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함이 세포마다 녹아 있던 시절이 있었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도 집에 불이 날 것 같이 불안해 한 시간 마다 집을 왔다 갔다 하거나, 도둑이 들까 불안해 밤마다 문과 창문을 몇 번씩 확인해서 엄마께 걱정을 듣곤 했다. 교실에서 집이 보였는데, 수업 중에 집을 힐끗거리며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도 하고, 가족이 늦게 오지 않으면 사고가 난 것 같은 생각에 안절부절 하던 시절. 늘 뭔가를 정리하고 시계의 초침까지 맞추며 일시적으로 불안을 해소하다가 다시 불안에 빠지는 전전긍긍의 삶을 살던 옛날이 떠오른다.
이런 내가 아이들에게 운전을 직접 가르쳐 면허를 따게 하고, 운전하고 나간 애들이 저녁 늦게 돌아오지 않아도 잠을 잘 수 있을 만큼 회복된 것이 신기하고 감사하다. 상담소를 찾는 75% 이상의 내담자들이 크고 작은 불안을 호소하고 15% 정도는 심각한 불안장애 (anxiety disorder)를 겪는 걸 보면 불안은 특정 집단의 증상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듯 하다. 특히 불안은 다른 가족들에게 전염성이 강하다. 필자가 감옥같은 불안장애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 몇가지를 나누려 한다.
불안이란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느끼는, 고통스러우나 자연스런 정서적 반응이다. 불안을 느끼면 우리는 긴장 하고 경계 해서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그 후 위협적인 상황이 끝나면 긴장을 풀고 편한 기분으로 되돌아가게 되는 것을 정상적인 불안으로 본다. 그러나 현실적인 위험이 없는 상황이나 대상에도 불안을 느끼거나, 위험의 정도에 비해 과도하게 심한 불안을 느끼거나 또는 위험적 요소가 사라졌음에도 불안이 과도하게 지속하는 것을 ‘병적인 불안’이라 한다. 이로 인해 과도한 심리적 고통을 느껴 현실적인 적응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불안 장애’라고 말한다.
심한 경우 갑자기 엄습하는 강렬한 불안, 즉 공황발작 (panic attack)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공황장애 (panic disorder)를 겪기도 하는데, 대부분 예측이 어렵고 갑작스럽게 발생하기에 재발에 대한 불안이 극심해진다. 공황발작은 보통 10-20분간 지속되다가 서서히 사라지는데 이런 공황장애를 경험할 경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특정한 사고나 행동을 수시로 반복하는 ‘강박 장애 (OCD)’도 있다. ‘강박적 사고’가 불안이나 고통을 일으키는 것이라면 ‘강박적 행동’은 불안감을 감소시키고 중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강박적 행동의 예로 반복적으로 손을 씻거나, 정리정돈 하기, 또는 반복적인 확인 등의 외적인 행동과 숫자 세기, 기도하기, 단어 반복하기 등의 심리적인 행위도 포함된다.
내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불안을 극복하는 데는 오랜 기간의 노력과 훈련이 필요했다. 불안이 밀려올 때 감정에 눌리기 보다는 밑에 깔린 불안의 진짜 정체를 인지하려 했다. 그리고 ‘내가 통제할 수 있나, 없나’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불안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 할 때 발생한다. 합격 여부, 사고나 실패 등 미래의 불확실한 일, 다른 이의 사랑과 마음을 얻는 일, 자연의 섭리와 원칙을 통제하려는 노력 등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을 조정하고 통제하려 할 때 우리는 좌절감과 함께 불안을 경험한다.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에너지를 모으고 구체적 리스트를 만들어 실행에 옮기고, 내가 할 수 없는 건 ‘let go’하는 꾸준한 마음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삶이란 불확실성의 연속이며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자. 그리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오직 현재 뿐임을 인식하고 ‘지금, 여기 (here & now)’를 살다보면 불안의 강도와 깊이가 조금씩 줄어드는 자유함을 경험할 것이다. counseling@fccg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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