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뽀글파마에 욕하고 싸우고... 첫 대본 읽는데 ‘미치겠다’ 연발
▶ 그래도 꼭 해보고 싶은 캐릭터... 촬영도 끝나고 살림하러 가야죠
[‘착하지 않은 여자들’ - 채시라]
여배우만의 도도함보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매력이 돋보였다. 수더분하게 웃고, 인터뷰 끝자락에 아쉬운 듯 소녀 같은 미소를 짓는 배우 채시라(47)는 인간적인 매력이 돋보였다. 여기에 배우로서 늘 새로운 도전을 지향한다는 그의 말에서 데뷔 30년차 배우의 열정까지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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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하 착않여·극본 김인영·연출 유현기)은 그런 채시라의 도전이 돋보였던 작품이었다. 극 중 그는 장성한 딸을 둔 40대 엄마지만 여전히 사고뭉치인 김현숙 역을 열연했다. 억울한 누명으로 고교에서 퇴학당한 뒤 과외교사와 눈이 맞고, 중졸이라는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굴곡진 인생의 캐릭터였다.
제대로 망가졌다. 뽀글뽀글거리는 머리에 민낯에 가까운 얼굴로 카메라와 마주했다. 그러나 처음 설정은 완전히 달랐단다. "김현숙은 패션과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다고 돼 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상태에서 허영심 때문에 자신에게 쏟아붓는 여자였지만 현실감을 위해 초반 설정을 완전히 바꿨다. 그는 “생활감있게 뽀글거리는 머리를 했다. 그런데 그게 아줌마 파마가 아니었다. 아가씨들도 많이 하는 세련된 파마였는데 다들 아줌마 파마라고 하더라”라며 아쉬워했다.
1984년 16세에 가나초콜릿 CF로 데뷔해 뭇 남성들의 이상형으로 등극한 그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여명의 눈동자’‘서울의 달’‘왕과 비’‘해신’‘천추태후’‘인수대비’ 등 현대극과 사극을 넘나들며 진취적이고 강인한 모습부터 소시민적인 모습 등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착않여’를 통해서는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추가했다. 1회부터 진가가 드러났다. 불법 도박장에서 타짜 뺨치는 실력을 보여주다가 경찰에 쫓기게 되자 2층 건물에서 뛰어내리고 쓰레기더미에 숨는 등 고난을 겪었다. 마스카라와 립스틱이 다 번진 모습으로 동네 불량배에게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며 투혼을 발휘했다.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고뭉치 캐릭터였지만 김현숙은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어렸을 때 자신을 퇴학시킨 나말년 선생(서이숙)에 대한 분노가 커졌고, 자신을 믿지 못하고 늘 자신감 없이 주눅들었다. 그러나 누군가 자신을 무시한다 싶으면 불같이 화를 냈다.
“김현숙은 감정신이 많았어요. 마음이 되게 힘들었어요.
하나하나 산을 넘는 듯한 느낌으로 신을 끝냈죠. 어떤 드라마를 하던 감정신은 힘들지만 김현숙은 더 많이 힘들었어요. 마음에 고통이 늘 따랐어요. 그러나 그건 제가 해내야 하는 것이고 그걸 해냈을 때 카타르시스가 컸어요. 혼자만의 싸움이었죠.”
오랜만의 드라마를 끝낸 그는 다시 가정으로 돌아간다. "집이 너무 엉망이어서 정리를 해야될 것 같아요. 제가 없으니까 집에 구멍 난 것들이 많아요. 그걸 해결하고 당분간은 애들하고 지지고 볶으면서 생활하려고요.”
<조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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