은 기업이 현금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다는 신호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크고 건실한 기업들도 비즈니스 전략 차원에서 공급업자들에게 대금 결제기간을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스탠다드 & 푸어스에서 식품업체 분석을 담당하는 베아 시엠은 기업들이 이런 전략을 사용하는 여러 이유들을 든다. 그는 “이들 기업들의 최근 실적은 그리 좋지 않다. 또 많은 기업들이 재편 중에 있다. 비즈니스와 주주들 수익을 위한 현금 확보의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대형 주류생산 기업인 다아게오는 현재 90일간의 결제기간을 요구하고 있다. 몬델레즈와 마스, 그리고 켈록 같은 기업은 120일을 요구한다. 이런 기업들의 목록은 처치 & 드와이트, 프락터 & 갬블, 하인즈 등 마치 인명록 명단을 연상케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금의 사용을 최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것을 요구한다. 공급업자들에 대한 대금 지급을 3~4개월 미룸으로써 기업들은 다른 프로젝트를 위한 현금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몬델레즈는 자사 주식 매입에 이런 현금을 사용한다. 켈록은 기업 재편 중에 있다. 2013년 대금지급 기간을 75일로 연장한 프락터 & 갬블은 이를 통해 약 10억달러의 캐시플로우를 늘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몬델레즈의 대변인은 “대금 결제 기간을 늘리는 것은 업계의 관행이며 우리의 경쟁력을 높여 준다. 이를 통해 대금 지급의 투명성과 예측성을 개선하고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이 기업은 캐드베리 초컬릿과 허니 메이드 크래커 같은 브랜드들을 생산한다. 켈록 대변인도 지난해부터 대금결제 기간을 120일로 늘렸다며 “캐시플로우가 개선되면서 켈록과 공급업자들에게 비즈니스 운영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급업체들 대부분은 이런 주장에 별다른 반박을 할 입장이 아니다. 이것은 대기업과의 권력 불균형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런 관행으로 공급업체들은 종종 어려움을 겪는다. 작은 업체들은 빡빡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에서 ‘마케팅 업체 연합’은 맥주생산 거대업체인 앤허이저-부시 인베브가 새로운 요구조건들을 내걸자 회원업체들에게 이 기업에 대해 스트라이크에 들어갈 것을 촉구했다. 요구조건은 대금결제기간을 120일 이상으로 늘릴 것과 공익사업 실시 요청 등이다.
일리노이 주 그래나이트 시에 소재한 서플라이드 인더스트리얼 솔루션스의 대표인 스티븐 브락은 이런 반란이 더 일찍 일어나지 않은 게 이상하다고 말한다. 이 업체는 앤허이저 부시에 밸브와 기계 시스템 등을 납품하고 있다. 앤허이저 부시는 호헤 레만, 마르셀 텔레스, 카를로스 알베르토 시쿠피라가 지배하는 투자사에 팔렸다. 이들은 2008년 인베브와의 합병에 주역이기도하다. 1년 후 브락은 더 이상 대금결제를 30일 내에 해 줄 수 없으며 이것을 120일로 늘린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 거대한 맥주회사는 브락의 비즈니스 매출의 5%를 차지한다. 고민 끝에 그는 4개월을 기다리느니 관계를 끊는 게 낫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결정은 경기 침체기에 직격탄이 됐다. 잃어버린 수입을 회복하는 데 1년 반이 결렸다”고 브락은 당시의 고층을 회상했다.
이 회사는 아직 앤허이저 부시 인베브와 소액의 거래를 한다. 앤허이저는 크레딧 카드로 대금을 지급한다. 브락은 “은행들은 대출을 조이고 있다. 특히 우리 같은 중소기업들에 더 그렇다. 직원들에게 봉급도 지급해야 하고 유틸리티 빌들도 처리해야 한다. 대금 받는데 4개월을 기다리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급업자들이 마냥 당하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니 워커, 탠쿼레이 같은 주류를 생산하는 디아게오는 지난 달 영국에서 이런 조치들을 철회해야만 했다. 중소기업들을 대표하는 개인기업 포럼에서 이런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다이게오는 영국 정부가 대금결제 연장을 규제하겠다고 방침을 밝힌 후 1,700여 업체들이 만든 ‘신속결제 조례’에 자발적으로 서명했기 때문이다. 이 조례는 결제기일을 60일로 정하고 있다. 디아에고가 이를 90일로 늘리겠다고 했을 때 개인기업 포럼은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그 결과 디아에고는 영국 내에서 공급업자들에 대해 60일 이내에 대금을 결제해 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개인기업 포럼의 필 오포드 사무총장은 “불공평한 거래조건을 부과하는 추세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며 대기업들에 의한 이런 횡포는 경제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중소기업들을 붕괴시킬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