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권택 감독님과 ‘하류인생’ 이후 11년 만에 출연한 두 번째 작품... ‘섹스어필’한 춤 때문에 캐스팅?
▶ ‘국민배우 안성기’ 이유 알겠더라... 존경할 수 있는 남자 만나면 결혼
[영화 ‘화장’ - 김규리]
영화 ‘화장’(감독 임권택ㆍ제작 명필름)에서 김규리(36)는 봄이다. 죽어가는 아내를 둔 중년 남성 오상무(안성기)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에서 그는 매혹적인 부하 여직원 추은주로 분했다.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유일하게 피어난 꽃이라 할까. 이번 작품에서 김규리는 싱그러움을 담았다. ‘화장’개봉을 앞두고 배우 김규리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04년 개봉한 ‘하류인생’ 이후 두 번째로 임권택 감독 작품에 출연한 그는 “잊었던 초심을 다시 잡을 수 있는 기회였다”고 회상했다. 16여년을 여배우로 살면서 자기도 모르게 심장에 칠했던 화장을 이번 작품을 통해 벗겨냈다. “그만큼 의미있었고, 그 정도로 소중한 작품”이 바로 ‘화장’이다.
▲ ‘하류인생’ 이후 11년 만에 임권택 감독과 만났다.
“옛날과 비교해 달라진 것이 없다. 단지 얼굴 탄력이 없어진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웃음) 이번 작품은 두 번째로 출연한 임권택 감독님 작품이다. ‘하류인생’ 당시 25살이었는데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다. 두 번째 호흡이기에 편하게 촬영할 수 있을 것으로 봤는데 반대였다. 나에겐 좋은 자극이 된 작품이다.”
▲ 임권택 감독이 배우 김규리를 놓고 ‘섹스어필이 있다’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
“부산국제영화제 때 스포츠댄스를 선보인 적 있는데 그 모습을 보고 감독님이 충격을 받으셨던 것 같다. ‘하류인생’ 때 풋풋했던 모습을 기억하고 계셨을 텐데 격렬한 춤을 선보였으니 놀랄밖에.(웃음) 그때 느끼신 강렬함으로 ‘화장’에 캐스팅하신 것 같다.”
▲ ‘화장’의 소재는 삶과 죽음이다. 추은주의 역할은 삶이지만 그래도 죽음에 대해 생각해 봤을 텐데.
“오늘을 살아가는 것도 벅차다.(웃음)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 다가올 죽음보다는 지금 겪고 있는 성장통이 급하다. 마치 대나무의 대가 생긴다고 할까. 더 성장하기 위해 받는 고통이라 생각한다. 이번에 임권택 감독님뿐만 아니라 안성기 선배, (김)호정 언니와 함께하며 깨달은 것이 많다. 그동안 너무 뻣뻣하게 살아온 듯하다. 연기뿐만 아니라 삶에 있어서도 겸손해야 하고 낮은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생각이 많은 요즘이다. 아마 지금이 지나면 더 튼튼하고 견고해지지 않을까 한다.”
▲ ‘국민배우’라 불리는 안성기와 호흡했다. 어땠나.
“‘여고괴담’이 데뷔작인데 사실 그 전에 출연할 뻔했던 영화가 있었다. 그 작품에 안성기 선배와 호흡할 기회가 있었는데 무산됐고 16년 만에 함께 연기했다. 함께해 보니 왜 ‘국민배우’라 불리는지 알겠더라. 상대방을 이렇게까지 배려해 주고 편안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긴장감이 흐르기 마련인 촬영현장을 부드럽게 만드는 힘이 있다. 개인적으로‘이렇게 완벽한 남자가 있을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감이 떨어질 정도다. 나 역시 안성기 선배처럼 나이 먹고 싶다.”
▲ 중년 남성의 매력은 무엇인가.
“극 중 오상무와 사랑에 빠지는 추은주의 감정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나부터 설득할 수 있어야 관객도 설득할 수 있지 않나. 안성기 선배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니 이해가 됐다. 존경심이 들더라. 사랑이라는 감정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그중 하나가 존경심이다. 예전에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어떤 남자를 만나야 하느냐’라 물어본 적 있다. 그때 들은 대답이 ‘존경할 수 있는 남자를 만나라’였다. 어릴 때는 잘 몰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된다. 하지만 그런 남자를 만나는건 역시 어렵더라. 아직 못 만나 결혼을 못한 것 같다.”
▲ 대중의 오해를 사기도 했다.
“대중에게 ‘배우 김규리’는 센 여자로 각인된 듯하다. 꾸미는 게 어울리는 배우. 과거 포장된 모습을 자주 보여드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달라졌다. 재미가 없어졌다. 그런 모습에서 성취감을 얻지 못했다. 이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꾸미지 않은 민낯 같은. ‘화장’이 개봉한 후에는 화장을 지우고 대중 앞에 나설 것이다. 소탈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늦어진다 하더라도 상관없다.”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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