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가운데·리드 섀넌 분)과 잭슨 파이브가 신나는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 Joan Marcus>
뮤지컬이라는 게 웬만하면 다 재미있고 신나고 화려하지만 이렇게 시종일관 관객들을 들썩이게 하는 뮤지컬은 정말 오랜만이다. 특히 중년 이상의 베이비붐 세대에게는 강추! 추억의 노래들이 쉬지 않고 메들리로 나오는데 커튼이 내려지고 돌아서 나오는 순간까지 어깨춤이 절로 나온다.
뮤지컬 ‘모타운’(Motown: The Musical)은 인종차별이 심했던 60년대 미국에서 흑인 음악의 돌풍을 일으켰던 모타운 레코드사의 창업자 베리 고디(Berry Gordy)의 이야기를 그린 주크박스 뮤지컬(누구나 아는 히트 곡들로 만든 뮤지컬)이다. 모타운을 통해 수퍼스타가 된 다이애나 로스와 더 수프림스, 마이클 잭슨과 잭슨 파이브, 스티비 원더, 마빈 게이, 스모키 로빈슨, 포 탑스, 템테이션즈, 코모도어스, 글래디스 나잇 등의 데뷔시절 이야기와 노래들이 줄줄이 등장하는데 인터미션 포함해 거의 3시간이나 되는 긴 공연인데도 어찌나 빠른 페이스로 끌고 가는지 전혀 지루한 줄 모르고 손뼉 치다 보면 피날레까지 오게 된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이점을 이처럼 잘 살린 뮤지컬도 없을 텐데 마치 그때 그 가수들이 환생해 돌아온 듯 출연가수들 모두 노래, 춤, 연기가 대단하다. 특히나 마이클 잭슨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리드 섀넌(Reed L. Shannon)은 잠깐이지만 파워풀한 무대를 선사한다. ‘아일비 데어’(I’ll Be There)를 부르는데 마이클 잭슨 특유의 고음을 그대로 모창, 6년 전 세상을 떠난 그가 생각나 가슴이 저릿해질 정도였다.
아마도 뮤지컬 역사상 이렇게 흑인 캐스트만 잔뜩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은 처음일 것이다. 흑인들의 그 필과 소울, 그 춤과 에너지에 못 말리는 끼를 발산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떠들어대니 관객석조차 반 이상이 흑인들로 가득 찬 극장 전체는 흥분의 도가니가 되어버린다.
수많은 장면들의 전환이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미니멀한 세트도 기발하며, 350여벌에 이른다는 의상들이 무대를 50년 전으로 되돌려놓는다.
아쉬운 것은 전곡을 다 들려주는 곡은 얼마 안 되고, 주옥 같은 히트 곡들이 토막토막 지나간다는 점과 당시의 흑백문제가 지나치게 강조되어 신나는 분위기를 중간 중간 끊어 놓는다는 점, 그리고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스토리는 완전 수박 겉핥기라는 점이다. 거기에다 정치적 시대상황(존 F. 케네디와 마틴 루터 킹, 로버트 케네디의 암살, 아폴로 달 착륙, 월남전)까지 스크린에 버무려 넣었으니 산만한 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전체 공연의 열기에 비하면 다 무시해버려도 좋을 옥에 티. 어찌됐든 60~70년대 팝팬이라면 꼭 보아야 할 뮤지컬이다.
4월30일 오프닝 공연의 피날레 무대에는 이 뮤지컬의 실제 주인공이면서 이 뮤지컬의 대본과 제작에도 참가한 85세의 베리 고디가 올라왔다. 전원 기립박수가 이어지는 가운데 감격에 찬 인사를 전한 고디는 출연자들과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보여주며 LA 공연을 축하했다.
6월7일까지. 10세 이상 관람. 티켓 25달러 이상.
www.hollywoodpantages.com
문의 (800)982-2787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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