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경찰관에 의한 흑인 사망 사건이 잇따르면서 논쟁이 불거진 가운데, 볼티모어에서 경찰에게 연행되던 중 척추를 다친 흑인이 일주일 만에 숨지면서(본보 4월 16, 20일 보도) 주민들의 항의가 드세지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9시께 체포돼 메릴랜드 쇼크 트라우마 센터에서 치료를 받던 프레디 그레이(25)는 19일 사망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 당일 웨스트 노스 애비뉴 1600블럭에서 자전거 경찰 4명이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그레이가 범법 행위를 했다며 불러 세웠다. 순간 그는 달아나기 시작했고, 경찰이 그를 붙잡아 지원팀이 올 때까지 땅바닥에 눕혀 누르고 있었다. 그레이는 밴에 오를 때까지 의식이 있었고 말을 했다. 그는 밴에 실려 서부경찰서로 옮겨졌고, 다시 응급차로 병원으로 후송됐다. 당국은 경찰이 그레이를 검거하게 된 정확한 경위를 설명하지 않았다.
그레이 가족의 변호인 빌리 머피는 그레이가 목 부위 척추에 심한 손상을 입고 큰 수술을 받은 뒤 1주일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가 숨졌다고 밝혔다. 머피는 그레이의 사망을 둘러싼 환경에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경찰은 현장에서 경찰밴으로 그레이를 옮긴 지 30분 후 서부서로 의료팀을 불렀다고 밝혔지만, 그레이가 의료팀을 부르기 전 경찰서에 1시간 동안 방치됐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쇼크 트라우마 센터 대변인은 그레이의 사망을 확인하면서도 더 이상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스테파니 로울링스-블레이크 볼티모어 시장과 경찰은 기자회견을 통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조사를 약속했다. 시장은 그레이의 부상 경위, 경찰의 적법한 절차 이행 여부 등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 조사를 위해 테스크포스를 구성 중이고, 주검찰도 조사 착수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달리 경찰은 법원에 제출한 문건에 그레이는 강압이나 사고 없이 연행됐으며, 당시 바지 앞주머니에 날이 튀어나오는 칼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그레이는 경찰서로 호송 중 의료적 긴급 상태에 빠졌다고 적었다. 가렛 밀러 경관이 작성한 이 문건은 그레이가 경찰을 보자 이유 없이 달아났기 때문에 그를 붙잡았다고 밝혔다.
시경은 사건 순간이 담긴 동영상은 체포 과정의 일부만 보여주고 있어 그레이의 연행 당시 공권력 사용을 보여주지 않는다면서, 그의 부상 원인은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에서는 지난해 미주리 주 퍼거슨에서 비무장 흑인 청년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백인 경관이 불기소 처분을 받고 뉴욕 브루클린에서도 흑인 청년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이어지면서 전역에서 격렬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달 초에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노스찰스턴에서 백인 경찰이 달아나는 흑인에게 8발의 총을 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볼티모어에서도 100명이 넘는 시위대가 이틀 째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서부경찰서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에는 임파워먼트 템플의 자말 브라이언트 목사를 비롯 피플스 파워 무브먼트, 뉴욕시의 민권단체 등이 참여했다. 또 시위대는 20일 아침 시청 및 시경본부 앞에서도 항의 시위를 벌였다.
<박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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