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벌써 10년차다.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가 “20년은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던 그룹 빅뱅(지드래곤 태양 탑 대성 승리)은 어느덧 반환점을 돌았다. 그간 말도 많았고 탈이 났던 적도 있었지만 위치는 언제나 정상이었다. ‘스틸 얼라이브’ 이후 3년 만에 신곡 ‘루저’(Loser)와 ‘배배’(Baebae)를 발표한 이들은 매달 한두 곡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네 달간 활동한다. 오랫동안 기다린 팬들을 위해 오랜 기간 활동한다는 게 이유다. 활동에 대한 갈증, 팬들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음악으로 만회하겠다는 빅뱅을 만났다.


빅뱅의 새 앨범 프로젝트명은 ‘M.A.D.E’다. 이미 모든 곡이 완성 단계에 있다는 것인데 이례적으로 조금씩 베일을 벗는다. 첫 타자는 테디, 탑, 지드래곤이 작사하고 테디, 태양이 작곡한 ‘루저’, 그리고 테디, 탑이 공동 작사, 작곡한 ‘배배’다. 전자는 자신을 루저라고 말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슬픈 멜로디로 담았으며 후자는 연인과의 사랑을 지금처럼 아름답게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녹였다. 찹쌀떡 등 독특한 가사가 인상적이다.

왜 전곡을 공개하지 않고 이례적인 프로모션을 계획했느냐 물었더니 “초심”이라고 답했다. 한두 곡씩 발표해 곡마다 힘을 싣겠다는 게 두 번째다. 데뷔 당시 비슷한 방식으로 곡들을 발표한 적 있는데 양현석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다시 착안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빅뱅이지만 결핍은 있는 모양이다. 신곡명이 왜‘루저’냐는 질문에 이들은 “우리 역시 어려움과 말 못할 외로움이 있다”고 답했다. 지드래곤은 “빅뱅이 큰 그룹이 될수록 부담감이 있었다. 그런 감정들을 모두 외부로 드러낼 수 없기에 더 음악의 힘을 빌렸다”고 털어놨다. 제3자는 몰랐던 빅뱅의 고민과 외로움, 그것을 담은 것이 바로 ‘루저’다.

“‘배배’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사랑을 대하는 감정은 저희도 똑같거든요. 소소한 것에 상처받기도 하고, 인스턴트 사랑에 대한 거부감도 있죠. 이를 대하는 남자의 심리도 표현하고 싶고요. 이 곡을 통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셨다면 대성공이에요.”(탑)

“대중 가수이기 때문에 가사에 경험이 들어가는 건 당연하죠.‘배배’속 찹쌀떡 가사를 놓고 여러 의견이 있던데 순전히 1차원적인 의미에서 넣었어요. 신선한 단어였으면 했는데 적절하다고 판단했죠. 해석하기보다는 들리는 대로 느껴야 할 곡들입니다.”(지드래곤)

아이돌 가수인 만큼 연애에 대해서는 다소 민감했다. 탑은 “우리 전부 연애는 안 해봤잖아?”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태양은 “나쁜 짓도 아니고 감정을 노래해야 하는 만큼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유독 한국에서만 아이돌의 열애설에 민감한 듯하다. 조금 더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한다”고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빅뱅의 컴백에 한국 대중음악계는 벌벌 떨고 있다. 장장 5개월에 이르는 활동을 예고한 만큼 이 기간 내내 빅뱅의 음악으로 음원차트 전체가 잠식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그 정도로 빅뱅의 신곡은 많은 이들이 기다려왔던 것이고 간간이 공개했던 솔로 및 유닛 곡들과 이번에 공개된 신곡 ‘루저’와 ‘배배’의 파괴력은 예상보다 더했다. 빅뱅의 기량은 최정점에 달했다 해도 무리가 없다.

10년 차를 맞아 멤버들은 “멋있게 설 수 있을 때까지. 사랑받을 수 있을 때까지 무대에 오르고 싶다”고 말했다. YG엔터테인먼트에 애정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우리를 잘 알고, 이해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함께하고 싶은 건 당연하다”고 했다.

<이정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